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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상 취재" vs "주거 침입"… ‘尹 아내 동거설’ 방송 처벌 가능할까 [법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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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캠프, 주거침입·명예훼손 등 혐의로 열린공감TV 고발

열린공감TV, “점 보러 왔다”며 양모 전 검사 90대 노모 방문

법조계 의견 엇갈려…취재 목적 밝혔는지 쟁점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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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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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공간TV 등은 '점을 보러 왔다'는 말을 하며 스스로 주거침입을 자백했다.”(양모 전 검사)

“취재 중 정신이 또렷하신 노모에게 기자임을 명백히 밝혔으며 명함을 건네줬고 상호 전화번호 또한 교환했다.”(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열린공감TV 관계자 4명을 주거침입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28일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처벌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거침입, 유도질문으로 명예훼손” vs “침입 아닌 ‘환대’”

윤 전 총장 캠프는 열린공감TV 측이 지난 24일 양 전 검사의 모친 오모씨 자택에 주거침입을 했으며 26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양모 검사와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동거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검사 또한 이와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방송의 대부분 질문이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며 “(열린공감TV) 강모 기자 등은 어머니의 정신이 온전하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들에게 ‘정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말도 하는 등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양 전 검사는 그 근거로 지난 2월 모친 오씨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치매 진단서도 공개했다.

반면 열린공감TV는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노부부의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거침입이 아닌 ‘환대’”라고 주장했다. 또 “취재 중 정신이 또렷하신 노모(오씨)에게 기자임을 명백히 밝혔으며 명함을 건네줬고 상호 전화번호 또한 교환했다”며 “추후 영상장비를 가지고 재방문하겠다고까지 했고 이에 노모는 아들 내외와 상의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열린공감TV가 26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취재진은 지난 24일 경기 남양주씨에 위치한 오씨의 자택을 방문해 “점 좀 보러 왔다”고 말했다. “점 보느냐”, “용한 보살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 “저희가 사업하는 사람들인데 사업이 잘 되려나 물어보려고 왔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장면은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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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전 검사가 지난 28일 언론에 공개한 모친 오모씨의 ‘치매 진단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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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에 의한 승낙...치매 진단 90대 의사결정 결여”

형법 319조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타인의 사유지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점 보러 왔다’는 거짓말로 집에 들어갔더라도 뒤늦게 기자 신분을 밝혔다면, 열린공감TV의 취재는 주거침입에 해당되지 않을까.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 취재진이 오씨를 속이고 집으로 들어간 데다, 오씨가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는 “열린공감TV가 ‘점 보러 왔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오씨가 문을 열어준 것”이라며 “취재의 목적을 알았다면 들여보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치매 진단을 받은 90대 노인인 오씨의 경우 법리적으로 볼 때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가깝다”라며 “오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가족들의 주거권을 침해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 또한 주거침입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면 절도는 물론 주거침입까지 성립한다”며 “백화점이 입장을 허락한 대상은 물건을 사러온 소비자이지 절도범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역시 “오씨가 취재진이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착오에 의한 승낙에 가깝다”라며 “열린공감TV가 기망에 의해 오씨의 동의를 편취한 것으로,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양 전 검사의 반론 또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취재와 보도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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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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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목적 밝혔는데 응했다면 주거침입 보기 어려워”

반면, 열린공감TV 측 주장대로 이들이 취재 목적을 밝힌 이후에도 오씨가 이에 응했다면 주거침입죄를 묻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유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우)는 “공개된 영상과 오씨의 진단서를 보면 오씨는 취재 당시 치매로 인해 의사표현을 못할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오씨가 열린공감TV 취재진을 ‘정부 사람들’이라고 오인하면서도 양 전 검사 등에 관한 얘기를 이어나갔고, 취재진에게 퇴거를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유 변호사는 “판례는 범죄 목적을 속이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으로 인정하지만, 그 목적이 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주거침입죄 성립을 엄격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취재 행위 역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유 변호사는 “하급심에서는 추정적 승낙에 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한 다양한 판결들이 있었다”면서 “하급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준무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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