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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8.4대책 1년 후...공급 폭탄이라더니 곳곳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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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골프장, 과천청사 공급 '원점', 주민 반대에 난항

말잔치 뿐인 정책→집값 폭등...불신이 불러온 부동산 정책 참사

아주경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광진구 주택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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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며 내놓은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태릉, 용산, 과천 등 정부가 지목한 주택공급택지는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1년이 지나도록 아직 한 걸음도 못 뗐다. 업계에서는 주택공급에만 매몰된 정책이 도시계획을 왜곡하고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원점으로 되돌아간 태릉골프장, 정부과천청사 공급계획...용산, 강남서도 반대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13만2000가구 규모의 신규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사업이 확정된 곳은 전무하다.

8·4대책은 정부가 소유한 부지를 활용해 서울에서 3만 가구,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을 통한 2만4000가구, 재건축을 통한 7만 가구 공급 등이 골자다. 이 가운데 최근 국토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제외하면 현재 사업이 구체화 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사업 예정지 가운데 1만 가구 공급으로 가장 기대가 컸던 태릉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상반기 내 지구 지정 등 사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와 노원구, 주민들의 반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구 과밀화, 교통인프라 부족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노원구와 서울시 등이 각각 '공급계획 축소(1만가구→5000가구)', '원점에서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짓겠다고 한 계획과 서울 용산캠프킴 부지에 31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과천에서는 8·4공급대책에 반발한 주민들이 과천시장을 주민소환 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주민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청사부지 대신 주택공급 대체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용산캠프킴 부지 공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용산 주민들의 반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용산구가 지난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통해 캠프킴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신설하고, 이 일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하면서 주택공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용산구는 이 일대에 상업·업무(오피스) 기능과 공공청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용산 정비창 개발의 밑그림인 마스터플랜 공모도 지연되면서 정부의 내년 택지개발지구 지정도 연기될 전망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과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서부면허시험장, 상암DMC 미매각 부지도 주민 반발이 거세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8·4 대책에 앞서 발표된 5·6 대책에서 정부가 언급한 용산철도정비창과 강남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도 공공 임대주택 공급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상황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조급증이 낳은 최악의 정책 참사...원점서 재검토

1년이 넘도록 주민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는 배경에는 인구 과밀화 우려와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교통혼잡 등에 대비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설익은 대책이 오히려 지금의 집값 상승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급폭탄 수준"이라며 정책을 소개할 때마다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된 뒤 결국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집값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18로 8·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대비 14.26% 증가했다. 서울은 1년 전보다 14.57% 늘었고 경기와 세종 매매가격지수도 각각 20.62%, 31.81%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전국 전세가격지수도 10.72%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급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책이 많아 수요자들이 '곧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 어려웠다"면서 "처음에는 약발이 먹혔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정책 당국이 '양치기 소년'이 됐고, 나중에는 그 어떤 대책도 신뢰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지르고 보자'식의 조급증이 후폭풍만 양산했던 지난 1년이었다"면서 "기본적으로 땅값이 매우 비싼 용산, 삼성, 여의도 등에 왜 소형 임대주택을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도 고민도 없었다. 도시 전체 효율성은 물론 경쟁력 측면에서도 모두 후퇴한 만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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