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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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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블 결국 못본 채 '아듀 LG폰'…오늘로 휴대폰 26년 역사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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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LG전자가 31일자로 모바일 26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모바일 부문의 누적 적자만 총 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세계 최초' 롤러블 폰 상용화 역시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됐다.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택한 LG전자는 향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전장 사업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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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로 MC사업 공식 종료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전담해온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부문의 생산 및 판매를 이날 부로 종료한다.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에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이후 26년 만이다.

모바일 사업에서는 완전 철수하지만,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LG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에 판매된 스마트폰의 AS는 제품 최종 제조일로부터 4년간 지원한다.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나 충전기 등 소모품의 구매도 가능하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LG페이도 사업 종료 후 최소 3년간 유지한다.

LG전자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 모바일 사업 종료를 결정한 이후 최근까지 MC 사업본부 임직원 3400여명의 재배치를 진행해왔다. 2800명 가량이 LG전자 내 재배치됐고, 나머지 600여명은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로 이동했다.

그간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해온 핵심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IP), 특허 등은 미래 신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LG전자는 "2만4000여개에 달하는 4G, 5G 등 통신표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핵심 IP 자산은 스마트 가전,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통신 특허기술은 전장사업, 차량용 커넥티드 핵심기술로 활용이 가능해서 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등의 인포테인먼트 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C사업본부 사업철수에 따른 상반기 전체 중단영업 순손실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는 "고객 케어 차원에서의 향후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앱 서비스 지속 운영 등 고객 서비스를 위한 비용이 충분히 반영됐다"며 "철수 비용과 관련해 상반기 영업활동이 운영되면서 오퍼레이션 손실이 약 5300억원 발생했고, 이를 제외한다면 순수 철수비용은 약 77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사업을 맡은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작년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총 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지지부진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게 치이며 점유율 2%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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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 예고…전사적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가속화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LG전자의 전사적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기반 가전과 미래차 전장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먹거리로 주목해온 부분들이다.

이달 1일 출범한 캐나다 마그나와 합작 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과의 협력도 기대된다. 향후 전장사업은 ▲인포테인먼트 ▲차량용조명 ▲전기차파워트레인의 3개 축을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간 모바일 분야에서 축적해 온 특허, 핵심 IT 자산 등이 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로봇 산업도 LG전자가 낙점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앞서 LG그룹은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AI 전담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도 출범 시켰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자체 유통망인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도 시작한다. 이를 통해 기존 LG베스트샵 모바일 담당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이폰 주 고객층인 젊은 고객들이 LG베스트샵을 방문하면서 추가 매출 확대까지 기대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초기에는 절반 이하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해 상호 협의를 거쳐 판매 매장 수를 늘려가기로 했다"며 "아이폰 판매 시점은 직원 교육 등을 고려해 다음 달 중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고객인 애플과의 밀월관계를 강화해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65%), 애플(20%), LG전자(13%)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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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폰, 프라다폰 역사 속으로… 'LG 롤러블폰' 못본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고, 최초의 브랜드는 '화통(話通)'이었다.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합병하고 브랜드 명도 프리웨이, CION을 거쳐 싸이언(CYON)으로 안착했다. 삼성전자 애니콜과 함께 한국 피처폰 시장을 양분하며 전 세계에서도 주목 받던 황금기의 시작이다.

LG 싸이언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적인 피처폰은 초콜릿폰이다. 2005년11월 출시 후 2017년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LG전자 최초의 '텐밀리언셀러폰'에 등극했다. 이어 2007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기획한 프라다폰은 88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대형 스크린, 초경량 무게로 화제가 됐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폰 등으로 이어지는 피처폰 황금기는 LG전자의 휴대폰 명가 이미지를 굳혔다. 당시 미국 CDMA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분기 판매량으로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피처폰으로 연이은 성공을 거둔 LG전자에 위기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다. 피처폰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2009년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에 뒤늦게 대응하는 원인이 됐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이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삼성전자가 다급히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동안 LG전자는 여전히 피쳐폰에 무게 중심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9년 6월 윈도우 OS를 탑재한 아레나폰을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아레나폰의 부진을 털기 위해 같은 해 9월 초콜릿폰의 명성에 기댄 뉴초콜릿폰을 꺼내 들었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었다. 뒤늦게 2010년 6월 옵티머스Q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이 또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000만대 이상 팔리면서 잠시 전환점을 맞기도 했으나, 중흥기는 짧았다. 결국 LG전자는 G, V시리즈도 버렸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10년 이상 ‘갤럭시’, ‘아이폰’ 시리즈를 이어온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이 같은 브랜드 개편을 통해 내놓은 LG벨벳과 LG윙도 신통치 않았다.

올해 CES2021에서 티저 영상이 공개되며 상반기 출시가 점쳐졌던 LG 롤러블은 LG전자가 그간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만회할 승부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사업 종료와 함께 이 또한 중단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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