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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안 맞으면 2등 시민? 프랑스 시민들 저항의 이유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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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국회 통과한 보건패스법, 불복종에 나서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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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파리 트로카데로에서 있었던 보건패스 반대 집회 모습 ▲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인 마리안느 복장을 한 여성이 프랑스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눈에 띈다. ⓒ 목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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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은 시위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파리에서만 4군데, 전국적으론 230여 개 도시에서 열린 집회에 약 100만(프랑스 내무부 추산 16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 "보건패스 반대" "마크롱 퇴진" "자유"를 외쳤다. 휴가철을 맞아 한가하던 파리 도심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약 20만 시민들로 채워지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만 시민이 록다운 반대집회를 지속적으로 벌여왔지만, 프랑스는 비교적 조용한 시간을 보내왔다. 적지 않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정부 방역정책에 반론을 제기해왔고, 팬데믹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논쟁적 저작들도 쏟아져 나왔으나 대중집회로 번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7월 12일 마크롱 대통령의 TV 연설은 단숨에 프랑스 전역에 분노의 불을 당겼다. 마크롱은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며, 간호사들을 시작으로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겠다는 것과 이를 강제하기 위해 보건패스의 적용범위를 생활 공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간호사 백신 접종 강제 규정은 신체에 대한 근본적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 전체의 의무 백신을 압박하기 위해 보건패스를 생활공간(카페, 식당, 박물관, 영화관, 종합병원)까지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평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접종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접종자들이 QR카드를 찍고 입장해야 한다는 규정은 감시 사회 논란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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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파리 보건 패스 반대 집회 ▲ "마크롱은 프랑스 공화국을 먹어치우고 있다. 마크롱 탄핵! " 이라고 써 있는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중인 파리 시민 ⓒ 목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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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프랑스인들은 마크롱의 선언이 백신 접종 여부로 국민을 분리하고 차별하겠다는 것이라며 2차 대전 시절 나치의 유대인 차별과 비교하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 중에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던 노란별에 '백신 맞지 않음'이라고 적거나, 마크롱 얼굴에 히틀러 콧수염을 단 푯말을 들고 마크롱을 히틀러에 비유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극장과 레스토랑, 카페, 수영장, 도서관 등에 유대인의 입장을 금한다는 1942년 프랑스 정부 포고령이 다시 인터넷상에서 퍼져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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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내려진 유대인 이동통제령 ▲ 1942년 7월, 2차대전 중 나치 점령하에서 유대인들에게 내려진 이동통제령: 유대인은 레스토랑, 카페, 콘서트장, 뮤직홀, 공연장, 영화관, 공중전화 박스, 시장, 전시장, 도서관 등의 장소에 갈 수 없다. 오늘의 프랑스인들은 마크롱의 비 백신접종자에 대한 특정 공공 장소 이동통제를 명하는 보건 패스와 관련하여 2차 대전 중 시행된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분리정책을 떠올리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 목수정



"자유 평등 다 잃었다, 프랑스 구하러 나서자"

이날 집회를 두고 정부와 주류 미디어에선 극우와 음모론자의 준동이라 폄하했으나, 4개의 파리 집회를 신고한 주최는 노란조끼운동 시민단체, 간호사 노조, 드골주의를 표방하는 신생정당 패트리어트, 인터넷 보건패스 반대 커뮤니티 등이었다. 정작 극우정당(국민연맹)은 코로나 팬데믹이나 백신과 관련한 정부방침에 특별한 반론을 제시한 바가 없으며, 대표 마린 르펜은 간호사들에 대한 의무 접종에 대해서만 반대의사를 표했다.

전국 모든 집회에서 가장 절실하게 울려 퍼진 말은 "Liberté, liberté, liberté..(자유)"였다. 프랑스 국기도 자주 눈에 띄었고, 곳곳에서 혁명진군가 '라 마르세예즈'도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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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마르세이유 보건 패스 반대 집회 ▲ 7월 12일 마크롱의 연설은 프랑스 전국에 활화산 같은 반대 집회를 점화시켰다. 파리를 비롯하여 수백개의 지방도시에서 거대한 규모의 시민들이 보건패스 반대와 마크롱 퇴진을 외쳤다. ⓒ 동영상 캡처 저자 미상




두 번째로 자주 들리던 구호는 "마크롱 퇴진"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에 들어가 마크롱의 사진을 떼어내고 짓밟거나 찢어버리기도 했다.

마크롱은 코로나 백신이 나오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백신은 결코 의무화 되지 않을 것이며, 온전히 개인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 백신은 급히 만들어진 새로운 백신이고, 의학계는 그 백신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그것을 의무화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스스로 밝힌 백신의무화 불가 이유였다.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들은 여전히 임상3상이 진행중이다. 2023년과 2024년 각 백신의 임상시험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이들은 임시 긴급 허가를 받은 상태다. WHO도 지난 4월 15일 백신의 효능이 부분적이므로, 백신여권을 도입하지 말 것을 회원국들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패스가 국회를 통과한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모든 약속을 한순간에 저버렸다.

