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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육상 25년 만의 쾌거!…‘1cm의 기적’ 우상혁, 높이뛰기 결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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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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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cm라도 더 높이 뛰어야 하는 게 그의 숙명이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진 부상에 벼랑 끝에서 떨어지는 심정이었다. 한때 선수 생활을 관두려 했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 출전의 한 가닥 희망에 다시 허공을 향해 몸을 날리기를 되풀이했다. 한국 육상에 반세기 동안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열어젖힌 높이뛰기 기대주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다.

우상혁은 30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으며 결선에 진출했다. 예선에 참가한 33명의 선수 중 상위 12위 안에 들어야 결선에 오를 수 있다. 우상혁은 2차 시기에 2m28 기록으로 전체 9위를 확정지어 일치감치 결선 티켓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25년 만이다. 우상혁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우상혁의 결선행은 ‘1cm의 기적’으로 시작됐다.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던 그는 지난달 29일 개인 최고 기록보다 1cm가 높은 2m31을 넘었다. 이 기록 덕분에 1일 세계육상연맹이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31위에 올라 극적으로 상위 32명에게 주어진 올림픽 출전권을 품에 안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예선 22위 탈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우상혁은 올림픽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반복된 훈련으로 피로가 누적되면서 왼쪽 정강이에 염증이 생겼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활을 한 뒤 훈련을 시작해야 했지만,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따기 위해 계속 국제 경기에 나서다 보니 상처가 악화됐다.

올림픽 출전이 물 건너간 것 같아 자포자기에 빠졌다. 약 1년 동안 걸핏하면 훈련을 빠지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식단과 체중 관리는 높이뛰기 선수에게 필수다. 0.1cm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종목이다. 빠른 발놀림과 몸무게, 몸의 근육 분포 등이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관리를 포기한 높이뛰기 선수는 선수 생명을 내려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오랜 방황 끝에 김도균 높이뛰기 국가대표 코치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 김 코치는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으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며 다독였다. 계속해서 “넌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난해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가 10kg 넘게 체중을 줄였다. 그는 “단순한 게 제일 어렵다. 나는 어차피 벼랑 끝에서 떨어져 본 선수다. ‘할 수 있다’는 코치님 말씀을 믿고 시키는 대로 모든 걸 했다”고 말했다.

훈련 때는 기복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높이뛰기의 기본은 역시 달리기다. 그는 “내 짧은 도움닫기에 알맞은 달리기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가장 귀찮지만,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188cm인 우상혁이 높이뛰기 선수로서는 작은 키의 약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선 참가 선수의 평균 신장은 약 190cm, 최고 신장은 198cm에 달한다. 입대 전 지도자인 이상동 서천군청 감독은 “(우)상혁이가 최근 근육량을 조절해 몸을 날렵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달리기 속도를 높이면서 도약력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늘 2m30도 넘을 자신이 있었다. 올림픽 출전권만 따면 내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 한국 기록(2m34·1997년 이진택)을 깨고 싶다. 간절하게 원한다. 그만큼 노력했다. 지켜봐 달라.”

오랜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떠오른 우상혁의 한마디에 자신감이 넘쳤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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