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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日검찰심사회 "'향응제공' 아베 불기소 부당"…재수사할 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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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검찰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불기소처분한 것이 부당하다는 검찰심사회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검찰심사회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사건과 관련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불기소로 종결된 아베의 유권자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아베 전 총리를 고발했던 시민단체는 작년 12월 28일 불기소처분에 대한 심사를 검찰심사회에 요청했다.

무작위로 뽑히는 공직선거법상의 유권자로 구성되는 일본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기구다.

심사회가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을 평가해 기소 의견을 내면 검찰은 재수사를 하게 된다.

NHK는 재수사 후에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다시 내려지면 수사는 그대로 종결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9년 4월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 모임' 행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참가자들과 손을 마주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2019까지 정치단체 '아베 신조후원회'를 앞세워 매년 4월 정부 봄맞이 행사인 '벚꽃(사쿠라)을 보는 모임' 전날에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지지자 등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초청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음식값 등으로 최저 행사 비용(1인당 1만1천엔)에 못 미치는 5천엔만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베 측이 차액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시민단체가 이를 문제 삼아 작년 1월 아베를 고발했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이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기부행위) 및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수사를 맡았던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아베를 상대로 피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아베가 비용 보전에 직접 관여한 증거가 없고, 행사 참가자들이 아베로부터 기부를 받았다는 인식을 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전체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다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열렸던 행사로 국한해 약 3천만엔 규모의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비서 한 명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아베는 불기소처분을 받은 작년 12월 24일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이 모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4일 유권자 향응 제공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발표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leekm@yna.co.kr [2020.12.28 송고]



그러나 검찰심사회는 아베 측이 비용 일부를 부담한 것은 유권자에 대한 불법 기부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아베와 비서 진술뿐만 아니라 이메일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범죄 의도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비용 일부를 실제로 부담한 아베 측의 자금관리단체가 수지 보고서에 관련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것에 대해 아베 등을 불기소처분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비서가 약식기소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의 불기소에 대해선 적절했다면서도 회계 책임자의 선임 및 감독 과정에서 주의를 게을리한 아베 전 총리와 관련해선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검찰심사회는 특히 의결서에 "총리를 지낸 사람이 비서가 한 일이라며 자신은 모른다고 하는 태도를 국민감정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논란이 생긴 경우에는 제대로 설명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아베 전 총리에게 요구하는 말을 덧붙였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검찰심사회 의결 내용이 알려진 뒤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고, 나와 사무소도 전면적으로 (수사에) 협력한 결과로 불기소 판단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 당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반응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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