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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허스토리] '20대 여성의 죽음'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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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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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Words : 여성의 언어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에든 간다.
독일의 싱리학자 우테 에어하르트

Her View : 여성의 관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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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들이 계속해서 말하는 이유 (7월 22일자)


독자님 안녕하세요. 허스토리입니다. 오늘은 '20대 여성의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혹시라도 코로나19가 더한 절망 때문에,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이중 억압과 성차별로,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힘을 내서 이번 뉴스레터를 읽어주세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치 온 사회가 여성을 대상으로 '집단 괴롭힘'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정치권입니다. 대선 국면에서 믿기지 않는 퇴행적 공약이 난무합니다. 하태경 후보는 '남녀공동복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임신, 출산을 한 여성의 경우 면제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을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아닌,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유승민, 하태경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는 지난주 허스토리가 조목조목 반박했었죠.

그 사이 젊은 여성들의 삶은 악화일로입니다. 팬데믹이 길어지는 동안 20대 여성은 전 세대에서 가장 많이 자살시도를 한 집단이었으며, 가장 우울한 집단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무려 전체의 32.1%. 코로나19 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 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우울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2019년 대비 지난해 20대 여성 자살률은 43%나 급증(보건복지부)했습니다. 이런 20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정말 없는 걸까요.

하지만 정치혐오에 빠지기는 일러요. 우리 삶과 밀접한 생활정치를 펼치는 지방의회로 눈을 돌려 볼까요? 전국 곳곳의 광역·기초의원들이 우리 주변 20대 여성의 삶을 살피기 위해 5분 발언과 정책 질문을 쏟아내고 있어요. 발언하기에 앞서 의원들은 '코로나19 전후 20대 여성 자살률 통계' 등 여러 자료를 지자체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관련 자료 없음." 지방의회 의원들은 그제서야 직면하고 맙니다. '아, 우리 사회는 2030 여성의 죽음에 대해 관심이 없구나.'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각자가 속한 의회에서 '20대 여성 살리기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는 것. 4월 19일 황은주 대전 유성구의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명의 의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이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고, 계속해서 말해나갈 것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허스토리가 한국일보의 영상 채널 '프란'과 함께 '20대 여성'을 위로하는 지방 의회 의원 12명의 목소리를 기록했어요. 발언 전문도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아카이빙했답니다. (아카이브 기사 보려면 ▶ https://bit.ly/3y4BvXq )

오늘 허스토리가 하고 싶은 말은, 맨 위의 영상에 모두 담겨 있어요. 5분 남짓 짧은 영상이니 꼭 시간을 내서 봐주세요. 혹시나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20대 여성 살리기' 릴레이 발언에 나선 젊은 의원들의 말을 인용하며 뉴스레터를 마무리할게요. 오늘 건네는 말들이,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간절히 소망하면서요.
이 사회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40대 남성들의 자살률이 급증했다고 해봐요. 온 사회가 들끓었을 것이에요. 온갖 박사들이 TV에 나와 대책을 얘기했을 것이에요. 그런데 20대 여성의 자살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어'라며 자살률(수치)로만 나와요. 바로 이게 이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란 겁니다.
신정현 경기도의원
'누군가 당신을 대변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당신의 문제를 당신의 문제라고 보고 있지 않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보고 도와 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황은주 대전 유성구의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포털 정책 상 본문과 연결된 하이퍼링크를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포털에서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독자는 아래 '관련 기사 링크'에서 연관 기사를 확인하세요!

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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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살고 싶게 만든 것은 여자들이다."

200페이지 남짓 되는 에세이 한 편에서 단 한 문장을 꼽아야 한다면, 이 문장을 발췌하고 싶어요. 화자가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 변곡점에, 저자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여성들의 존재가 있거든요.

가벼운 책이지만, 왠지 초반부 페이지는 잘 넘어가지 않아요. 부모가, 가정이, 사회가 딸을 억압하고 여성을 검열하게 만드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녹아있어, 부치는 마음을 견디면서 읽어 나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가 기꺼이 혼자되기를 감내하고 세상에 독립 선언을 한 뒤, 나를 살게 하는 다른 여성들과 공동체를 이루면서 세계관은 확장돼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저도 '아, 나도 이런 여성들과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생각했다니까요.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여성을 그저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정치와 기존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길 바라는 백래시로 가득해요.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집을 떠나 자신의 요새를 구축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여성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에요. 계속 계속 말하자고요!

※ 본 뉴스레터는 2021년 7월 22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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