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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엄마는 숨진 돌쟁이 업고 버텼다…230명 살린 '기적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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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태풍에 주민 고립 현장 관광자원화



지름 4m 물탱크서 밤새워…주민들 극적 구조



중앙일보

충북 단양군 단압응 증도리에 있는 단양강 시루섬은 고립된 주민 230여 명이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있는 섬이다. [사진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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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마을 전체가 물바다가 되자 주민 수백명이 물탱크 위로 올라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충북 단양 시루섬이 생태관광지가 된다.

단양군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190억원을 투입해 단양역 앞 5번 국도와 시루섬을 연결하는 ‘시루섬 생태공원 진입 교량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시루섬은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속하는 약 6만㎡ 면적의 섬으로,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사라진 섬마을이다. 시루섬은 섬 모양이 시루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단양 주민들은 시루섬을 ‘기적의 섬’으로 부른다. 사연은 49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몰 이전인 1972년 태풍 ‘베티’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그해 8월 19일 오후 3시쯤 단양강이 범람했다. 44가구 250여명이 모여 살던 시루섬 전체는 물바다가 됐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 230여명은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 위로 몸을 피한 뒤 물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14시간을 버텨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 속에 있던 돌 지난 한 아기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아이의 어머니는 주민들이 동요할까 봐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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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에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동상이 2017년 조성됐다. [사진 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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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사투 끝에 주민들은 구조됐고, 그때야 아이 죽음을 알게 됐다. 당시 소나무로 올라가 목숨을 건진 주민도 있다.

물난리 이후 주민들은 모두 시루섬을 떠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단양에 거주하고 있다. 시루섬 사연은 군이 2017년 적성면 애곡리에 조성한 시루섬 기적 소공원에 ‘14시간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로 새겨져 있다.

단양군은 사업비 19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단양역에서 시루섬을 거쳐 맞은편 남한강변을 잇는 길이 600여m, 폭 1.5m 현수교를 만든다. 이 다리 이름은 ‘기적의 다리’다. 시루섬에는 남한강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2.5㎞ 둘레길도 조성된다.

시루섬이 충주댐 건설 이후 수몰되면서 수십 년 동안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았던 만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단양군의 설명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루섬은 소금 뱃길로 상인들 뱃노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부흥했던 지역이었다”며 “시루섬 생태공원 진입 교량사업이 추진되면 인근에 명소가 많아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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