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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아파트 빵" 대책 '뻥'이었다···전세시장 혼란 내몬 임대차3법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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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키] 임대차법 시행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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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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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지금은 임대인의 신뢰 보호 측면보다 임차인을 강하게 보호해야 하는 공익이 더 강하다. 빨리 통과시켜 주는 것이 적절하다.”(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난 10여년 동안 관련 데이터, 해외 사례들을 연구하고 검토해왔다. 법무부·국토부·국회가 여러 차례 숙의 과정을 거쳐 현재 시장의 수용성이나 연착륙을 고려해 마련한 최적의 대안이다.”(박선호 국토부 차관)

“소위에 회부되지 않고 처리되는 것은 졸속 입법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2020년 11월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5개월 정도 시장에 불안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제도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겠다…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19일 발표한) 전세공급 대책이 신속하게 이뤄지면 내년 봄쯤 시장에 안정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김현미 국토부 장관)

2021년 7월



“신규 계약의 경우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지만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상한제·신고제)의 효과와 전·월세 시장 상황은 비중이 더 큰 데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갱신 계약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임차인 다수(계약갱신율 78%)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5년간 2억원대를 유지하던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1년 새 4억원으로 뛰었다.”(서울 노원구 김모씨)

임대차 3법 시행 1년. 정부의 장담과 반대로 전세시장은 혼란의 도가니가 됐다. 집값 급등에 이어 전셋값이 치솟으며 무주택자는 ‘벼락 거지’에서 그치지 않고 ‘벼락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1년 전 국회 통과 의사봉 소리에 묻힌 전주혜 의원의 발언이 생생하게 울리는 이유다.

전세시장이 폭염 못지않게 뜨겁다. 6~7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20년 만에 가장 높다. 전국 2.36%, 서울 2.59%다. 이전 최고가 2001년 전국 3.05%, 서울 3.69%다.



17.97%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전국이 2011년 이후, 서울은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7.97%로 그전 1년(3.4%)의 5배가 넘는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 2% 정도의 안정세가 임대차법 시행 이후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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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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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강북지역이 임대차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차법 시행 전·후 1년간을 비교하면 강남 11개구가 4.22%에서 17.49%로 상승률이 4배 올랐다. 강북 14개구는 2.46%에서 18.52%로 9배 뛰었다. 지난 1년간 강북에서 노원구(22.86%)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지난해 7월까지 5억원 이하이던 노원구 중계동 5단지 전용 84㎡가 이달 초 7억4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연간 50% 상승률이다. 2014년 7월 거래 금액이 3억200만원이었다. 상승률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전 6년간 오른 금액이 지난 1년간 뛴 셈이다.

강남에선 송파구(23.33%) 상승이 두드러졌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 최고 금액이 지난해 7월 10억6000만원에서 이달 14억원으로 32% 올랐다.



13만6000명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전세난민’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서울의 인천·경기도 순이동자(전입-전출)가 13만6000여명이다. 2018년 14만여명에서 지난해 10만명 아래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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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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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난은 임대차법이 불을 붙이자 주변에 늘려 있던 각종 인화성 물질들이 화력을 키운 식이다.

2년 치이던 전셋값을 4년 치만큼 한꺼번에 올리면서 상승 폭이 커졌다. 여기다 코로나 유동성 급증, 매매시장 규제 후폭풍, 공급 감소, 가구 변화 등이 맞물려 상승세를 증폭시켰다.

유동성 증가 등으로 집값 상승률도 지난해 8월부터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집값이 올라가면 자연히 임대료(전셋값)도 오르기 마련이다. 금리가 낮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부담 능력도 좋아졌다.

실거주 대출, 양도세 감면 거주 요건 등 거주에 초점을 맞춘 집값 규제가 전세 매물을 감소시켰다. 전체 거래량은 비슷하더라도 계약갱신율이 올라가면서 해당 지역 주요 단지 위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한 새 주인이나 절세를 위해 실거주하려는 주인이 들어가는 것이다.



1300건→700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 건수가 2019년 1~6월 1300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700여건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킨텍스꿈에그린도 같은 기간 전세 건수가 150여건에서 60여건으로 급감했다. 기존 전셋집 상당수가 집주인이 입주하며 거둬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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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임대차 재계약이 돌아오면서 전세 계약이 절반으로 줄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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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에도 전세 물량이 확 줄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전체 가구수 중 준공 6개월 내 전세 계약 비율이 올해 입주한 고덕자이의 경우 11%였다. 2019년 준공한 래미안솔베뉴가 25.5%였다. 새집 전세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주요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데다 거주하지 않으면 높은 세율 적용을 받아 거주 여부에 따른 세금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급증세를 보였던 세대수가 올해도 많이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서울 주민등록 세대수가 0. 71%(3만여세대) 늘었다. 지난해(2.27%)보다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연간 기준으로 1% 넘는 증가율이 2018년 이후 4년째 이어지고 있다.



4만1000가구



이런 상황에서 전세시장에 공급될 준공 물량이 줄어든다. 올해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4만1000가구로 2017년 이후 가장 적고 지난해(5만7000가구)보다 30%가량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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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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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가구주택 준공 감소가 두드러진다. 서울에서 연간 1000개동 정도에서 지난해 510개 동으로 감소했다. 한 개 동에 5가구 정도 거주할 수 있어 동 수는 500개가량 줄지만 거주 가구수로는 2500가구 감소한 셈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급증하고 있는 1~2인 가구가 다가구주택에 많이 산다”며 “다가구 감소는 소규모 가구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없다. 전셋값 상승 요인 중 위력이 떨어질 게 안 보이기 때문이다.



유지·수정·강화 세 갈래



복잡하게 얽힌 전세난 실타래를 단칼에 해결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 전세시장 압력을 뺄 수밖에 없다. 전세 잠김을 가져온 재건축 조합원 거주 요건을 정부가 추진하지 않기로 한 점이 교훈이 될 수 있다.

임대차법 손질을 요구하는 주장이 많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소장은 "전세시장에 부작용을 낳는 각종 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전세난의 시작이 된 임대차법 시행을 당분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차법을 유지해야 한다면 완화해 지역별로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대차법을 중단하고 과도기적으로 임대차 의무기간을 기존 2년과 계약갱신권 4년의 중간인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3년은 중고교 과정과 같아 학군 수요를 분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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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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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선 대상으로 신규 계약으로 확대해 임대차법을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정부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당분간 제도의 안착을 위해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규 계약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거세지고 계약갱신 1년이 지나며 기존 세입자가 안은 ‘시한폭탄’의 시계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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