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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올림픽서 통했다…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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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철 1996 애틀랜타 대회 은메달 이후 25년 만
한국 체조 역사상 첫 '부녀 메달리스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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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이 1일 오후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에서 한국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활짝 웃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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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즐기라고 한 무대에서 딸은 기어이 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체조 간판 여서정(19·수원시청)이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목에 걸었다. 여서정이 한국 여자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탄생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의 딸로 주목 받아왔던 여서정은 "아빠를 이기고 싶다"고 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합계 14.733을 기록, 3위에 올랐다. 예선 1, 2차 시기에서 난도 점수 5.8점짜리, 5.4점짜리 기술을 펼친 여서정은 결선에서 난도 6.2점짜리 기술 '여서정'을 들고 나왔다. '여서정'은 부친의 기술 '여2'보다 반 바퀴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이다. 여2는 힘차게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로 900도 회전하는 기술이었다.

직전 순서였던 미국의 제이드 캐리(21)가 1차 시기 점프 직전 보폭을 맞추지 못하며 스타트 점수가 대폭 감점되는 등 변수가 발생했지만, 여서정은 떨지 않고 1차 시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난도 6.2의 기술을 실수 없이 소화했고, 수행점수 9.133을 보태 1차 시기 15.333을 기록했다. 선두였던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라지(22)의 합산 평균 15.083을 크게 웃도는 점수였다. 여서정은 1차 시기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이정식 감독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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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조 여서정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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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가 있었다. 뒤쪽으로 두 번 밀린 뒤 겨우 중심을 잡아 감점을 받았고, 여서정은 14.133점을 기록하며 1, 2차 시기 합산 평균 14.733으로 마무리 했다. 아쉬운 순간이었을 테지만, 여서정은 흡족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이정식 감독과 포옹했다. 이때까지 세 번째로 높은 순위였고, 이후 남은 3명의 선수가 여서정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동메달이 확정됐다. 금메달은 선두 자리를 끝까지 지킨 안드라지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14.916점의 미키알리 스키너(25·미국)가 가져갔다.

이번 대회 도마 예선 4위로 결선에 오른 여서정은 세계 최강으로 꼽힌 미국의 시몬 바일스(24)가 올림픽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번 대회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탄탄한 정신력으로 본선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 활짝 웃었다. 3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2년 만의 여자 체조 금메달을 따냈던 여서정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이번 여서정의 메달은 한국 체조 역대 10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동메달을 따낸 뒤 취재진과 만난 여서정은 "결과에 만족한다"며 "감독님은 '여서정' 기술을 해낸 것도 대단하다고 하셨는데, 나는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 전 연습때는 긴장하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야 컨디션도 좋아지니 많이 웃으려고 했다"며 "관중 없는 올림픽이라 나도 덜 긴장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여서정 아버지'로 불리고 싶어했던 부친 여홍철 교수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여서정은 "이젠 열심히 해서 아빠(올림픽 은메달 기록)를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딸의 경기를 TV에서 해설한 여홍철 교수는 "조마조마 했었다"며 "내심 금메달을 바랐지만, 서정이가 실수를 했을 땐 동메달이라도 따야 할 텐데 라고 걱정을 했다"고 메달 획득 순간을 회고했다.

여 교수는 "이번 동메달이 서정이에게 동기를 유발할 것"이라며 "다음 올림픽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더 스스로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 교수는 "딸이 이젠 나를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고요? 당연히 그래야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앞서 열린 마루운동 결선에선 한국 남자 기계체조의 간판 류성현(19·한국체대)과 김한솔(26·서울시청)이 나섰지만 두 선수 모두 매끄러운 연기를 펼치지 못하며 각각 4위와 8위를 기록했다. 총 8명의 선수 가운데 5번째로 연기한 김한솔은 초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지만 마지막 동작에서 큰 실수를 했다. 아쉬움이 남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퇴장한 그는 6.3 난도에 수행점수 6.766으로 총점 13.066을 기록해 앞서 시도한 4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니키타 나고르니(24)와 점수가 같아 일찌감치 메달권에선 멀어졌다. 바로 뒤 연기한 류성현은 7.0 난도에 도전해 수행점수 7.533점을 얻었지만, 착지 실수로 0.3점 감점당하며 14.233점으로 마무리했다.


도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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