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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후 Talk] '인플레 중대 기로' 7월 소비자물가에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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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나치의 위폐 작전을 다룬 영화 '카운터 페이터' 포스터


'베른하르트 작전'

1942년 나치가 영국을 붕괴시키기 위해 세운 작전입니다. 영국 파운드화를 대량으로 위조해서 이를 시장에 푼 뒤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사회질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 1억 3400만 파운드(현재 가치로 2145억 원, 당시 우리나라 화폐가치로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를 감쪽같이 위조했지만 연합군에 잡혀 실제 작전이 수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하나로 국가 체계를 무너뜨리겠다는 나치의 계획이 가능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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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짐바브웨 지폐 / 세계화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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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의 공포


인플레이션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국가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입니다. 1990년대 외국의 원조가 중단되고 외화가 부족하자 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댑니다. 그래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벌어집니다. 한 달 동안 물가가 50% 이상 상승하면 초(超)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짐바브웨는 2008년 동안 물가가 897 해%, 경의 1만 배%로 물가가 치솟습니다. 그래서 화폐 개혁을 단행했지만 실패했고 그 해 연말에는 100조 짐바브웨 달러를 찍기에 이릅니다. 돈을 땔감으로 쓰고, 돈을 바구니에 담아놓으면 돈은 두고 바구니를 가져갔다는 건 이제 새롭지도 않은 일화입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였던 베네수엘라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21세기형 사회주의를 부르짖으며 복지정책을 늘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합니다. 화폐 가치는 떨어졌고 경제 시스템은 마비됐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를 추진한다고 알려졌는데, 성공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나치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영국의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켰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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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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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의 후폭풍

최근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코로나19 때문입니다. 팬데믹에 대응해 전 세계 국가들이 재정을 늘렸고 우리나라도 현금성 복지정책뿐 아니라 시중 유동성을 크게 늘렸습니다. 돈은 넘쳐나는데 물건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물가가 올랐고, 그 폭이 상당했기 때문에 인플레를 우려하는 겁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2.3%를 기록했습니다. 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5월에는 2.6%, 6월 2.4%를 기록하면서 3개월째 2%대 물가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에 물가 관리 목표가 2% 선이고 올해 물가도 이 정도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를 수 있으나 연간으로 볼 때 물가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없을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은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수요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인플레 우려가 예상보다 커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도 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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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외경 /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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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의 트리거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세계경제 수정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3.6%에서 4.3%로 크게 올렸습니다. 코로나에서 회복되는 나라 중에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면서도 주택 가격 상승, 자산 시장의 낮은 변동성, 고물가(인플레이션), 통화정책 급변 등을 위험 요소로 꼽았습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명확할 때까지 긴축을 지양하되, 기대치를 넘는 회복 시 빠른 정책 전환 및 시장 소통 강화"

지금 우리 경제의 우려를 한 문장을 압축한 듯 합니다. 인플레가 커지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러면 유동성을 높이는 추경에도 일부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기대치가 넘는다는 것은 경기가 과열돼 경제가 정상경로에서 이탈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인플레냐 아니냐, 위태로운 경계선이 있는 상황입니다.

■ 7월의 물가

우리나라 금리는 대체로 미국 금리와 같이 움직였습니다. 미국 금리는 그대로인데 우리만 금리를 올리면 외국자본이 상대적 이윤으로 더 남길 수 있는 다른 국가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대출을 가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민생경제를 짓누른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지금 시기가 위급하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물가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처음 확산되면서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물가가 7월 들어 0.3%로 처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4~6월까지 겪었던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진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한 정부 관료는 사석에서 7월부터 물가가 1% 후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좀처럼 줄지 않아 물가 상승 압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게 불안요인입니다.

그래서 7월 물가가 중요합니다. 인플레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재정을 더 확장할지 말지, 금리를 올릴지 말지 등 재정과 통화정책의 향방을 바꿀 수 있습니다.

7월의 소비자물가는 오는 8월 3일에 발표됩니다.

송병철 기자(songb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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