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전여옥 “윤석열 아니었다면 조국이 민주당 대선후보 0순위”

댓글 6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입당을 늦춘다고 여당이 공격을 안 할까요? 호남·중도층 지지율이 더 오를까요? 어차피 박살 나든, 박살 내든 입당하는 게 윤석열의 길이었죠”

보수의 대표 저격수 전여옥(62)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입당 과정에서 ‘밀당’을 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행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준석과 윤석열 둘 다 (입당에 대해) 겁을 냈다”며 “이준석은 철저한 대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하고, 윤석열은 MB·박근혜를 감옥에 넣고도 왜 문재인 권력과 처절한 싸움을 벌였는지 당 안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그는 여·야 대선구도를 어떻게 전망할까.

중앙일보

전여옥(62) 전 한나라당 의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19대 총선 낙선 후 정계 떠났다.

A : 모든 정치인은 선거에서 지면 사라진다. 예전에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 미달”이라는 말을 하고부터 내 정치적 운명은 정해졌다. 박근혜 대표를 가까이서 봤으니 “박근혜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정치인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말 안 했지만 난 말했다. 정치 인생에서 그런 점은 자부심을 느낀다.

Q : 미련은 없나.

A : 정치 원 없이 했다. 정치는 남의 인생 사는 거다.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알다시피 난 얼굴에 티가 난다. 정치가 안 맞는 사람이다. 지금 행복하다.
중앙일보

2006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전여옥 당 대변인 시절. 그는 201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잡은 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 이후 당을 탈당해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생각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정계를 떠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요즘 ‘은퇴 후 잃었던 독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도 있다

A : 잘못된 생각이다. 난 한 번도 스스로 독설가라고 생각한 적 없다. 직접적이고 알기 쉽게, 깔끔하게 얘기했을 뿐이다. 빙글빙글 돌려 말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나이 먹고 주변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순 있지만, 전여옥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이준석은 무서운 아이지만 전략적 지지”



Q :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심사 참여, 이준석 대표 제안 있었나.

A : 이준석 대표가 직접 제안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대표와의 첫 만남이 좋지 않았다. 내가 박근혜를 한창 반대할 때 토론 방송에서 ‘박근혜 키즈’로 나온 이준석을 처음 봤다. “전여옥 의원 처음 봤는데 어떤 사람 같냐”는 사회자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배신자죠” 딱 이러더라. 그래서 속으로 ‘네가 언젠간 후회할 거다’라며 그냥 “네가 어리니까”라면서 논쟁을 끝냈다. 최근 이준석이 어느 방송에서 ‘(심사 참여를)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토론 당시) 내게 그랬던 건 자신이 어리바리 해서, 정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랬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안 믿는다. 이준석은 영리하고 영악하고 영특하다.

중앙일보

지난 5일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배틀 심사에 참가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최근엔 이준석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다.

A : 탄핵 이후 진짜 박근혜를 배신 한 건 ‘박근혜 키즈’ 이준석이다. 이 과정에서 ‘저 친구가 참 애 어른이구나. 권력 추종을 굉장히 유능하고 매끄럽게 한다’ 싶었다. ‘앙팡 테리블(Enfants terribles)’, 무서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엔 이런 이준석이 보수 정당을 젊게 하는 유인책이 되겠다는 판단에서 개인감정을 내던지고 지지했다. 1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씩 낙선하며 ‘그래 너 나름대로 열심히 (정치)했다’고 평가받을만하기도 했고.

Q : 재난 지원금 합의 논란 때는 “좋은 보약이 될 것”이라고 이 대표를 격려했다.

A : (야당에) 말려든 건 확실한 것 같다. 당대표 말은 당의 분위기, 당의 정지(整地) 작업과 함께 가야 한다. ‘종편 패널’이나 ‘상계동의 아들’이 아닌 다른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는 뜻의 말이었다.



윤석열과 이준석의 묘한 엇갈림… 입당으로 반전될까



Q : 윤석열과 이준석은 ‘맥주회동’ 이후 엇갈린다.

A : 이준석은 설정해둔 당의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무척 애쓴다. 겁도 나겠지. 대한민국 역사의 추를 움직여야 할 제1야당 대표로서 ‘왕관의 무게’가 버거울 거다. 이준석은 자기 정치할 게 아니라, 대선 승리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자기 정치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중앙일보

지난 2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윤석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두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A : 인간적인 심정을 얘기했다고 본다. 모든 검사가 다 하는 말이다. 나도 검찰 가서 조사 엄청 받았다. 가면 검사들이 “참 송구하다”면서 엄청 잘해주다가 기소해버린다. 같은 맥락 아닐까.

Q : 박근혜 사면 필요하다고 보나.

A : 박근혜는 최순실 문제로 탄핵당할 거라 생각 안 했겠지만, 그 생각 자체가 무능과 무지와 오만이다. 박근혜를 앞세워 돈을 좇은 최순실도 죗값은 치러야 한다. 그런데도 두 전직 대통령은 사면해야 한다. 수감된 지 오래됐고 건강도 나쁘다. 문재인 정부가 사면하지 않는 건 마지막 카드로 쓰고 싶어서 아닐까.



