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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임대차보호법 1년, ‘계약갱신권’부터 안착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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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31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시세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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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임대차 3법’의 핵심인 ‘인상률 5% 한도, 1차례(2년) 계약갱신 요구권’을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31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계약갱신 요구권은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 보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지 31년 만에 4년으로 확대한 것이다. 임대료 인상률에도 5% 상한선을 두어 세입자들이 최소 4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했다.

계약갱신 요구권 도입은 굳이 이사하지 않고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비율을 크게 높였다. 정부 집계 결과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은 법 시행 전 57.2%에서 77.7%로 상승했다. 올해 6월 도입된 전월세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갱신 계약의 63.4%가 갱신 요구권을 사용했고, 갱신 계약 중 76.5%가 인상률 5% 이하로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갱신 요구권은 1차례에 한해 쓸 수 있게 했으나, 앞으로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횟수를 늘려야 한다.

계약갱신 요구권과 인상률 상한제는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권리를 주는 것이라 임대인의 대응 행동을 유발한다.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가 하면, 인상률 규제가 없는 신규 계약에서는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집주인의 임대 중단으로 수급이 악화된 것도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적어 이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보완 방안으로 신규 계약에도 인상률 상한선을 적용하게 법을 추가 개정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길게는 모든 임대주택에 대해 임대료 인상률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해 단기 급등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당장은 전월세, 특히 전세의 공급을 더욱 급격히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에서 보증금은 임대료가 아니고, 보증금의 기회비용이 실질 임대료다. 시장금리에 따라 실질 임대료가 달라지는 특이한 구조다. 그런데 전세 보증금의 인상률을 직접 규제하니 마치 그림자를 규제하는 것과 같다. 금리 변동에 따라 앞으로 적잖은 혼선이 생길 수 있다. 대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계약갱신 요구권을 안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약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당한 세입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이겨도 실익이 크지 않은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임대료 조정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표준임대료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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