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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주간政談<하>] '쥴리의 꿈' 벽화 논란, 윤석열에겐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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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건물 외벽에 '쥴리의 꿈' 벽화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29일 보수단체 차들이 벽화를 막은 모습. /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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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 이어

이낙연 vs 이재명, 네거티브 '잠깐' 휴전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종로 골목에 그려진 '쥴리의 꿈' 벽화 파문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한 중고서점 외벽에 등장한 이른바 '쥴리 벽화'가 논란이었지?

-서점 건물 1층 벽에 6점의 그림 가운데 2점이 문제가 됐어. '줄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그림과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글이 쓰인 그림이 그것이야.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라는 것이 중론이었어.

-지난 29일 오전 '쥴리 벽화'가 있는 서점을 직접 찾아갔는데, 승합차와 트럭에 가려 그림은 보이지 않았어. 보수 지지자들이 차 벽을 세워 그림 앞을 막은 거야. 1인 시위하는 사람, 보수 유투버 등이 서점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더라고. 자칭 '계란장수' 유튜버는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면서 시선을 끌더라고. 그런데 이 차들이 다른 차들의 골목 진입을 방해하고 있었어. 한 시민의 항의에 '차 벽' 차들이 잠시 빠졌을 때 논란의 벽화가 완전히 드러났어.

-실제로 처음 그림을 봤을 때 '꽤 수준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름대로 벽화 실력이 있는 사람이 그린 것으로 보였어. 서점 직원에 따르면 벽화는 2주 전에 그렸어. 화가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했다고 해.

-서점 안에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바로 정문 앞에서 보수 지지자들이 확성기를 들고 시끄럽게 해도 묵묵히 일하고 있었어. 남녀 직원 각 한 명씩 대화를 나눠 봤는데, 많이 근심하고 있었어. 한 중년 남성의 직원은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며 고심했고, 다른 여성 직원은 항의 전화에 시달려 힘들다고 하소연했어. 이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서점 사장이자 건물주인 A 씨가 벌인 일이라고 하는데 말이야. 이날 오전부터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웠어. 그런데 이 직원들은 찾아온 기자들에게 에어컨이 나오는 매장 안에서 기사를 쓰라며 자리를 내주더라고. 고마웠어.

-'쥴리 벽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말이 많았지. 심지어 여당에서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어. 관철동 현장에서 윤석열 캠프 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 '벽화' 얘기를 꺼내니까, 관계자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더라고.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윤 전 총장을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식의 벽보가 나온 것에 대해선 굉장히 안타깝고 처참한 마음"이라고 했어. 30일 오전 서점 직원이 논란의 문구를 페인트로 지웠다고 해. 그림은 남아 있다는 얘기야. 이로써 '쥴리 벽화'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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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아내 김 씨와 관련한 '쥴리의 꿈' 벽화로 검증 국면에서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이동하는 윤 전 총장.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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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쥴리' 벽화에 어떤 반응이야?

-여권도 "과하다"는 반응이야.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30일 최고위원회의 후 "지도부는 종로 서점 주인이 벽화 글귀를 지웠다는 결정을 잘했다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인격침해 등의 금도를 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인격침해 표현은 자제되는 게 옳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어. 이낙연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다"고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남영희 열린캠프 대변인도 논평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 시민성의 테두리 밖에 있지 않음을 한 번 더 깊이 살펴봐 달라"며 벽화를 그린 당사자에게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어.

-민주당이 비판 입장을 취한 건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정당 기조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자칫하면 '흑색선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쥴리 벽화 논란에 "바로 옆 건물에 스피커를 달아서 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을 계속 틀고 벽에 여배우 스캔들을 풍자하는 벽화를 그리면 뭐라 할까"라고 지적한 대목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봐.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 지사도 사생활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만큼 피차일반인 입장에서 득 될 게 없으니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거지. 또 일각에선 이번 벽보 사태를 '여성 혐오'로 해석하고 있어서 젠더 이슈로 비화되면 국민의힘보다 여성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이 난감해질 수도 있어.

-벽보 말고도 친여 성향 유튜버가 김 씨 '동거설' 상대로 알려진 A 변호사의 90대 노모를 취재윤리를 위반하며 인터뷰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어. '윤석열 X파일'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윤 전 총장 아내의 사생활 논란이 악재로 작용할 줄 알았는데 '인격 침해' 비판으로 묻히는 상황이 나오면서 오히려 '윤 전 총장이 큰 고비는 넘겼다'는 말들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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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낙연 경기도지사가 '원팀 협약식' 이후 네거티브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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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락 대전' 멈춘 건 '지지율 하락' 때문?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네거티브 공방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다고?

-민주당 대선 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가 휴전에 접어든 모양새야.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녹음 파일 공개, '지역주의 조장 논란'을 촉발한 백제 발언, 이 전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위 논란 등 두 후보 진영이 그동안 진흙탕 싸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다행이야.

