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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올림픽 동안 눈 안띄게 숨어라”…日, 거리서 노숙인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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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도쿄 노숙인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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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이 골판지 침대, 도쿄 오다이바 해변 수질 문제 등 미흡한 운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수백 명의 도쿄 노숙인들을 거리에서 몰아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도쿄 노숙인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 개최국의 경우 도시를 깨끗하게 정리하려 한다. 도쿄의 노숙인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지난 2013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노숙인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매체는 “주최 측은 해외 매체에 가능한 한 일본의 긍정적인 부분만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이 근처에서는 노숙인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올림픽 기간에는 스스로 숨어있길 바란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당국이 노숙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원들의 문을 잠궜고, 밤새 불을 켜둬 잠을 잘 수 없도록 했다고 전했다. 역 근처에 설치돼있던 텐트들은 모두 철거됐고, 노숙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경기장 주변에는 펜스가 설치됐으며, 노숙인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로 옮겨졌다.

생활하던 곳에서 쫓겨난 노숙인들은 “당국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사라지기를 원한다. 불공평하고 비인간적”이라며 비판했다.

한 노숙인은 BBC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경기장 건설 때문에 쫓겨난 노숙인들을 알고 있다. 노숙인들은 어디서 생활해야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쫓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올림픽 때문에 노숙인들이 처한 환경이 매우 열악해졌다면서 “당국이 우리의 물건을 모두 치워버렸기 때문에, 서로 소지품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BBC는 일본 정부와 올림픽 위원회 등에 연락했으나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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