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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쥴리說의 근원지 ‘열린공감TV’에 접대부 증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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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공감TV 스스로 “ 허상이고 가상일 수 있다” 안내

증언자 정모씨 “클럽이라곤 말 안했다” “접대부? 열린공감TV에 물어보라”

열린공감TV “증거 있는데, 윤석열 본선 가면 터뜨릴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비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쥴리’라는 멸칭(蔑稱)과 ‘술집 접대부설’은 작년 9~10월 열린공감TV라는 친여(親與)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처음 등장했다. 해당 영상에는 ‘단독특종!’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자신들이 ‘접대부 쥴리 이야기’를 처음으로, 유일하게 공개한다는 의미였다. 열린공감TV는 시중에 떠도는 ‘윤석열 X파일.pdf’라는 파일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최근 드러난 단체다.

조선일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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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이 ‘쥴리 호텔 접대부설’을 처음 설명한 열린공감TV 영상(2020년 9월27일자, 10월1일자)을 확인한 결과,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자로 영상에 등장한 이는 딱 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김건희씨 모친과 18년간 소송전을 벌여 여러 번 패소한 사업가 정모씨다.

정씨의 증언은 “소문만 얘기한다” “~했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한다”는 식이었고, ‘접대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열린공감TV는 이 영상 도입부에서 “소문이고 기억” “이야기는 허상이고 가상일수도 있다”고 했다. 이후 열린공감TV는 방송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허구’ ‘가상’ 등의 사전 설명을 빼는 경우가 많았다. ‘접대부 쥴리설’은 여권 지지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유일 증언이 ‘접대부’ 아닌 ‘작가 쥴리’… 증언자는 소송 맞상대

본지 취재 결과, 열린공감TV의 작년 9월27일 올린 영상에서 ‘쥴리’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영상에서 채널 운영진은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종업원 중 일부가 저희한테 제보하기를, 당시 라마다 르네상스 사주인 조남욱 회장의 눈에 띄어서, 개인 수발비서로 발탁이 됐던 영문명을 쓰고 있는 그런 여성이 한명 있었다고 하는데…”라고 정씨에게 묻는다.

그러자 정씨는 “이쪽 송파에서 소문만 얘기합니다잉~”이라고 운을 떼고는, “린다김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성이 들어가지 않느냐”며 “근데 얘(김건희)는 김을 성에다 안넣고, 한글 하나도 안넣고 쥴리라는 이름을 썼다는 얘기를 합니다, 쥴리”라고 남의 말을 빌어 답했다. 그러자 운영진은 “저희도 쥴리란 이름을 확인해서 크로스체크 차원에서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그러면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씨 발언을 듣기 전 자신들이 먼저 ‘확인했다’는 증거는 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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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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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나흘 뒤인 작년 10월1일, 열린공감TV는 ‘단독특종!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쥴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린다. 영상은 초반부 내레이션을 통해 “본 내용은 팩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팩트라고 단정할 순 없다. 소문이며, 기억이고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열린공감TV가 팩트로 확인된 내용들도 분명 존재한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허상이고 가상일수도 있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영상에서도 의혹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라는 이야기도 있다” “~라고 한다”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등의 내레이션으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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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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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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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영상에서 열린공감TV는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지하에 고급 나이트클럽(볼케이노)이 있었고, 많게는 접대부 100여명이 근무하며 속칭 ‘2차’를 나갔다고 한다”면서 “클럽의 A급 여성 중에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조남욱 회장의 마음을 사로 잡은 여성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쥴리였다고 한다”고 진행자 내레이션으로 주장한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터뷰 상대로는 다시 ‘정씨’가 등장한다. 정씨는 “김명신(김건희씨의 옛 이름) 이름을 안쓰고 ‘쥴리’라고 썼대요. 쥴리작가, 뭐 작가로 쥴리라고 썼대요”라고 말한다. 정씨 대답은 이번에도 들을 얘기를 전하는 형태였다. 또 ‘접대부’가 아니라 ‘작가’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아~ 그 이름이 (접대부와) 같은 이름일 수도 있네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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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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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공감TV는 이어 “조 회장의 모임에 초대된 여러 명의 제보자 중 당시 한 여대생이었던 사람은 처음 ‘쥴리’의 파트너는 다른 검사였다고 한다. 통상 파트너를 잘 교체하지 않는 업계 룰 상 이상하게 다음부터 남자 파트너가 바뀌었는데 그가 양모 검사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허위일 수 있다”고 방송한다. 제보자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영상에서도 김씨가 클럽의 접대부였다는 목격자 증언이나 자료는 제시되지 않는다.

