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미국, 최소 360만 세입자 쫓겨날 위기…“치솟는 임대료, 인플레 부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당 연장안 통과 실패…코로나 퇴거 유예 시한 만료
임대료·식품 가격 상승 겹악재에 서민 고충 커져
핌코 "임대료 상승 여파, 금융시장에 충격줄 것"


이투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 앞에서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 만료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처로 마련한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가 만료됨에 따라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치솟는 주택 임대료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미국 서민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전날 코로나19 퇴거 유예 시한을 10월 18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이 조처는 예정대로 이날 자정을 끝으로 기한이 만료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막고 자가격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의 세입자에 대한 퇴거를 금지하는 유예조치를 내렸고, 이는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계속해서 연장됐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주거 지원 예산 집행의 지체에 따라 해당 조치 기한을 6월 30일에서 7월 말로 연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달 “명백하고 구체적인 의회 승인 없이 조치를 재차 연장해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고, 급하게 공을 넘겨받은 민주당은 전날 막판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연장에는 실패했다.

미국 내 세입자들은 당장 ‘퇴거 유예’라는 법적 보호막을 잃게 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2개월 이내에 거리로 쫓겨날 위험에 처한 미국인 숫자는 6월 5일 기준 360만 명 규모로 추산됐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을 포함한 몇몇 주들은 오는 9월 말까지 임차인을 보호할 그들만의 유예기간을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 지역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임대료가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인해 덩달아 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임차인들의 새 거처 마련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주인이 현재 사는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가상의 집세(owners-equivalent rent)’는 미국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정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지표다.

치솟는 임대료에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커지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미국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식료품 기준 닭가슴살 가격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내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이 금융시장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댄 이바신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치솟는 임대료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이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75%로 올라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일시적일 것으로 판명하고 있지만, 우리는 집값과 임대료 사이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며 “임대료 쪽에서 좀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임대료가 비싸질수록 투자자들은 ‘경직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을 점점 더 우려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75%로 밀려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2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긴축으로의 전환을 강요하면서 시장이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hsbyu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