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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국시대로 돌아간 민주당…유권자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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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S]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엠비엔(MBN) 스튜디오에서 엠비엔과 연합뉴스티브이 공동 주관으로 열린 본경선 1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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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 망령을 끌어낸 것에 대해선 책임질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지난 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첫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던진 말이다. 이 지사의 ‘영남역차별’ ‘백제 통합’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지역주의’ 딱지를 붙이고 이에 이 지사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미래가 아닌 과거, 그것도 삼국시대로까지 회귀했다. 보다 못한 지도부가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우리 민주당에선 지역주의 강을 건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평소에는 잠잠하다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지역주의는 퇴출 대상’이라는 ‘이상’과 경선 과정에서 여전히 지역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현실’ 사이의 딜레마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87년 체제’ 이후 지역을 중심으로 정당 지지율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망국병’이라 불리며 퇴출 대상으로 각인됐다. 2000년대 이후 여권에서는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의 지지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당성’을 외치는 등 야권에서도 지역주의 흐름이 옅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권에서 여전히 지역주의 논란이 튀어나오는 것은 경선 과정에서 호남의 민심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70만명의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30% 남짓이 호남에 포진해 있다는 점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끊임없이 ‘호남’으로 불러들인다. 경선에서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면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집중하며 지역주의 논란에 불을 붙이는 것은 정작 본선에선 확장력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유력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책·비전을 통해 어떤 계층을 대변할지 또는 어떤 철학으로 국정을 운영할지를 보여주기보단 ‘지역 출신’만을 강조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도 다분히 퇴행적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권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의제로 유권자를 발굴해내면서 확장을 해나가야 하는데 ‘호남’ 아니면 ‘친문’을 강조하면서 대중들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망국적 지역주의’의 책임은 유권자가 아닌, 이를 조장하는 정치권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주의는 지연을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의 후진적 정치 문화 때문이 아니라,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책 경쟁보다는 지역적 지지 기반을 동원해 집권하려는 전략을 되풀이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역주의는 오랜 기간 지속된 권위주의 정권이 남긴 정치적 유산의 결과일 뿐 유권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현재 호남의 유권자들이 대선주자들의 지역주의 논쟁에 반응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40대 유권자만 해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8월4일 두번째 티브이 토론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볼 수 있을까.

송채경화 정치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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