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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글로벌What] 두테르테 代물림이냐, '국민 영웅' 파키아오냐 ···미·중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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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필리핀···포스트 두테르테 어떻게 되나

딸 러닝메이트로 나선 두테르테

사실상 정권 연장 꼼수 부려

친구서 적으로 갈라선 파키아오

'親中反美 정책'에 날 선 비판

출마 선언땐 유력 주자 급부상

'전략적 요충지' 미중도 관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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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상원의원인 매니 파키아오가 다음 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년여 만에 링에 오른다. 8개 체급을 석권한 국민 영웅 파키아오의 링 복귀는 언제나 필리핀 국민의 최대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주먹보다 입이 더 주목 받고 있다. 실제 파키아오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경기 후에 (대선 출마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래플러 등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적 가운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사람은 안토니오 트릴랴네스 전 상원의원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파키아오의 대선 출마 선언은 잠룡들의 출마에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 5월에 치러질 필리핀 대선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것은 두테르테의 ‘꼼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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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의 정권 연장 노림수

이번 대선에서 두테르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출마하게 된다. 그가 미는 대통령 후보는 바로 그의 장녀이자 다바오 시장인 세라 두테르테다. 이에 6년 단임제로 연임이 불가능한 법 때문에 두테르테가 딸을 내세워 사실상 연임에 도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외교 전문 매체인 디플로맷은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와 관련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를 수사 중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를 피하고 퇴임 이후 부패 혐의를 방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노림수가 통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은 편이다. 그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시장은 지난 6월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28%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스코 모레노 마닐라 시장(14%), 1986년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13%),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10%), 파키아오(8%) 등 군소 후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군소 후보 중에서도 1위가 아닌 파키아오가 주목 받는 것은 그가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는 인물인 데다 본격적으로 두테르테 때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그가 오는 8월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 금세 세라 두테르테를 추격할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파키아오는 두테르테의 정책에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파키아오, 두테르테 등에 칼 꽂다

특히 두테르테의 친중적인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파키아오는 6월 “중국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무단 침범하는 등 남중국해와 필리핀 서해에서 보이는 공격적 행태에 대해 두테르테가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에는 정부의 부패 정황이 담긴 증거 자료를 조만간 상원 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파키아오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두테르테와 사이가 좋았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두테르테가 속한 집권 여당인 필리핀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랬던 파키아오가 몇 개월 새 두테르테의 적(敵)이 된 것이다. 그 결과 17일 파키아오는 필리핀민주당에서 축출됐다.

현재로서는 파키아오가 두테르테와 절연한 진짜 이유가 두테르테의 인권 무시, 부패, 친중 노선 등에 대한 실망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야심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어찌 됐든 파키아오가 반(反)두테르테 연합의 선봉에 서는 것이 정치적 입지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군인들과 반군들이 파키아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공식적인 휴전을 선언할 만큼 그는 영웅"이라며 “이런 영웅이 두테르테를 비판하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美中이 절대 버릴 수 없는 필리핀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에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도 자리한다. 미국의 경우 6·25전쟁을 촉발했던 ‘애치슨 선언’에도 필리핀을 미국의 방위선에 넣었을 정도다. 실제 필리핀과 미국 간에는 방위조약이 체결돼 있어 한쪽이 침략 당하면 상대방을 지원할 수 있다.

중국도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필리핀 주변 바닷길부터 장악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필리핀은 상대에 내줄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테르테가 집권 이후 줄곧 중국에 추파를 던지고 미국과는 각을 세워왔다는 데 있다. 두테르테 비판론자들은 “두테르테의 장녀가 대선에서 이기면 필리핀이 사실상 남중국해 등에서 자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실제로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필리핀 정치인들이 두테르테를 견제하기 위해 반중 정서를 자극한다”고 두테르테를 두둔한다.

과거 오랜 기간 미국의 식민지였음에도 필리핀이 기본적으로 친미 성향의 국가임을 고려하면 두테르테의 친중·반미 행보는 별난 데가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인권 탄압을 우려한다”고 밝히자 “오바마는 지옥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미국 리스크컨설팅 회사 테노의 밥 에레라 림 애널리스트는 “두테르테의 필리핀은 그간 친중 정책 전환,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결속력 약화 등 여러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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