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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 자원순환·부가가치 창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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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산업’ 관심 집중

폐기물 재활용 차원 넘어선 ‘새 활용’

최첨단기술·창조적 디자인 등 접목

제2의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 의미

국내 ‘에코파티 메아리’ 브랜드 첫 선

지자체 업사이클 플랫폼 앞다퉈 운영

“유통채널·판로 확대 등 지원책 필요”

세계일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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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란 아직 쓰일 곳을 찾지 못한 자원.’

영국의 친환경 가구 디자이너인 루퍼트 블랜차드가 2013년 저서 ‘런던의 착한 가게’에서 강조한 말이다. 블랜차드는 이미 존재했던 가구를 단순히 수리해 쓸 만한 제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있는 수많은 스타일과 디자인을 융합시켜 아예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2011년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인 ‘브리티시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최근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업사이클(upcycle)’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ing)’을 합친 업사이클은 독일의 디자이너 리너 필츠가 1994년 처음 언급했다. 순수 우리말은 새활용이다. 폐기물의 재활용 차원을 넘어 첨단기술과 창조적 디자인 등을 접목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 절차는 버려지는 물품의 종류별 분리수거, 공장으로 입고시켜 해체·분류 뒤 소재별 재단, 이들을 제조하기 쉽게 재가공 및 손질, 최종적으로 예술미를 갖춘 가구나 패션 잡화 등이 만들어 판매하는 4단계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에 따른 재사용,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재활용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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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새활용플라자 1층에 마련된 새활용하우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사회·경제적 파급 시너지 효과 기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은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방 브랜드다. 트럭의 화물을 덮는 폐방수천 등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어찌보면 쓰레기처럼 보인다는 반응도 있다. 방수천이 몸통 원형을 이루고 자동차 안전벨트가 어깨끈, 마감은 폐자전거의 고무로 처리한다. 모든 제품에 다른 디자인이 반영되므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방’을 표방한다. 세계 400여개 매장에서 한 해 20만개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며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에서 2006년 ‘에코파티 메아리(Eco Party Mearry)’ 브랜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프라이탁 같은 유럽의 친환경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론칭했으며 100% 기증품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버려질 헌옷이나 현수막, 소파, 가죽 따위를 소재로 한다. 심지어 넥타이로 머리띠를 만든다. 유행보다는 실용과 기본에 충실하며 남과 다른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상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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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 공장을 둔 패션기업 ‘모어댄’은 자동차 폐기 과정에서 버려지는 천연 소가죽, 에어백 섬유, 안전벨트 등을 새활용한다. 자체 브랜드 ‘컨티뉴(continew)’를 단 백팩은 ‘BTS(방탄소년단) 가방’으로 유명해진 지 오래다. BTS 리더 RM이 2017년 유럽 여행 중 어깨에 메면서 입소문을 탔다. 경제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의 물이 들어가고 폐수를 발생하는 염색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가죽을 깨끗이 세척한다. 그래서 가방 색은 자동차 시트와 동일하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는 100여개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 규모는 50억원 수준으로 현재 태동기로 불린다.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사회적기업 △제품 재고 처리 등 회사 내 문제 해결을 위한 파생기업 △개인이 공예기술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공방 세 가지로 나뉜다. 제품 유통은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지방의 경우 부산·대구권 일부에 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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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에는 국비 보조를 통한 업사이클 플랫폼이 구축돼 운영 중이다. 업사이클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한 취지다. 2017년 9월 문을 연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재사용 작업장 및 소재은행을 통한 소재 수급·공급, 입주기업의 상품 디자인과 생산, 상점을 운영한다. 다시 말해 새활용 전 영역의 공정을 살펴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재미있게 체험하는 교육과 전시회도 이뤄진다. 그동안 비대면·온라인 참여 인원을 포함하면 43만명의 시민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15년이 된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버려진 산업시설을 재생해 시민들을 위한 생활문화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하는 아트전시,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다. 방학 동안에 유명 건축가와 함께하는 에코건축학교, 어린이가 직접 업사이클 악기를 만들어 공연을 창작하는 ‘리플레이 메이커(Re.Play Maker)’ 등이 진행된다. 이외 시민들이 참여해 업사이클 아트 상품 판매 및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는 다양한 환경 인식 개선과 체험교육 활동을 수행한다. 2017년 개관 이래 10만명의 교육생과 관람객이 다녀갔다. 태양광, 지열 냉·난방 등을 활용하는 친환경 건축물 자체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교육의 도구다. 현장의 물품공유센터에서는 이사, 청소, 집 수리, 취미 등 용도에 따른 다채로운 물품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자원 낭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대구시의 한국업사이클센터는 지역산업과 연계해 새활용 제품을 선보인다. 센터 2층은 장비 공동사용 작업장 및 교육장 등이 갖춰졌다. 1층에서는 국내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 프로젝트인 ‘더 나누기 프로젝트’는 관내 섬유업체의 자투리 원단을 제공받아 중소 업체들이 물품 제작에 나선다. 산·학·연·관 협력하에 독창적 업사이클 상품을 기획하고, 수익금은 일자리 창출에 환원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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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소재 수급 및 유통·판로 마련을”

전문가들은 환경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업사이클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 재사용, 재활용 원료의 특성상 무엇보다 안정된 소재 수급을 확보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유통 채널 구축과 판로 확대 등 현실적인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폐기물 공정 과정에서 제품값이 높아지는 약점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벌인 ‘업사이클 산업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애로 사항으로 소재 수급, 체계적 경영관리 및 판매처 확보, 배송·관리 등을 꼽았다. 유통망은 온·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순으로 활용이 높았다. 경기연구원 이정임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폐자원의 고부가가치 이용을 위해서는 재활용자원 수급 및 가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수원=오상도, 대구=김덕용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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