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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무관심 올림픽? 재택하며 모니터 2개로 응원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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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할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뜨겁기만 하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얘기다.

지난 23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 66%는 도쿄올림픽에 '별다른 흥미가 없다'고 답했다. 개최 직전인 20~22일간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에서다. '관심 있다'는 답은 32%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개막 전 여론 조사에서 '관심 없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게 처음이라 '역대급으로 썰렁한 올림픽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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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대가 타오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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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다'더니…올림픽 관련 앱 '폭풍' 설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29일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 애니에 따르면 이달 23~25일 공식 올림픽 앱 일일 최대 다운로드 수와 그 전 7일간의 다운로드 평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증가율(1750%)이 중국(2270%)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중계권을 가진 스트리밍 앱 아프리카TV의 경우 개막부터 사흘간 일일 최대 다운로드 수가 그 전주보다 90% 증가했다고 한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4-0 승리를 거둔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 경기 누적 시청률은 33%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상 첫 무관중 올림픽에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이번 올림픽은 어떻게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걸까. 당초 관심이 없었다가 지금은 열혈 시청자가 된 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리해보면 ▶시차 없는 실시간 경기에 재택근무 ▶새로운 스타 탄생과 메달 행진 ▶드라마 같은 성공스토리 ▶MBC 중계, 젠더 이슈 등 논란 등으로 요약된다.



①시차 없는 실시간 올림픽과 재택근무



코로나 4차 유행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이모(33)씨의 책상에는 두 개의 모니터가 있다. 이씨는 "하나는 업무용이고 하나는 올림픽 시청용"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니 편하게 틀어놓는다. 이전 올림픽들은 시차가 있었다. 이번에는 실시간으로 시청하기 좋다. 집에 있으니까 점심시간에도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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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가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과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월계관 모양 반지를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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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당초 관심이 올림픽에 ‘누가 나오냐’가 아니라 ‘하느냐 마느냐’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덜했고 기대도 안 했다"면서 "펜싱의 경우 이번에 처음으로 챙겨봤는데 스릴 넘치는 종목이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3)씨 또한 "시차가 없고 재택근무를 하니 중계를 배경음악처럼 틀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 챙겨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선수들 이름을 줄줄 외우면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게 됐다. 회사 동료들도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화상회의에서도 올림픽 얘길 한다"고 했다.



②새로운 스타 탄생과 메달 행진



양궁 김제덕(17)과 탁구 신유빈(17), 수영 황선우(18)는 올림픽에 처음으로 나와 패기와 당당함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김제덕은 지난 24일 안산(20)과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따며 올림픽 최연소 남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어머니 없이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챙긴다는 사연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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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수영 황선우·탁구 신유빈·양궁 김제덕 선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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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신동'으로 영재 발굴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얼굴을 알린 신유빈은 58세 노장 중국계 룩셈부르크 니시아렌을 이겨 주목받았다. 수영의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100m 종목에서 아시아신기록을 달성했다. 직장인 A(52)씨는 "세대교체가 되는구나 싶더라. 올림픽을 보며 희망을 봤다"고 했다. "김제덕이 나온 양궁 경기를 모두 챙겨봤다. 대단했다. TV를 틀면 거의 올림픽 중계만 해서 온 가족이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궁과 펜싱 등에서의 메달 행진이 올림픽 관심에 기여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③드라마 같은 스토리텔링



어떤 경기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다. 직장인 양모(28)씨는 "양궁의 오진혁 선수가 마지막 화살이 과녁에 꽂히기도 전에 '끝'이라고 외치는 걸 보고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태권도 이다빈 선수가 구기 종목의 버저비터처럼 1초를 남기도 상대 머리를 때려 이기는 순간이 너무 짜릿했다. 경기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스며있어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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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대만과의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오진혁(왼쪽), 김제덕, 김우진(오른쪽)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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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신유빈 선수와 대결한 니시아렌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면서 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인터뷰하는 걸 보고 자극이 됐다. 내 일에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외에도 4번의 연장전을 거쳐 동메달을 따낸 재일교포 3세 안창림 선수와 코로나 감염을 극복하고 메달을 따낸 펜싱 대표팀이 인상 깊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④중계 논란, 젠더 이슈 등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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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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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 때문에 오히려 올림픽에 관심이 생겼다는 이들도 있었다. MBC는 개회식 중계방송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 사진을 넣었다. 노르웨이 소개에는 연어, 루마니아 소개에는 드라큘라를 넣어 비판을 받았다. 결국, MBC 사장이 나서 사과를 했다. 이외에도 양궁 안산 선수의 숏컷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 논란, 노르웨이 비치 핸드볼 대표팀과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 선수들이 노출이 덜한 유니폼을 선택한 일 등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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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긴 바지를 입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사진 파울린 쉬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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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번 올림픽은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 선수가 172명으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많아 화제가 됐다.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선수의 실제 출전이 이뤄진 첫 올림픽이기도 하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김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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