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황선우 "노빠꾸 질주였죠, 객기인가? 100점 만점에 130점" [단독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 정말 ‘노빠꾸 질주’였죠. 객기 질주인가? 정말 뒤를 생각하지 않는 레이스였네요.”

중앙일보

도쿄올림픽 한국 수영 황선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200m 질주, 한국 최초의 100m 결선 진출, 그리고 스스로가 정말 원했던 50m 질주까지. 황선우의 도쿄올림픽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모든 역영을 끝낸 뒤, 황선우의 얼굴엔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 다 끝냈다는 후련함, 그리고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더 빛나는 내일을 꿈꾸게 했다.

이번 대회, 자신의 성적엔 “100점 만점에 130점을 주고 싶다”고 했고, 집에 돌아가선 얼른 “내 침대에 누워서 편안하게 휴대폰을 하고 싶다”는 열여덟 살, 황선우를 도쿄에서 만났다.

이제 대회를 모두 마쳐 휴식을 원할 법도 하지만 황선우는 “딱 일주일만 쉬고 다시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대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며 눈을 반짝였다.

중앙일보

30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50m 자유형 예선 경기를 앞두고 한국 황선우가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일간 8개 종목에 출전했고 신기록을 6개나 세웠다.

“첫 올림픽이었는데 도쿄에서 무사히 좋은 성적을 마쳐서 후련하다.”

-자유형 200m에서 150m 구간까지 선두권을 달렸다. 하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 속도가 떨어져 7위에 그쳤다. 대한민국이 가장 황홀했던 90초였다.

“그냥 첫 결승이니깐. 뒤에 따라가지 말고, 레이스 올리며 나아가자고 생각했다. 150m 선두권이었는데, 마지막 50m 오버페이스여서 아쉽긴 했지만, 선택에 있어 후회 없는 경기였다.”

-신기록을 6개나 세웠다.

“아 진짜요? 6개나? 엄청 많네요. 일단 종목 뛸 때마다 기록을 경신해서, 저 나름대로 기쁘고,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만약 도쿄올림픽에서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 생각해보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만족하는 경기였다.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번 대회를 터닝포인트로 삼고,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부터 천천히 쌓으면 (2024년) 파리올림픽 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후회 없는 경기를 마쳤다.”

-잘한 것 하나, 아쉬웠던 것 하나를 꼽자면.

“제일 잘한 건 200m에서 기죽지 않고, 선두권을 유지한 거죠. 오버페이스로 보이더라도, 패기 있게 수영한 것에 만족한다. 아쉬운 부분보다 만족한 부분이 더 컸다.”

-천재 같나? 노력하는 사람 같나?

“천재 50, 노력 50 같다.”

-‘천재, 노력, 즐긴다’를 퍼센트로 나누면?

“33%, 33%, 33%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좌우명이나 경기 전에 되 뇌는 말은?

“‘다 받아들여라, 즐겨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고. 어차피 힘든 거니까. 인상 쓰지 말고 즐기면서 한다. 뛰기 전에는 생각을 비우는 것 같다.”

-즐거워 보이는데.

“아주 즐거웠고. 많은 팬, 지인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살면서 이런 응원을 받으니, 기운 나고,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훈련 일지를 쓰나.

“따로 일지는 안 적는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서. 그게 더 편한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건 빼고.”

-도쿄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건.

“일단 제 개인 기록 경신이 목표였다. 좋으면 결승까지 생각했다. 그래도 200m, 100m 둘 다 만족하는 경기였다.”

-100점 만점에 몇 점.

“130점 주고 싶어요. 130점.”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집에 가서 제 방 침대에 누워서, 이불 덮고 정말 편안한 자세로 자고 싶다.”

-선수촌 침대는 괜찮았나.

“안 좋은 소식 많이 나오긴 하는데, 한국에서 지내는 것처럼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중앙일보

30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50m 자유형 예선 경기를 앞두고 한국 황선우가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의 의미를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터닝포인트.”

-어떤 의미에서인가.

“앞으로 수영을 계속해야 할 텐데. 생각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하고, 얻은 게 많아서. 터닝 포인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는데, 21년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나.

“네. 도쿄에서 목표, 그 이상 이뤄내서 만족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2022년 목표가 있다면

“내년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으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

-아시안게임은 정말 기대가 크다.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려야겠다.”

-아직 18세다. 파리올림픽은 물론, 2028년 LA와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

“열심히 훈련해서.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보완할 점은.

“마인드 컨트롤. 100m에서 페이스 훈련을 많이 하면서, 끌어올리는 부분을 보강해야 할 것 같다.”

-선수 생활하면서 원하는 최종 목표는.

“일단 올림픽이랑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대회 나가서 좋은 성적도 내고 싶다. 저도 어리지만, 후배들도 저 보고 열심히 해서. 올림픽 무대에서 후배의 모습을 결승에서 보는 게 소원이다.”

-‘박태환 키즈’처럼 ‘황선우 키즈’가 생겼으면 하는 건가.

”제 후배 중에도 재능 있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가능할 거다.”

-드레슬(미국)이 “18살 때 나보다 빠르다”고 했다. 믹스트존에서 옆을 지나가는데 동공이 흔들리던데.

“그렇게까지는 과장이죠(웃음). 엄청 영광이죠. 최고의 선수가 조언해준다는 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레슬은 키도 크고 몸도 좋은데.

“100m는 단거리다. 피지컬에서 (내가) 달린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저도 좀 차근차근 (근력을) 키워가다 보면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체격을 더 키울 계획인가.

“지금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섣불리 다가가지 않겠다. 한 계단씩, 조금씩 올라갈 생각이다.”

-덩치 큰 선수들과 경쟁에서 어떻게 그렇게 좋은 성적은 낸 건가.

“밑에 물을 잡는 스트로크, 물 뻗는 동작이 좋아서. 왜소하지만 앞으로 잘 나간 것 같다.”

-엇박자 영법을 구사했는데.

“생각 없이 수영하다 보니…. 중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한국 친구들이 ‘수영 빼고 못 한다. 축구를 해도 헛발질한다’고 하던데.

“수영보다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가수 블랙핑크 제니가 축하해줘서. SNS에 ‘손이 떨린다’는 글을 남겼는데.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응원해 주시니까 얼떨떨했다. 감사했다. 수영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ITZY와 블랙핑크 좋아하는 노래는.

“두 팀 노래 다 즐겨 듣는다.”

-양궁 김제덕(17), 탁구 신유빈(17) 등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기는 것 같다.

“또래 친구들이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 저도 즐기는 편이라서. 앞으로도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도쿄= 박린 기자, 온누리 JTBC 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