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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신 열무국수, 그 면은 어디에서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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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률 1% 속 옥천 농민들의 노력... 건강한 우리밀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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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 밀밭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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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지요
농부가 씨를 뿌려 흙으로 덮은 후에
발로 밟고 손뼉 치고 사방으로 둘러보네"
- 노래 '밀과 보리가 자라네' 가사


밀은 한때 우리나라 대표 겨울 작물이었다. 가을 벼 수확 후 파종해 그해 겨울을 나는 밀은, 다른 작물에 비해 잡초나 병충해 피해가 적은 데다 별다른 소출이 없는 봄여름의 주요한 수익원이었다.

밀은 인간이 농사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재배를 멈춘 적이 없는 작물이기도 하다. 전세계 인구의 30%는 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데다, 우리 역시 1인당 연간 30kg이 넘는 밀을 먹고 있다. 쌀 다음으로 높은 소비량을 차지해 '제2의 주식'으로 불리지만,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밀밭 풍경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늦봄의 푸르른 밀밭, 혹은 초여름의 황금빛 밀 물결이 우리 낭만 속 기억으로만 자리 잡게 된 것은 왜일까.

옥천 밀을 지키려는 움직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kg(2019년 기준). 1970년대 소비량(130kg)에 비하면 엄청난 감소지만, 여러 양곡 가운데 부동의 1위다.

그 뒤를 바짝 쫓는 곡물이 있다. 바로 '밀'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 32.6kg(2019년)이라는 숫자 외에, 우리 밥상 위 풍경만 보아도 밀을 제2의 주식으로 꼽는 건 어렵지 않다. 시원한 열무국수도, 마트를 가득 채운 라면도, 치킨의 바삭한 튀김옷도, 해물파전 반죽도 모두 밀가루를 원료로 한다. 빵이나 파스타도 물론. 이제 밀 없는 식탁은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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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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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이렇게나 많이 쓰이는 밀의 자급률이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 1980년대 농산물수입개방 이후, 밀 관세율 역시 줄곧 바닥이었다. 1984년 밀 수매제도 폐지에 이어 1990년대 밀 알곡 관세까지 폐지되면서 전국 밀 재배 농가는 크게 감소한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수입 밀. 값싸게 대량 수입한 밀은 대형 제분소에서 밀가루로 가공되고, 그 밀가루는 다시 공장에서 국수, 라면 등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착된 대량생산체제다. 소규모로 재배되는 우리밀이 파고들 자리는 없다. 한때 0%대(1990년 0.05%)까지 떨어졌던 우리밀이 그나마 지금의 자급률을 지키고 있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밀 산업육성법을 시행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밀 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5년 5%, 2030년 10%까지 올릴 것을 발표했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8년부터 자급률 확대 목표를 5년 단위로 발표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대해 낮은 자급률 원인인 가격·품질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 입각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가운데, 충북 옥천에서는 우리밀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안남면, 청성면, 안내면 등이 주요 생산지. 대청호 상류지역으로 오염에 민감한 옥천의 상황은, 한편으론 친환경 농업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질 계기가 됐다. '심어놓으면 알아서 잘 크는' 밀은 화학 농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선택지였다.

특히 안남면의 경우 2000년대 초 밀 재배를 시작한 유원균 농민을 필두로 점점 생산자가 늘어나 2007년에는 작목반이 꾸려졌다. 그전인 2006년부터 한살림과 전량 공급 계약을 맺고 무농약 밀을 출하하기도 했다. 현재는 옥천살림협동조합(이하 옥천살림)에서 대부분을 수매해 백밀·통밀가루, 통밀쌀로 가공하고,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급·간식에 공급하는 중이다.

옥천 땅에서 자란 밀이 우리 밥상에 전해지기까지 여러 방면의 노력이 뒷받침했을 테다. 99%의 수입 밀에 밀려난 우리밀을 지역에서부터 지켜낸 걸음들. 그중 가장 첫 순서이자 중요한 단계인 생산을 맡는 농민들을 만났다. 옥천에서 '옥천푸드 인증' 혹은 '친환경 인증'을 통해 밀 농사를 짓고 있는 열여섯 명의 농민이다. 여기서는 그중 대표로 전병천씨 이야기를 소개한디.

건강한 우리밀을 기르는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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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 안남면 종미리에 5대째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전병천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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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 안남면 종미리에서 밀 농사를 짓는 전병천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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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어른들이 해오신 것을 이어받아서 짓는 거죠."

안남면 종미리에 5대째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전병천씨. 스무 살 남짓에 농사를 시작해 벌써 50년 경력이다. 집안 대대로 이어오던 밀 재배를 본격적으로 확장한 지는 15년쯤 됐다고. 그 규모가 2만3천㎡(약 7천 평)에 달한다.

"밀은 봄에 파종하면 맛이 현저히 떨어져요. 그래서 가을에만 파종하죠. 옥천은 겨울이 길어서 밀 맛이 좋아요."