세 번째로 보이는 분노의 지점은 "분리, 차별"에 대한 거부감이다. 분노가 거리로 표출되기 전, SNS가 먼저 들끓었다. 가입자가 수백 명에 불과하던 웹상의 보건패스 반대 커뮤니티 가입자는 사나흘 만에 수십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 급조된 커뮤니티들을 통해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조직되는 집회 정보를 주고 받았다. 12일 대통령 발표 후 첫 주말에는 130개 도시에서, 두 번째 주말엔 235개 도시에서 집회가 조직되었다. 바캉스 기간인지라 휴가지인 남프랑스에서의 집회 규모가 수도 파리 못지않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적 모습이었다.

각종 보건패스 반대 커뮤니티에는 보건패스 확대에 반대한다는 백신 접종자들의 글도 많다. "나는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의무백신과 보건패스에 반대한다"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커뮤니티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백신을 잣대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차별하겠다는 정부에 대한 완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나는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보건패스를 반대한다"라고 앞뒤로 쓰인 티셔츠를 입고 온 가족과 함께 집회에 나온 한 중년 남자는 "보건패스로 사람들의 행동을 정부가 통제하는 이런 전체주의적 방식은 반대합니다. 지금의 방식은 개인의 자유를 확실히 침해하죠. 보건 위기는 정부가 초래한 거지, 시민들 잘못이 아니에요.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백신접종자 VS 비접종자) 분열시키는 건, 그게 지배하기 쉬운 방법이니까죠. 놀랍지도 않습니다"라고 독립언론(Regroupement citoye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회 통과한 보건패스 개정안, 헌법위원회로

정부가 제출한 보건패스 개정안은 하원(23일 새벽 6시)을 거쳐 상원(25일 자정)을 통과했고, 8월 5일 헌법위원회의 위헌 여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마크롱의 TV연설 이후, 하원과 상원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토론하고 표결해야 했다. 대형쇼핑몰은 보건패스를 필요로 하는 장소에서 제외되었고, 종합병원 이용에서 응급 치료는 제외되었다. 보건패스 의무가 지정된 직업군(간호사, 소방관, 구급대원, 철도공무원 등)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은 급여 지급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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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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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과 달리 집권여당이 극소수에 불과한 상원에서는 정부안에 반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표결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 상하의원이 참석하는 위원회를 통해 상원의 표결은 무력화되었다. 상원에선 이번 법안을 두고 "겸자를 통해 강제로 끌어낸 아기"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정부는 매일 2만 명의 델타 변종 테스트 양성자가 나오는 상황임을 토대로 4차 유행이 시작된 긴급 상황이라고 의원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뤄진 BFM TV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러스학자 장 미셸 클라브리는 "반 보건패스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안티백신도 아니다. 보건패스는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 동시에 과학적/보건적으로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테스트 양성이 2만명 나왔다는 이유로 소란을 떨 이유가 없다. 아무 증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상이 있어도 평범한 감기증상이다. 현재 병원들이 코비드 환자로 꽉 차고 있다는 건 정부의 거짓말이다. 지금 프랑스 병원들에 코비드 환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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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니스 반 보건패스 집회 ▲ 프랑스 남불, 니스에서 반 보건패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 Sacha Franc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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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 불복종 운동

국회의 표결을 기다리기도 전에 불복종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는 단체들의 성명이 곳곳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불복종운동에 나선 것은 경찰노조다. 프랑스 경찰(France Police)이란 이름의 경찰노조는 7월 15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유의 편에 서겠다"며, 보건패스를 도입해야 하는 영업장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경찰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알리앙스 노조 또한 "경찰들에겐 그것 말고도 다른 할 일들이 있다"는 대변인의 말을 통해 같은 입장임을 확인했다. 브장송에서 열린 24일 집회에서는 경찰병력이 집회중인 시민들 앞에서 모자와 방패를 내려놓고, 시민들과 뜻을 함께 함을 보여 집회 군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27일 프랑스 헌병대의 한 대령은 27일, laune-TV에 목소리로 출연해 보건패스를 거부하는 시민들과 모든 군경 등이 불복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간호사들은 백신 강제 접종에 응해선 안 되며,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의 보건패스를 확인해선 안 되고, 경찰들은 식당주인들을 통제해선 안 된다. 정부의 분열과 차별정책에 굴복해선 안 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라는 정부의 불법적 요구에 응하면 프랑스 공화국의 세 번째 가치인 박애(Fraternité)가 손상된다. 정부의 보건패스 법안은 반헌법적이다. 프랑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또한 7개 소방/구급대원 노조는 7월 18일 연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의무 백신 접종 요구를 따를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했다. 쉬드 철도노조는 7월 26일, TGV 안에서 승객들의 보건패스를 점검하지 말라는 지침을 노조원들에게 내리기도 했다. 7월 26일부터 간호사노조, 소방관/구급대노조는 파업을 시작했고 전국의 물류이동을 담당하는 화물연대노조는 8월 15일부터 보건패스 폐기를 요구하며 전국 동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SNS에는 "우린 경찰이 아니다. 우린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정부의 국민 감시 요구를 따르지 않겠다"는 푯말을 붙인 식당들의 사진들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으며 시민들은 더 큰 규모의 집회와 불복종운동을 결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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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방/구조대 노조의 공동 성명 ▲ 프랑스의 7개 소방/구조대 노조는 2021년 7월 18일 특정 직업군에 대한 정부의 백신 의무 접종 명령 대하여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명을 거부할 것임을 밝힌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 프랑스 소방/구조대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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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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