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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진욱·공수처 싸잡아 비판…“공수처 검사 ‘전속기소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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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논문

중앙일보

7월 26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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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의 ‘기소 유보부 이첩’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논문이 나왔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교수)이 학회지 『형사소송 이론과 실무』 6월호에 게재한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의 재량이첩에 대한 비판적 검토 논문이다.

정 회장은 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똑같은 문제 소지를 가진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든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사건 이첩하면 다시 처리할 권한 없어”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3월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로 되돌려보내면서 “이번 사건 이첩은 공소권을 제외하고 수사권만 이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이첩’이란 특정 기관이 조사한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 다른 기관이 사건을 처리하게 하는 행위이므로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한 이상 다시 사건을 처리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한 번 사건을 이첩했으면 공소권까지 넘긴 것이라는 의미다.

김 처장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전속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다”고 전제했는데, 정 회장은 “공수처법 24조 1항을 보면 다른 수사기관도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수처의 전속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검찰은 이미 비슷한 논리로 김 처장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불법 출금 수사를 이끌었던 이정섭 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3월 15일 검찰 내부 전산망을 통해 “김 처장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3월 3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의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에 이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9일 후 “아직 수사 인력이 완비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문제는 김 처장이 공소권을 제외하고 수사권만 이첩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재량 이첩)’임을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사법부도 검찰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수원지검이 공수처의 재량 이첩 요구를 무시하고 지난 4월 1일 이규원 검사 등을 기소하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6월 15일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하고 한) 공소 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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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김진욱(왼쪽) 공수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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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독립성 확보 않고 똑같은 문제 소지 기관 만들어”



정 회장은 논문에서 “근본적으로 공수처 도입의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지적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지목하며 검찰 개혁을 강행하면서 검찰 개혁의 일환인 공수처를 도입할 때는 무소불위의 권력과는 거리가 먼 다른 이유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 30일 통과된 공수처법 제정안은 제안 이유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기 위한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는 검찰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라며 “정치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지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수사기구를 하나 더 만든 것은 도저히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공수처의 신설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소모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공수처법에 관한 한 국내에서 가장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지난 3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과 제도의 이해』란 제목으로 공수처 제도와 각국 반부패 특별수사기구를 비교 분석한 900여 쪽의 전문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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