봄 파종도 가능하지만 "밀과 보리는 추운 겨울을 꼭 지나야만 제맛이 난다"는 생각으로 가을 파종을 고집한다. 새금강밀, 조경밀 등 여러 우리밀 종자 중 만생종인 금강밀을 기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 늦게 수확할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진다고.

올해 수확은 6월 14일.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풀이 많이 자라있었다. 콤바인에 계속 끼는 풀을 빼주느라 작업 시간이 늦어졌다. 초여름 햇볕에 땀도 비 오듯 흐른다. 그래도 그는 마냥 편안한 얼굴이다. 천천히, 밤에라도 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옥천살림에서도 그렇고, 알음알음 아는 분들도 오랫동안 꾸준히 찾아주세요."

열심히 수확한 밀은 "다시 생산되기 전에" 다 판매된다. 옥천살림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단골손님에게도 인기가 좋다.

"수입 밀보다 비싸도 건강 생각하는 사람은 다 우리밀을 선호해요."

보리, 쌀, 인삼 등 다른 작물도 함께 짓는 전병천씨는 늘 바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지만, 어떤 일보다 가장 마음 편하고 행복한 일이 농사라고.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것이 행복해요. 좋아서 짓는 농사니까, 밤이든 낮이든 열심히 하는 거죠."

여유로운 마음은 어디에도 쫓기지 않는 삶에서 비롯됐다. 전병천씨의 하루는 자신만의 박자와 자연의 흐름에 맞춰 흘러간다. 산들바람에 넘실넘실 춤추던 그의 밀밭처럼, 편안한 모습이다.

(* 이밖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래도록 우리밀을 지켜온 옥천 농민들의 이야기는 <월간 옥이네> 2021년 7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판로 해결 및 친환경 농사에 대한 지원 확대, 지역 푸드플랜의 중요성을 우리 농민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우리밀 자급률 높이기 위한 정책 지원·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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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오전 안남면에서 진행된 우리밀 수매 현장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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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오전 안남면에서 진행된 우리밀 수매 현장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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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농가와 농민단체의 노력으로 옥천에서 생산되는 밀의 양은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2만4천kg이던 옥천 밀 수확량은 2018년 7750kg으로 줄어들지만, 이후 지역 내 소비처를 계속 발굴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면서 생산농가도, 수확량도 늘었다.

이는 옥천살림의 수매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옥천살림이 수매한 밀의 양은 1만9천kg까지 늘어났고, 올해 6월의 경우 3만8천여kg을 수매했다(옥천푸드 인증 밀은 40kg당 4만5천 원, 무농약/친환경 인증 밀은 5만 원에 수매). 앞서 농민들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옥천살림협동조합의 밀 수매가 밀 농가를 늘리고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기존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급·간식 등 공공급식 영역, 제빵 영역 외에 국수면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옥천살림 정은주 생산지원팀장은 "올해 수매한 밀 중 일부로 국수를 만들어 직매장을 통해 판매하려고 한다"며 "일반 백밀국수, 감자국수, 현미국수 등 세 종류로 8월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수는 지역 내 제조 가능한 시설이 없는 형편이라 전북 정읍에 있는 업체를 통해 OEM(오이엠, 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된다.

반면, 비교적 생산은 늘었지만 이를 위한 지역 차원의 육성·지원책은 없어 아쉬움을 산다. 당장 수확철엔 수확할 기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려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이야기다.

지난겨울 논과 밭에 밀을 파종했지만 논에 심은 밀을 제때 수확할 수 없어 모두 갈아엎었다는 전홍신씨는 "밭에 심은 밀이야, 콩 조금 늦게 심으면 되니까 큰 상관이 없었는데 논에 심은 밀은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모내기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농기센터 임대사업소에 글라스콤바인(밀, 콩 등을 수확하는 데 적합한 콤바인)이 1대만 더 있어도 상황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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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의 낱알에 제분율이 70%대로 높은 금강밀은 제면용에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옥천 농민들이 키워낸 금강밀 알곡.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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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민간의 노력을 넘어 정책 지원과 육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우리 정부가 밀 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2025년까지 밀 자급률을 5%대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방법이 지역 차원에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계뜰영농조합법인 이선우 대표는 "농기계만 해도 개별 농가가 갖추고 있기엔 너무나 큰 부담이 되는데 현재의 농기계 임대사업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다"며 "농기계나 인력 등 생산농가 운영 지원은 물론, 이를 지역 먹거리 복지 차원으로 보고 민관협력을 통해 주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옥천살림 주교종 이사는 "우리밀 소비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돈 되는 농사'는 아니지만 밀을 지켜온 농민들이 있었고, 우리 먹거리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이들이 계속 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며 "정부의 밀 자급률 5% 계획에 맞춰 우리 역시 지역 차원에서 이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밀 생산 및 소비 육성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군은 우리밀과 관련해 특별한 육성·지원책을 갖고 있지는 않다. 향후 육성 계획 역시 같은 상황. 밀 수확을 위한 농기계 확보 역시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 기사 인력 확충 등 예산의 문제가 있어 당장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옥천군의 입장이다.

월간옥이네 통권 49호(2021년 7월호)
글·사진 박누리, 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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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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