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국내 가상화폐 '분류별' 규제 가닥...어떻게 나뉠까 [코인노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인노트-12] 3만달러 선이 무너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던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시세가 최근 다시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예상도 많았지만 어느 새 여러 국가에서는 제도권 내 규제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입니다. 어찌됐든 얼마간은 지속될 시장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1만종을 훌쩍 넘길 정도로 너무 많은 가상화폐가 생겨난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수많은 코인들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 금융당국도 코인들을 기능별로 분류해 규제를 용이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580여 종을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아도 현행법을 활용해 일부 코인 시장을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화폐 관련 입법 논의가 시작되긴 했지만 형태와 기능이 다양한 코인들을 하나의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데, 분류가 명확해지면 일부에는 현행법을 적용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한 겁니다. 예를 들어 '증권'과 유사한 성격의 코인에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분류법은 영국 금융감독청(FCA), 스위스 금융당국인 핀마(FINMA), 유럽연합(EU) 등이 활용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데, 기능에 따라 △지급결제형(지불형·교환형) △증권형 △유틸리티형 등 3가지로 가상화폐를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고려할 때 가상화폐 분류를 이해하면 시장과 정부 규제의 방향을 이해하는 일이 한결 편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에서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상화폐들을 중심으로 코인 분류법을 간단히 살펴보려 합니다.

◆지급결제형(지불형·Payment) 코인

지급결제형 코인이란 말 그대로 실생활에서 화폐처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된 가상화폐입니다. 지불형 코인 중 대표적인 가상화폐는 단연 비트코인입니다. 시가총액 상위 가상화폐 중에서는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 캐시(12위)나 라이트코인(13위)도 마찬가지로 지불형 코인에 해당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지와 엄청난 가격 상승세로 화제를 모았던 '도지코인' 또한 지불형 코인으로 분류됩니다. 애초에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개발된 가상화폐가 아니다 보니 개인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도지코인의 가장 인기 있는 용도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 사례금(tipping)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용자끼리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후원하는 등 용도에 사용한다는 건데 일종의 지불(또는 기부) 행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지급결제형 가상화폐는 현행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워 새로운 법을 필요로 할 전망입니다. 일단 교환이나 지급 과정에서 탈중앙화된 분산원장 네트워크를 통해 중개업자 없이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제도권 규제가 곧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라면 간접적으로 규제가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비트코인 등 지불형 코인 자체의 거래에 대해서는 직접 규제를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코인들을 규제하려면 정부가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형(Security) 토큰

증권형 토큰이란 전통시장의 주식, 채권,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자산의 가치를 토큰과 연계한 가상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채권과 연계된 증권형 토큰을 사면 실제 소유권이 생기는 것이고, 부동산을 쪼개서 연계한 증권형 토큰을 사면 해당 건물에 대한 지분을 인정받게 되는 겁니다.

이런 가상화폐를 소유하면 마치 증권처럼 이자나 배당, 지분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지분을 토큰화한 부동산수익증권(DAB)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증권형 토큰은 실물자산을 효율적으로 분할해 소액 투자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배당이나 이자 지급 등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다만 증권화 토큰의 경우 실물 자산과 연계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사실상 전통적 유가증권 등의 디지털 형태이다 보니 당장 규제하기에도 수월한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권 성격을 가진 토큰엔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법을 적용하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려는 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50명 이상에게 투자금을 모집할 때 금융위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모집액이 10억원 이상이면 '증권신고서'도 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코인 투자자들을 모집했던 자유로운 방식은 더 이상 활용이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하면 당국의 규제는 쉬워지지만 '코인 유형'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가총액 상위 가상화폐 중 하나인 '리플(XRP)'의 경우 증권형이냐 유틸리티형이냐를 두고 많은 이들이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리플은 전 세계의 화폐를 빠르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도록 실시간 통화 거래를 위해 개발한 가상화폐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유틸리티 코인'으로 보이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을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리플이 유틸리티 토큰으로서의 사용성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목적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플은 투자 계약 증권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반면 영국 재무부는 지난 1월 리플이 거래에 주로 사용된다며 '거래형 토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특정 코인은 명확히 한 범주에만 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분류 판단이 어려운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 개발된 것일수록 다양한 기능과 특성을 겸하도록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위도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전체회의 서면 답변을 통해 "금융당국에 특정 토큰이 증권성을 갖는지 묻는 질의가 다수 제기됐다"면서 "이런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경우가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세부 기준을 자본시장TF가 마련해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틸리티형(Utility) 가상화폐

유틸리티 가상화폐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발행된 가상화폐입니다. '유틸리티 토큰'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는데, 일단 '코인'과 '토큰'의 일반적인 의미 차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코인은 다른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가상화폐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플랫폼 코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플랫폼 코인이자 유틸리티형 코인입니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 코인이 아니라도 비트코인처럼 다른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화폐 또한 코인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토큰'은 독자적 플랫폼은 없고, 다른 플랫폼 코인 위에서 특정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가상화폐입니다. 자체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겁니다. 세계적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거래용으로 자체 발행한 '바이낸스 코인'은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결국 '유틸리티 토큰'이란 자체 플랫폼이 아니라 특정 플랫폼 블록체인상의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활용해 생성·관리되는 가상화폐로, 일반적으로 플랫폼 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탈중앙화 앱 방식으로 개발됩니다.

비유하자면 플랫폼이 '운영체제(OS)' 내지는 '인터넷 망'이고, 유틸리티 토큰은 그 위에서 실행되는 개별 프로그램 또는 앱인 셈입니다. 현재까지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해 발행된 토큰이 가장 많고, 그 종류도 수천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유틸리티 토큰은 현행법으로 규제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금융당국이 관련 정책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도 유틸리티 토큰은 아직 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쇼핑몰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포인트'의 일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포인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해당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와 연동해 전자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하도록 고안됐다면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임형준 기자]

'코인노트'는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다양한 상식을 전달하고, 코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사기 수법 등 유의해야 할 점도 살펴보는 연재물입니다. 돈이 넘쳐흐를 때 시장은 혼탁해지게 마련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