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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더 많이 함께” 한국 여자 복싱 오연지, 올림픽 여정 아쉽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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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30일 일본 코쿠기칸(國技館)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복싱 라이트급 16강전이 끝난 뒤 한국의 오연지(오른쪽)와 핀란드의 미라 포트코넨이 포옹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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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 오연지(31·울산시청)가 첫 올림픽 첫 경기에서 아쉽게 졌다. 한국 복싱은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오연지는 30일 일본 료코쿠 코쿠기칸(國技館)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복싱 여자 라이트급(60㎏이하) 16강전에서 미라 포트코넨(핀란드)에 1-4로 판정패했다.

32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오연지는 이날이 첫 경기였다. 짦게는 지난 20일 일본에 입국한 뒤 열흘 동안 기다려온, 길게는 16살에 복싱 글러브를 낀 뒤 15년 가까이 고대하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가 사각의 링에서 마주한 포트코넨은 올림픽 복싱 출전 연령 상한을 꽉 채운 만 40세 노장. 그러나 2016년 리우 동메달리스트이자 2019년 세계선수권 3위에 올랐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오연지는 꾸준히 스텝을 밟으며 틈을 노려 정확한 펀치를 날렸다. 다부진 체격의 포트코넨은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와 묵직한 펀치를 휘둘렀다. 오연지는 정교함에서 앞섰으나 힘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2라운드까지 점수가 뒤졌던 오연지는 3라운드에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섰으나 포트코넨은 노련하게 클린치 작전으로 나오며 방어를 해냈다.
부심 5명 가운데 1명만 29-28로 오연지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나머지 4명 중 3명이 29-28, 1명이 30-27로 포트코넨이 우세했다고 판정했다. 그렇게 오연지의 첫 올림픽 무대는 3분 3회전 9분 만에 막을 내렸다. 오랫동안 고대하며 훈련을 거듭해온 기간에 견주면 찰나의 순간이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오연지는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감정을 추스리고는 “올림픽 무대에서 경기를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애써 말했다.
서울신문

한국 복싱 대표팀의 오연지가 30일 일본 코쿠기칸(國技館)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복싱 여자 라이트급 16강전에서 핀란드의 미라 포트코넨을 향해 주목을 날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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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앞서 지난 26일 페더급(57㎏이하) 임애지(22·한국체대)가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첫 올림피언이 됐다. 여자 복싱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은 리우 대회까지 본선 진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오연지와 임애지가 출전권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임애지도 첫 경기인 16강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오연지는 “애지도 많이 준비한 만큼 아쉬워했다”며 “우리 나라 여자 복싱 선수의 첫 올림픽 경기를 보는 거여서 저도 너무 영광스러웠고 좋았고, 애지가 너무 대견스러웠다.”고 돌이켰다.

한국 복싱 남자 선수들은 지역 예선에서 전원 탈락해 오연지와 임애지 2명만 도쿄 링에 오를 수 있었다. 오연지는 못내 아쉬웠는지 “이번에 저희 둘만 나오게 됐지만 다음에는 올림픽 출전권을 더 많이 따고 여럿이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며 “여자 복싱도, 남자 복싱도 같이 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연지는 2019년까지 전국 체전 9연패를 달성한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전국체전이 취소가 되지 않았다면 10연패를 했을 수도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2012년 런던 대회는 국내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2016년 리우 때는 지역 에선에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 복싱은 리우 때 근근이 이어오던 메달의 맥이 끊겼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16년 만이었다.

삼수 끝에 올림픽에 출전한 오연지에게 자연스럽게 기대가 쏠렸다. 그의 각오도 주먹보다 더 단단했다. 그러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연지는 “그동안 응원을 많이 받아 정말 힘이 나고 감사했다”며 “더 잘해서 좋은 결과를 안겨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도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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