◇”쥴리가 접대부냐” 질문에 증언자, “나는 쥴리라고만 했다”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클럽 볼케이노가 검사 접대 장소로 활용됐다는 방송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000년대 초반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던 최모씨는 “당시 볼케이노는 엘루이호텔의 쥴리아나, 선샤인호텔의 보스677, 반포 매리어트호텔 지하의 시두스 등과 함께 2030들이 몰려와 춤 추고 놀던 핫플레이스였지, 성매매 접대 업소가 아니었다”고 했다. 공기업 대외협력담당 임원 출신 정모씨는 “높은 분들에 대한 접대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은밀한 룸살롱 같은 곳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특히나 유튜브 내용처럼 접대받을 사람의 파트너가 미리 정해진 상황이라면 굳이 젊은애들 바글거리는 나이트클럽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튜브 영상은 29일까지 조회수 45만회를 기록했고, 게시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 3일에는 또 다른 친여 성향 유튜브인 ‘시사의 품격’에 그대로 게시돼 조회수 66만회를 기록했다. 이어 다른 친여 성향 유튜브와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서 쥴리 접대부 의혹이 집중적으로 전파됐다.

당시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원전 사건,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불법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11월에는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9년 청와대에서 나란히 앉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이었으며, 가장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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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공감TV는 이후 쥴리 의혹의 내용을 조금씩 바꾼 영상물을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최근 영상들에선 ‘허위 일 수 있다’ ‘소문’ 등 사전 안내를 빼버리는 경우도 많다.

조선닷컴은 30일 열린공감TV의 증언자 정씨와 통화했다. 정씨는 ‘’김명신, 김건희의 예명은 쥴리다. 그건 확실하다”고 했다. ‘쥴리 예명이 클럽에서 사용된 것이냐’는 질문에 정씨는 “그건 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접대부설은 믿을 수 있는 얘기냐’는 질문에는 “그건 그쪽에다 물어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접대부 쥴리설에 관한 열린공감TV 측의 사실 확인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조선닷컴 질문에 “방송 전에 확인이나 해명을 구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열린공감TV “증거 있다. 그런데 윤석열 본선 가면 터뜨릴 것”

조선닷컴은 29일 열린공감TV 측에 ‘단독특종 영상을 보면, 정씨 전언 외에 쥴리 김건희가 접대부라는 다른 증인이나 증거은 영상에 나오지 않던데, 존재하느냐’고 물었다. 열린공감TV 측은 “그 이후에 저희가 몇번 (올렸다)”고 했다. 또 “올해 6월30일 올린 영상의 54분16초 부분부터 확인해보면 쭈욱 나오는 제보자들이 있는데, (쥴리 접대부설을) 들어봤다는 사람도 있고, 봤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열린공감TV가 제시한 영상의 해당 대목에는 총 5차례의 인터뷰가 나왔다. 인터뷰마다 음성 변조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동일인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 인터뷰에서도 ‘김건희 또는 김명신이 쥴리이며, 접대부’라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는 증언은 없었다. 열린공감TV 관계자는 “(증거를) 갖고 있는데 터뜨리지 않고 있는 거다. 윤석열이 본선에 가면 터뜨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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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강남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작년 10월 처음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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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공감TV 측이 ‘제보자들 증언’이라고 제시한 발언들은 <아래>와 같다. ‘누가’ ‘누구를‘ ‘어디에서’ 등과 같은 핵심 내용은, 증인과의 대화 중 질문에서도 답변에서도 나오지 않고, 증인과의 대화를 전후해 열린공감TV가 내레이션을 통해 ‘~라 한다’라는 식으로 설명됐다.

<아래>

△증언1: 음성변조됨. 증언자의 성별·나이·직업 등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음

“쥴리라는 이름은 특이해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알거라고, 그런 이름은 안쓴다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고요. 거긴 그러니까 판검사는 많았던 건 사실이래요.”

△증언2: 음성변조됨. 증언자의 성별·나이·직업 등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음

“당시 강남에 엘루이호텔이란 게 있었는데, 그 지하에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이 있었어요.그 줄리아나 나이트 클럽에서 근무를 했던 그 남자가 이제 그…”

△증언3: 음성변조됨. 증언자의 성별·나이·직업 등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음

(질문: 김명신이란 이름 못들어보셨죠) “그건 모르겠어요” (질문: 쥴리란 이름은 들어보셨죠) “네”

△증언4: 음성변조됨. 증언을 들려주기에 앞서 ‘국민대 조형대학원 동기였다는 분’이라고 사전 설명, 그러나 증언자가 직접 겪은 일인지 들은 일인지 밝히지 않음. 증언자의 성별·나이·직업 등 다른 정보 밝히지 않음

“김명신씨랑 약간 친분이 있어서 김명신씨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고, 놀러갔다가 굉장히 여러가지… 어 이사람이 뭐하는 사람이지에 대한 굉장히… 그게 아마 지금 살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그 집이었던 거 같고” (아크로비스타) “같이 다니는 학생으로서,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 이사람 뭔가…”

△증언5: 음성변조되지 않은 남성 목소리로 추정. 증언자의 성별·나이·직업 등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음

“나는 확실히 같이 활동하던 애가 쥴리라고 했단 것을 들었고, 하여튼 그 저기 쥴리는 맞아. 쥴리는 같이 다녔던 애야. 결혼식에도 참석해. 유일하게 여성으로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했던 애야”

[장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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