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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롤러코스터의 끝에 만난 메달…펜싱 권영준 "도망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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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거듭하다 동메달전 막판 동점 만드는 선전…"아내에게 메달 걸어주고 싶어"

연합뉴스

[올림픽] '메달이 보인다'
(지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권영준이 박상영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국은 45-42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021.7.30 yatoya@yna.co.kr



(지바=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이것마저 못하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의 맏형 권영준(34·익산시청)은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승리가 확정되자 피스트로 뛰어 올라가 오열했다.

4.6초를 남기고 마지막 45번째 점수를 올린 '막내 에이스'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눈물을 쏟았는데, 권영준은 옆에서 더 서럽게 울었다.

이날 하루 지옥과 천당을 유독 극명하게 오간 선수가 그였다.

스위스와의 8강전에 처음 나섰을 땐 상대 베테랑 베냐민 슈테펜을 4-0으로 제압했는데, 이후 좀처럼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5-23 리드에서 나선 미헬레 니겔러와의 7번째 경기에서 초반 5점을 내리 실점해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막판 역전극으로 어렵게 올라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선 1-2로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가노 고키를 상대로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4점을 연거푸 내줘 한국이 줄곧 끌려다니는 빌미를 제공했다. 맏형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연합뉴스

[올림픽] '좋았어!'
(지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권영준이 왕쯔제에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45-42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021.7.30 yatoya@yna.co.kr



이어진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두 번의 라운드에서 쉽게 극복하지 못한 듯 보였던 그는 전체 8번째 주자로 나선 자신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힘을 짜내 반전을 만들었다.

29-32로 뒤진 가운데 왕쯔제를 상대로 침착한 방어에 이은 공격을 잇달아 꽂아 넣으며 33-33 동점을 만든 것이다. 이후 34-34로 지킨 뒤 박상영에게 넘겼고, 박상영이 경기를 끝내며 한국 남자 에페의 올림픽 단체전 첫 메달이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낸 뒤 만난 권영준은 여전히 울컥한 표정이었다.

그는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갈 곳도 없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중국과의 경기에 마지막으로 나서면서는 "'이것마저 못하면 죽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는 말로 마음고생을 표현했다.

이어 "올림픽의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더라"며 "부담이 커서 울컥해 눈물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올림픽] 우리가 동메달의 주인공
(지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권영준(왼쪽부터), 마세건, 박상영, 송재호가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시상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7.30 yatoya@yna.co.kr



준결승전 이후 소위 '멘털이 나간' 상태가 된 그를 일으킨 건 동생들이었다. 박상영, 송재호(31·화성시청),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은 '끝나고 술 먹자'며 마음을 풀어주고 농담도 하며 형을 챙겼다. 권영준은 "그때 또 울컥했고, 긴장이 풀렸다. 동료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첫 올림픽에서 가파른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그에겐 새로운 책임감이 생겼다.

권영준은 "정진선, 박경두 선수 등이 은퇴한 이후 남자 에페의 세대교체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상영이가 있지만,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서 더 신경 써야겠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일본전 이후엔 울 것 같아서 아내가 보낸 메시지도 못 읽겠더라. 미안하다고만 했다"는 그는 "돌아가면 아내에게 자랑스럽게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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