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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휴가 우선?""안가면 합당하나" '갑질 논란' 된 합당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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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협상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휴가일정을 둘러싼 ‘갑질’ 논란으로 번지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일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지난 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접견 후 환담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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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직접 만나자”며 회동을 제안했다. 안 대표가 별다른 응답이 없자,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휴가일정을 이유로 들며 합당 협상 시한을 “다음 주(8월 1~7일)”로 못박았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합당 협상을 길게 끌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이 시간이 부족하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이후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시간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9일부터 13일까지 휴가를 내고 경북 상주에서 개인택시면허 양수 교육을 받는다.

국민의당은 “휴가가 우선이냐”고 반발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 휴가일정이 내년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정인 줄 몰랐다”며 “국민의당이 미처 몰라서, 이번 주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농단인 ‘김경수-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몸통찾기’를 위한 일정으로 가득 채워놨다”고 조소섞인 반응을 보였다. 구혁모 최고위원은 “통합의 시한은 당 대표 휴가가 아닌 국민이 정한다”며 “그냥 휴가 가지 마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즉각 “그럼 휴가 안 가면 합당하나”라고 되받아쳤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의지가 있으면 만나자는 제안부터 받으면 되지, 개인택시 기사분들과 몇년 전부터 했던 약속을 버리고 합당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국민의당에 대기타고 있어야 하나”라며 “휴가 기간 동안 굳이 협상 해야한다면 교육 마치고 저녁에 서울 올라오겠다. 국민의당이 다음에는 어떤 핑계를 만들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압박 수위를 높인 이유로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안 대표가 독일·미국 등지에 체류하며 당내 혼란에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던 점을 들며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이 대표가 “고압적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안혜진 대변인은 “제1야당 진정성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이 벼룩 간만큼 작아보인다”(지난달 31일 논평)며 “국민의힘의 태도는 일방적 통보와 겁박에 가까운 독촉이다. ‘들어올 사람 다 들어왔으니 굽히고 들어오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1일 논평)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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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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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시한을 ‘이번 주’로 못박으며 강경한 태도로 나선 배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습입당’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30일 이 대표가 전남을 방문한 사이 입당을 하자,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사전논의가 없었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가일정’을 들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다 입지에 타격을 입은 이 대표가 안 대표를 상대로 강경한 태도로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단 게 국민의당의 주장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민망하고 조급하니 자기 정치적 수완을 뽐내기 위해 국민의당에 굴욕감을 주고 있다. 합당이 목적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합당 여부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행보를 고심중이다. 당초 합당 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대신 제3지대에 머물며 몸값을 올린 뒤 막판 단일화를 하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제3지대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실무협상에 참여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재형, 윤석열의 우리 당 입당으로 야권 단일 플랫폼은 거의 완성됐다. 안 대표의 ‘야권 대통합’은 본인만 빼고 이미 마무리됐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1일 통화에서 “우리가 언제 ‘갑질’을 했나. 합당 요구조건도 다 들어줬다. 간만 보다가 자신들이 필요할 때 하겠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강경 압박을 놓고 주말 새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굴욕을 견디고 합당을 하는 건 맞지 않다”는 투서를 보내는 등 합당을 둘러싼 당내 반발도 만만찮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합당에 대한 문제는 결국 안 대표와 이 대표가 만나서 풀 문제가 맞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안 대표는 2일 오전부터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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