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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재형 이어 윤석열도 탔다… 본격 경쟁 들어간 野 경선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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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히 경선 초기부터 참여

제1야당 주축으로 정권 교체”

정치 신인으로서의 한계 인정

지지율 하락세… 결심 빨라진듯

‘쥴리 벽화’ 등 네거티브도 영향

李, 입당 환영 속 “보고 못받아”

그동안 입당 시기 놓고 신경전

일각 “지도부 없는 날 고른 듯”

공약 설계 당 차원의 지원 기대

혹독한 검증 과정 등 난제 산적

與 “진영 논리 대변자 될 것” 비판

세계일보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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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6월29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 한 달 만에 제1야당행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본격적인 대선 경쟁체제에 접어들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경선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입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늘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면서 경선 초기 참여 외에는 다른 대안을 생각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을 만나 입당원서를 냈다. 이준석 대표가 지방에 있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휴가 중이라서 입당식을 갖지는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전격 입당 배경에 대해 “제1 야당이 주축이 돼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대선 본선에 나간다고 하면 국민의힘으로 2번을 달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했다”며 “입당과 관련해 불확실성을 계속 갖고 가는 게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한 지는 몇 시간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입당 이후로도 국민의 넓은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는) 어차피 마찬가지”라며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입당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논란을 종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 룰에 대해선 “가장 공정한 경선 룰은 본선 경쟁력을 감안하는 것이라고 일반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며 “당의 많은 분들이 그런 원칙을 따를 것으로 보고 저는 정해진 룰에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입장문을 내 “입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잘 들어왔다”며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또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하겠다.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첫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를 열고 ‘8월 경선버스’ 출발을 위한 예열을 했다. 최 전 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입당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30일 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들어간다. 최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9월15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8명을 추리는 1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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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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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버스 올라탄 尹… 당내 견제 극복·비전 제시 우선 과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데는 최근 지지율 흐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국민의힘 입당 시그널’을 강하게 내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게 결심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 입당을 하며 국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 기자회견에서 “당적을 가진 신분으로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외연 확장을 위해 당 밖에 있겠다”고 했던 것과는 온도 차이가 큰 발언이다.

지난 6월29일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국민의힘과 거리를 둔 채 모호한 행보를 걸으며 지지율 정체를 겪다가 최근 내리막세를 보인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치맥 회동’을 계기로 하락세가 멈추면서 제1야당의 위력을 실감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8월 말 시작될 국민의힘 경선 무대에 여론의 관심이 쏠릴 때 당 밖에 머물면서 지금처럼 높은 지지율을 이어갈 마땅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계’가 형성되면서 당에 안착할 기반도 마련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에서 지지율이 유지됐다면 활동을 이어갔겠지만, 하락세로 이어지자 당초 고려보다 입당 시점을 앞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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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주차단속 관계자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진 골목에 주차된 유튜버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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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당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측면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정치에 참여하기 전에는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저도 나름대로 냉정하게 판단해서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제1야당 밖에서도 세몰이가 가능하다고 봤지만, 지난 한 달간 한계를 체감하며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당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날 전격 입당을 결정하며 지지율 하락 등 불리한 정황이나 압박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결단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표는 이날 지방 일정을 소화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를 떠났다. 당 공보실은 이날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이례적 공지를 띄웠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날을 일부러 골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강하게 압박했던 이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다음 달 2일 또는 10일 입당 보도가 이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자 전날 밤 입당을 결심했고 일부 측근에게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의 만남도 이날 긴급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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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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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해 자리를 빛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달리 윤 전 총장은 권 의원과 둘이 조촐한 입당식을 가졌다. 이 대표는 이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버스 출발 한 달 전에 먼저 앉아 있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의미가 상당하다”며 입당을 환영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위상에 걸맞은 성대한 입당식을 다음 주에 하자’는 권 의원의 제안에 대해선 “저에게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 저희 구성원이 됐으니 당연히 어느 정도 축하는 해야 한다”며 다소 불쾌한 입장을 내비쳤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이 치러야 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아내 김건희씨를 둘러싼 ‘쥴리 논란’ 등에 대해 제1야당의 보호가 두터워지고 정책 등에서 국민의힘과 궤를 맞추며 안정감을 줄 수 있게 됐지만,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한 홍준표 의원 등 당내 주자들의 견제와 혹독한 검증 과정을 돌파해야 한다. 당내 주자들은 이미 경제·교육·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대선 공약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도 ‘반(反)문재인’과 ‘공정과 상식’ 등 다소 추상적인 키워드를 넘어 자신만의 뚜렷한 국정 철학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하려면 당내 세력화도 중요하다. 이날 국힘의힘 정우택·신상진·주광덕 전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 72명은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성명을 내며 ‘친윤’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오는 2일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보수다’ 강연자로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 캠프 홍정민 대변인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 전 총장인 만큼 국민의힘에 편향된 진영논리의 대변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미, 곽은산, 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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