“드루킹 특검 연장 필요…김정숙 여사도 특검해야”



Q : ‘드루킹 특검 연장’두고 논란 일었다.

A : 특검 해야 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누가 가장 막대하게 큰 이익을 봤을까. 김경수나 드루킹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 고민정 의원은 왜 김경수 전 지사 수감되는 날 창원에 내려갔을까. 스스로 결정했을까. 뭘 먹기만 하면 체한다는데, 병원에 가야지. 왜 교도소를 갔을까. 그리고 왜 김 전 지사 부인과 부둥켜 안고 울었을까. ‘혼자 감당해 주십시오’ 아닐까. 그리고 김정숙 여사 특검 필요하다. 대통령 후보도 아닌데 선거기간 그는 왜 “경인선을 가야 한다”고 수차례 외쳤는지 대통령 부인으로서 꼭 답해야 한다.

중앙일보

지난 26일 오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2년을 확정 받고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특검 연장, 윤석열 책임 이야기도 나온다.

A : 윤석열이 수사를 덮은 건 아니다. 몇 가지 서류 미비로 기각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특검으로 갔다. 허익범 특검에 감사한다. 3년간 폭삭 늙어가며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Q : 윤석열에게 김종인의 그림자가 비친다.

A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당 저 당 옮겨가며 비례대표를 다섯 번 했다. 이게 정치인인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충분히 (정치)했다. 박근혜 지지했다가 팽 당했다며 문재인에게 갔다. 권력 향배를 좇아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과연 그분에게 정치적 동지가 있을까. 윤석열이 그들을 포섭한 건 세(勢)를 알리기 아니었을까.

Q : 예상하는 야당 대통령 후보는.

A : 윤석열과 홍준표다. 둘 다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은 조국 전 장관의 추악한 민낯을 온 국민에게 보여줬다. 이게 아니었으면, 조 전 장관은 민주당 대선후보 0순위로 나왔겠지. 차기 대통령은 맷집, 패기가 필요하다. 만약 야당이 집권하면 첫날부터 광화문 앞이 시끄러울 거다. 광우병 사태는 ‘미친 소’ 문제가 아닌 이명박 정권 저항 운동이었다.

중앙일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성 지지층 구애 골몰하는 여권 주자들



Q : 작년 쓴 책에선 정치하며 가장 듣기 싫었던 말로 주군, 충성, 복심을 꼽았다.

A : 21세기 메타버스 세상에서 주군, 복심을 말하는 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낼 뿐이다. 과거 대변인 시절, 박근혜 대표 ‘복심’이라는 말을 들었다. 엄청 기분 나빴다. 요즘 한국 정치가 조폭 정치도 아니고, 오야붕, 꼬붕까지 말한다. 그런 사람들과 정치하는 게 괴로웠다.

Q : 여권은 친노·친문 적통 경쟁이 치열하다.

A : 대권 주자끼리 서로 (친문·친노) 적자 따지는 건 정말 무식한 일이다. 적서를 왜 따지나. 서자면 안 되나. 한국 역사를 알면 ‘적자’ ‘서자’ 이런 말 해선 안 된다. 그 자체로 매우 차별적인 용어다. 이렇게 무지한 사람들이 1등, 2등이다. 이런 걸 보면 희망은커녕, 위험한 파멸의 길, 지옥문 여는 게 아닌가 싶다.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는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김경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성 발언은 경선용 행보 아닐까.

A : 바보 같은 일이다. 당장 경선 승리 원하겠지만, 김경수 지사 판결문 보면 굉장히 정교하다. 바늘 하나도 꽂기 힘들 게 촘촘하게 (범죄) 논거를 댄다. 그래도 (여권 후보들이) 변호사고 서울대 법대 나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강성 당원용’이라고 한들 만약 여권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모두 과거 이야기만 한다. 탄핵 찬성 여부, 백제 시대 논란, 적자·서자를 말한다. 미래를 말해야지.



“대통령 후보나 정치인 지킨다고 국민이 죽어선 안 돼”



Q :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 이런 게 아닐까.

A : 민주당과 청와대가 골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멸의 길이다. 청와대가 조폭 조직처럼 됐나 싶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해부대 관련해서 “대통령이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수송기 급파를 지시했다”고 자화자찬한다. 국민하곤 소통 없는 국민소통수석이다. 국민이 당장 생업이 바쁘니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중앙일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청와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여야 지지율 1위 후보 모두 국회 경험이 없다.

A : 국회 거치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본다. 법치 국가에선 상식 가진 대통령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놀란다. 기본소득으로 거짓말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기본소득 논의했다가 접었고 이걸 도입한 나라가 지구상에 한 군데도 없는데 국민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한다.

Q : 내년 3월, 어떤 대통령 필요할까.

A :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죽고, 대통령 후보와 그 경선에 나간 사람을 위해 사람이 죽는 건 안 된다. 생각해 볼 문제고 결격 사유라고 본다. 일단 접고 들어가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인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PD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