-다소 차분해진 경선 분위기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맺은 '원팀 협약식' 덕일까. 지난 28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6명을 모아놓고 상호 비방 없는 선의의 경쟁 약속을 하라고 자리를 마련했잖아.

-당에서는 "원팀 협약식이 효과가 있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 같아.(웃음) 협약문에는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원팀이 되겠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비방이 있을 경우 당 차원에서 제재한다는 문구는 담기지 않아서 '퍼포먼스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어. 당사자인 대선 후보들도 협약식 후 "신상 관련 의혹에 대해선 분명히 대응하겠다(이재명)" "정책 중심, 철저한 도덕성을 비롯한 검증에 대한 제 입장은 지속될 것(정세균)"이라며 '검증' 명분으로 공방은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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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가 공동주관하는 본경선 1차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한 후보들이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 왼쪽부터 박용진,정세균,이낙연,추미애,김두관,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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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식 서명 후 반나절도 안 돼 열린 TV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어.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법사위원장 양보 관련 오락가락 태도를 지적했고,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전남도지사 시절 공약 이행률, 측근의 옵티머스 연루 의혹을 우회적으로 꼬집었어. 토론회 후에도 이 전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서 "(당대표 시절 입법 성과 등에) 애써 눈감으면서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쏘아붙였고, 이재명 지사 캠프에서도 논평을 통해 이 전 대표가 주장한 공약 이행률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국민께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어.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 양상이 이어진 거지.

-다만 지난 29일 오후 늦게 이재명 캠프에서는 논평을 내고 "더이상 두 사람의 대화를 놓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우리 정치에도 우리 국민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무용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이제 그치겠다"고 선언했어. 소모적인 난타전은 서로 상처만 입힐 뿐, 득 될 게 없다는 걸 마침내 자각한 걸로 보여. 실제 같은 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7월 26일~28일 조시 기간, 전국 유권자 1003 대상,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각각 2%포인트 하락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제자리 지지율을 보였어.

-지금까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적통' 논쟁이나 '백제 발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상대 후보 언행의 취지와 의미에 집착하면서 조선시대 예송 논쟁에 버금가는 무의미한 설전을 이어갔는데 앞으로는 미래 먹거리나 변화하는 시대를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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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격려하는 모습. /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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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 靑 1인 시위 철수 못 한 사연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9일 오전 8시쯤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지.

-맞아, 정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 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현장을 찾았어. 누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맞아. 윤 전 총장이야. 정 의원은 핵심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지.

-이날 오전 10시 51분. 윤석열 캠프에서 40분 뒤 윤 전 총장이 정 의원을 만나러 간다고 공지했어. 애초 윤 전 총장의 공개 일정이 없었다는 점에서 '깜짝 방문' 형식이 돼버렸어. 윤 전 총장이 도착하기에 앞서 현장에 가보니, 정 의원이 홀로 피켓을 앞세우고 시위를 하고 있었어. 30℃가 넘는 무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어. 셔츠가 젖을 정도로 땀을 엄청 흘리면서 말이야. 말 그대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듯했어.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생수통을 목 뒤에 얹어 둔 모습이 눈길을 끌었어.

-정 의원이 윤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힘들었겠네.

-웃으면 안 되는데, 정 의원이 진짜 힘들어 보였어. 11시 30분, 예고된 시각이 됐어. 그런데 윤 캠프 관계자가 도착이 10분 연기됐다고 알렸어. 문제는 11시 40분이 됐는데도 윤 전 총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다 9분 뒤인 11시 49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정 의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어. 각자 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마치고 5분 만에 헤어졌어. 정 의원 측에 따르면 애초 정 의원은 오전 11시까지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해. 그런데 윤 전 총장이 현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예정 시간보다 더 시위를 했던 거야. 윤 전 총장이 정 의원의 시위 시간을 늦춘 셈이 돼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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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 중 무더위에 지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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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에 이어 유상범 의원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관련 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어. 윤 전 총장은 '드루킹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봐. 친윤석열계 의원이 윤 전 총장의 체면이 서도록 힘을 실어주는 차원으로 보여.

-청와대 쪽 반응은 어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 의원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대통령은 (드루킹을) 몰랐을 것"이라며 "(그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낸다든지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어. 이는 김 전 지사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청와대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입장이야. '입장이 없는 게 입장'이라는 얘기지.

-두 사람의 대화가 세간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혼선도 있었어. 이 수석은 언론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자신의 말에 정 의원도 동의했다고 말했어. 하지만 정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수석의 전언은 잘못된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이 알았던 몰랐던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반박했지. 문재인 정권 인사와 야당 인사 사이에 나 있는 커다란 간극이 이런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

-청와대 입장에선 김 전 지사 판결에 "사법부를 존중한다"고 하면 자신들의 지난 대선 과정의 불법 행위를 시인하는 셈이 되고, 판결 이후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김 전 지사 편을 들어 주면 사법부를 무시하게 되는 셈이어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는 것으로 보여. 연장선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문 대통령 사과도 만약 사과를 한다면 잘못을 시인하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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