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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지지율 하락·주도권 다툼…당 지도부와 날짜 조율 없이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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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전격 입당

[경향신문]

경향신문

“정권교체 위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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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 저울질’에 국민 피로감 쌓여
좌고우면 땐 지지율 치명타 우려

이준석 거센 압박도 ‘영향’ 분석
‘끌려가는 그림’ 만들지 않기 위해
이 대표·김기현 자리 비운 날 실행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30일 국민의힘 입당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그는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원서를 내면서 “결심한 지 몇시간 안 됐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8월 초에 입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7월 안에 입당을 마무리지었다. 당 ‘투톱’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모두 자리를 비운 때다. 윤 전 총장이 예고한 시점보다 빠르게, 당 지도부와의 조율도 없이 ‘깜짝’ 입당을 한 셈이다. 입당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과 지지율 하락세, 이 대표와의 주도권 싸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도부 비운 사이 입당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오후 1시50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하겠다”고 공지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입당이 맞다고 답변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새벽 입당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새벽에 결심을 하고 아침에 권영세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오후에 볼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선 “입당 일자는 후보의 결단에 맡기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참모들이 제시한 선택지 중에 오늘(30일)은 없었다”며 “후보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준석 대표가 전남 여수·순천을 찾아 서울을 비운 상태였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었다. 윤 전 총장이 당 지도부와 구체적 입당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구체적 날짜를 조율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윤 전 총장) 입당 전에는 통화한 바 없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착석한 직후 통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발표 4시간쯤 뒤에 직접 통화했다는 뜻이다.

■입당 좌고우면 피로감 영향

윤 전 총장이 ‘마이웨이 입당’을 선택한 이유로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들의 뜻을 경청한 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약 한 달이 흘렀다. 윤 전 총장은 민심 청취를 내세웠지만, 야권 중심의 정치권 인사나 반문재인 성향 인사를 주로 만나면서 ‘답정너’ 행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입당 여부와 시기를 두고 윤 전 총장의 발언도 오락가락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선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입당을 전제했지만,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8월 중에는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8월2일 입당’ 보도도 나왔다.

입당 ‘저울질’ 등과 메시지 혼선 등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 좌고우면하는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지지율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거센 입당 압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윤 전 총장과의 ‘맥주 회동’을 거론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로 반영될 텐데 의미를 잘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한다면 자신의 공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맥주 회동’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이 기정사실화되자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췄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으로선 입당이라는 자신만의 정치적 이벤트가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그림으로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이 대표가 없는 시점에 전격 입당을 단행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당내 지지 기반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음달 2일 당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석열이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 입당에 한목소리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향한 견제도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 정부를 비난하다가 결국 보수본당에 몸을 의탁한 것은 ‘정치검찰의 커밍아웃’이자 ‘정치적 파산 선언’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순봉·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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