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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말고 대충 쏘자”…멘탈 ‘갑’ 안산, 숨막히는 슛오프서 텐!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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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스무 살 안산은 주변의 평가대로 멘털 ‘갑’이었다. 16강전 이후부터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표정이 바뀌거나 큰 동작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결승전 1세트 첫 발을 8점에 쐈지만 이후 2세트까지 5발 연속 10점을 명중시켰다. 4강과 결승전에서 한 차례씩 활시위를 당기다 멈칫하는 동작을 취했지만 결과는 각각 9점과 10점이었다. 화살이 문제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자세를 만들어 슈팅을 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두 번의 슛오프 상황에서도 대놓고 10점을 맞혔다.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안산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슛오프 상황을 복기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번 더 놀랍다는 탄식이 터졌다. 경기 내내 혼성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궜던 김제덕(17·경북일고)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이 아프겠다 싶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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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던 대선배들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안산의 ‘포커페이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홍성군청 코치(본보 해설위원)는 “산이의 포커페이스에 이은 과감한 슈팅은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멘털”이라며 놀라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관왕 장혜진도 “평소 경기 때의 평정심, 포커페이스 유지는 최미선(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 최고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안산을 ‘엄근진’으로 부른다. 경기에서만큼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뜻이다.

결승전 직전 자신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부담을 경기장으로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아침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안산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해달라”고 했다. 안산도 16강전부터 결승까지 오는 동안 관련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상식 때도 관련 질문을 피했던 안산은 이후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며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고 썼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오히려 긴장이 되는 안산이다. 그래서 감정도 올라온다고 했다. 포커페이스도 시상식에서 ‘봉인 해제’가 됐다. 애국가가 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자 눈물을 훔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늦자 셀카를 찍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평범한 여대생 그대로였다. 시상식 전달자로 나선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도 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안산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찌개를 먹고 싶다. 조금 매콤하게 한 것을”이라고 답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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