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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삼성 현대차 SK 또 발등에 불…"제2사드보복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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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베이징올림픽 때리기 ◆

매일경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약 6개월 앞두고 미국 의회·시민단체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올림픽 후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올림픽 박물관 앞에서 티베트·신장웨이우얼자치구 출신 활동가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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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민주당 의원이 똘똘 뭉쳐 중국 인권 탄압에 관해 '쓴소리'를 쏟아내는 조직인 미국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지난달 27일 개최한 청문회. 코카콜라 에어비앤비 P&G 인텔 비자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 5곳 임원이 모두 출석해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을 돕지 말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기업이 인권에 기여한다는 표면적 이유로 올림픽을 후원하지만 실제로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기에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들에게 "중국 인권문제로 인해 동계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아예 개최지를 바꾸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폴 랠리 코카콜라 부사장은 "올림픽 개최지는 우리의 결정사항이 아니다"며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서 경쟁하든 운동선수들을 지원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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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맬리노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은 에어비앤비가 위구르족과 티베트인들의 자유로운 여행을 금지한 중국 정부 정책을 적극 비판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중국에서 이익이 줄어들 것 같아 중국 비판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의 체제 과시용으로 마련되는 동계올림픽 행사장이 미국 기업 후원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의회 차원에서 먼저 시작한 '베이징 올림픽 때리기'의 전초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단계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불참 목소리를 높여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4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사했고 다음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수단만 파견하고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제안했다.

이어 6월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동맹국과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몇 주 내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동맹국과 공동전선을 넓혀가면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한 것이다. 이미 유럽의회가 "중국은 인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보이콧을 결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의회 관계자가 한국 기업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협찬 중단 여부를 타진했으며 인권단체들은 수시로 다른 한국 기업에 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80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연합체가 지난 2월 각 나라 정상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기업에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이나 결정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인권문제 성격을 띠고 있으나 결국 미·중 패권전쟁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베이징 동계올림픽 후원을 보이콧하면 중국에서 제2의 사드 사태 같은 대규모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올림픽 후원은 후원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계약하면 IOC가 후원금 중 일부를 개최국에 분배하는 형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특정 올림픽에 대한 후원만 철회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의회 쪽에서 베이징 올림픽 스폰서 중단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한국 기업에 연락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사업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해 샌드위치 신세에 놓이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IOC와 계약을 맺은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 '톱(TOP·The Olympic Partner)' 지위에 있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파트너로 시작해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에는 2020년까지였던 올림픽 무선통신·컴퓨팅 장비 분야 공식 후원계약 기간을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까지 연장했다. 삼성전자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도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S21 5G 도쿄 2020 올림픽 에디션 1만7000대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와 SK는 양궁 펜싱 핸드볼 등 한국 특정 종목을 후원하는 동시에 올림픽 개최지 현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하계올림픽의 경우 펜싱, 핸드볼 등 대표팀 지원을 하지만 동계올림픽은 선수단 후원에도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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