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단독]"면접 이상해 엄마" 공무원 합격 번복 10대의 마지막 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3년을 이 시험만 보고 살아왔는데…면접이 너무 이상한 것 같아 엄마.”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시험에서 합격 번복이 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특성화고 학생 A군(19)이 사망 몇 시간 전인 27일 오후 자신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다. A군의 사촌 누나 이모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촌 동생은 불합격 때문에 비관 자살을 한 게 아니다”라며 “불합리한 면접에 억울해하다 가족이 없는 틈에 그렇게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사촌 동생에게 또 다른 동생이 있는데 지금 장염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어 자신의 형이 하늘나라로 간 사실도 아직 모른다”며 오열했다. A군의 유족은 30일 부산진경찰서에 부산시교육청을 직무유기 및 자살방조 혐의로 고소했다.



필기시험 10점 낮은 친구 합격…유족“면접 성적 처리 이상해”



중앙일보

A군(19)가 지난 26일 오전 10시에 합격한 '최종합격' 문구. 유족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군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컴퓨터로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화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약 1시간 후 합격 공고에 본인의 수험번호가 없어 불합격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교육청을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이씨는 “그때 동생은 본인보다 필기점수가 10점 낮은 친구가 합격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교육청은 면접이 당락을 가렸다고 하는데 면접 평가지를 직접 보니 성적 처리가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확인한 면접 결과지에 따르면 면접관 3명 중 2명은 수험생에 대한 평가결과가 대부분 같았다. 이들은 다섯개의 평가 항목에서 응시생 2명에게는 전 항목 ‘상’을 주고, 11명에게는 전 항목 ‘중’을 주었다. 이씨는 ”동생은 다른 면접관에게는 상 4개, 중 1개를 받았지만, 평가 방식이 모호한 그 두 면접관에게 일괄 중을 받으면서 ‘보통’ 등급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모호한 면접 성적 처리를 보고 충격을 받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며 “동생은 이런 상황을 보고 계속 숨이 막힌다고 가슴을 치다가 응급실에 두 번이나 실려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청 담당자는 동생한테 ‘다음 시험에 재도전하면 된다’는 말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의혹 제보한다”…유족, 국민청원 올려



중앙일보

유족은 28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한다”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족은 28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한다'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들은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변경된 그 1시간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납득될만한 설명 ▶면접과 면접관에 대한 감사와 해명 ▶면접에서 우수 받게 되면 무조건 합격이 되는 법에 대한 의혹 제기 및 해명을 요구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필기시험 합격자 공고란에 행정 실수로 인해 10시부터 10시 10분까지 면접시험을 본 모두에게 최종합격 문구가 떴던 것”이라며 “수험번호가 적힌 최종합격 공고란이 따로 있는데 A군은 그걸 못 본 채 필기시험 공고란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들한테 항의가 없었냐는 질문에 “필기시험 합격자 공고란에 최종 합격이 떠 있는데 최종합격 공고란에 수험번호가 없다며 이게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려달라는 항의가 몇 명 더 있었다”고 답했다.

중앙일보

지난 26일 올라온 부산시교육청 최종합격자 공고. 부산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필기 점수 관계없이 면접 ‘우수’면 합격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44조와 제50조 3에 따르면 ‘우수’ 등급을 받은 응시자는 필기 점수와 관계없이 합격이다. 면접 위원 3명 중 2명은 시청 등에서 추천을 받아 외부 위원으로 구성한다. 관계자는 “면접관들이 점수를 매긴 거에 우리가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며 “유족이 의혹을 제기한 면접관 두 명이 누군지 공개할 수도, 외부 위원인지 아닌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필기시험 1배수에 들었는데 면접에서 탈락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년 관련 항의가 들어오는데 면접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와서 부정과 비리가 있었으면 관련자는 모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교육청은 현재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김석준 교육감은 지난 29일 특별감사를 지시하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련자 엄중 문책을 물론 제도 개선책을 도출하겠다”며 “귀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