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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1년, 세입자 형편은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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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31일, 임차인이 원하면 한 차례에 한해 계약 갱신(2+2)을 요구할 수 있고, 전.월세보증금도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임대차보호법을 전격 시행했다.

만 1년이 지난 오늘, 전세시장은 안정됐을까? 답은 '아니다'다. 정부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100곳을 조사한 결과,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57.2%에서 77.7%로, 임차인 거주기간은 평균 3.5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며 거주안정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셋값이 급등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법 시행 이전 1년간 5% 오른 반면 시행 후 1년 동안 상승률이 11%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107주째 오르기만 했다. 전세물량이 잠긴 탓이다. 전세를 월세나 반(半) 전세로 전환하거나,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 위해 임차인을 내보내는 경우도 나타났다. 5% 인상 제한에 걸린 기존 전셋집과 상한선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계약 간의 전세보증금 차액이 몇 억원에 이르는 등 2중 가격 현상도 문제다. 전셋값이 급등하자 이번 기회에 내 집을 사겠다는 20~30대의 이른바 '영끌 투자'도 기승이다. 그러자 정부는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가 문제라며 대출 문턱을 더 조이겠다고 나섰다. 다시 1년이 지난 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뉴스핌

2021.07.31 julyn11@newspim.com


◆ 새 임대차보호법은 시한만 미뤄둔 시한폭탄...새 규제 만지작거리는 민주당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값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6%다. 지난해 8월 첫째 주(0.17%)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이 기간 0.28% 올라 지난 2015년 4월 셋째 주(0.30%)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전셋값 폭등을 막겠다며 시행한 새 임대차보호법의 결과물이다.

다시 1년이 지나면 5%에 묶였던 전셋값이 제 자리를 찾으려 할 것이고, 일부 지역에서 폭등 현상이 나타날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같은 단지 안에서도 신규 계약 건과 계약 갱신 건간 전세가격이 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등 시장은 혼돈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이 아파트 전용 76㎡의 전셋값이 계약 갱신 건은 4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신규 계약 건은 9억5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도 전용 84㎡의 전셋값이 계약 갱신 건은 6억~6억5000만원, 신규 계약 건은 12억5000만원으로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여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새로운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5%의 상한제를 도입하고, 계약갱신 가능 기간을 현행 4년에서 6∼8년으로 재차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년 동안 미뤘던 폭발 시점을 다시 미뤄보겠다는 심산이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전세물량은 다시 잠기고,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난민이 넘쳐날 것이다. 지난 1년의 경험칙이다. 미뤄 놓는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하락은 시사하는 바 크다. 올해 약 3000가구 정도의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판교 대장지구가 판교와 분당지역 전셋값 하락의 진원지다. 판교 대장지구의 입주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분당에서는 전세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전세가격도 1억원 정도 내렸다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서도 7월 넷째 주 분당 전셋값은 전주에 비해 0.17% 내렸다. 이 기간 전국에서 전셋값이 내린 곳은 분당과 세종시 두 곳 뿐이다.

과천시도 올 들어 6월까지 전셋값이 1.70%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46%나 오르는 동안 서울과 인접한 과천의 전셋값이 내린 것은 신축 아파트가 7000여 가구 공급된 때문이다. 7월부터 신규 입주 물량이 끊기면서 과천의 전셋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사례도 새겨볼 만 하다. 이 곳은 재건축 2년 실거주 조건이 생기자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강남권 전셋값 급등을 불렀다.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해제하자 다시 전세 물량이 나오면서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규제 완화와 공급 물량 확대가 최선의 임대차 보호정책 임이 분명해 졌다.

◆ 홍남기 부총리가 경고한 '집값 폭락' 가능성은?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집값 상승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8%로 전주(0.19%) 보다 소폭(0.01%p) 하락했지만, 노원구는 0.35%나 올랐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집값이 싼 곳으로 꼽히는 노원구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 노원의 주간 상승률은 지난 2018년 9월 둘째 주(10일)의 0.56% 상승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거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물론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발표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76만원으로, 지난달(4억9300만원)보다 776만원 오르며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다. 수도권의 주택(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중위가격도 이달 처음 6억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6월 10억원을 넘어선 후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된 지난 28일 '집값 폭락'을 경고했지만, 의례적인 담화라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실제로 홍 부총리가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바로 그날, 1106가구를 모집하는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22만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200대 1에 달했다.

실제로 대출과 세제 등 온갖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정부가 쓸 만한 추가 대책이 없는 상태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하다"며 대책의 한계를 인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담화문 곳곳에서는 집값 상승은 국민들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의미가 담긴 것은 부동산 정책 마저 국민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관건은 공급이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10년간 수도권에 매년 약 31만가구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기 신도시가 약 29만 가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해 1기 신도시가 하나씩 생기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의 불신은 크다. 대규모 주택공급계획을 담은 '8·4 대책'이 1년도 안돼 용두사미가 된 탓이 크다. 과천청사, 서울 태릉골프장 등 유휴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공공 재건축을 추진해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여 가구, 전국에 2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채 구체화된 게 별로 없다. 과천청사 개발은 무산됐고,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태릉골프장은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만 가구 공급을 발표한 용산정비창 부지와 3500가구 규모인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등도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가 과천청사 대체지, 태릉골프장 등 일정이 연기된 공급 대책의 구체적 입지와 물량을 8월 중 발표하겠다지만, 두고 볼 일이다.

정부가 집값 하락을 거론한 데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뒀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가 워낙 낮은 상황이어서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집값 상승의 기대심리를 잠재우긴 어렵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시장은 답을 알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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