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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르포] ‘쥴리 벽화’에 ‘판소리꾼’ ‘계란장수’까지…“모욕죄 성립 가능성”[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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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벽면에 등장한 ‘쥴리의 꿈’

“우리 영부인을 그리느냐” “쥴리가 맞느냐”

보수·친여 유튜버 몰려들어 서점·시민 불편 호소

“사실 내지 허위 사실 명시적 기재로 보기 어려워”

“‘문제가 된 문구’ 지워졌지만 모욕죄 가능성 있어”

“모욕죄는 친고죄…김건희 측에서 직접 고소해야”

헤럴드경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 외벽에 그려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빗대 비방하는 듯한 내용의 벽화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30일 오전 건물 관계자가 벽화의 글자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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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김영철 수습기자]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 씨를 빗대 비방하는 듯한 내용의 벽화가 게시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 앞은 벽화가 논란을 빚으면서 이틀 연속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이 몰려와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벽화가 보이지 않게 차량을 세워놓고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다. 반면 친여 성향 유튜버들은 판소리를 흉내 내는 등 해당 사진 앞에서 김씨를 사실상 조롱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폭행 시비까지 있었다.

전날 ‘쥴리 벽화’ 관련 112신고 총 41건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55분까지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과 관련한 112신고는 모두 41건 접수됐다.

벽화를 막기 위해 세운 차량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을 막으면서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신고가 15건이었다. ▷소음 8건 ▷미신고 집회 6건 ▷행패 소란 5건 등의 신고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30분께는 70대 남성이 1인 시위를 하며 벽화를 가리고 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같은 날 오후 7시50분께도 30대 여성이 유튜브 촬영을 하지 말라며 30대 남성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도 오전 8시30분께부터 유튜버들이 서점 앞으로 몰려들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차량 2대로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내용이 적힌 벽화 앞에 세워 가려놓고 1인 시위를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벽화 제작을 지시한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 여모 씨는 전날 ‘쥴리의 꿈’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문구를 전부 지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14분께 서점 직원 1명이 나와 흰 페인트로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그림 옆에 쓰인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과 또 다른 벽화에 쓰인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를 덧칠해 지웠다. 문구 삭제는 불과 4분 만에 이뤄졌다.

문구가 지워진 뒤에도 일부 유튜버가 현장에 남으며 소란이 이어졌다. 벽화 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에 30대 여성 김모 씨가 ‘극우 유튜브 OUT’ 등을 쓴 게시물을 붙이면서 유튜버들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문 대통령 비하 문구는 이날 오후 2시께 한 시민이 와서 물티슈로 지웠다. ‘쥴리를찾는사람들’은 서점에 “사장님은 최고의 건물주이십니다”라는 문구를 달아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까지 벽화와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쥴리 벽화’에 이어 뮤직비디오 영상도 등장했다. 가수 백자는 최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나이스 쥴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소개글에는 “치열한 공방전에 돌입한 쥴리. 후대에 ‘쥴리전’이란 판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는 자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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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빗대 비방하는 듯한 ‘쥴리 벽화’가 그려진 한 중고 서점 인근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김영철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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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못 들어가 1시간 정차하다 딱지 끊어”“그 이름 하여 ‘쥴리’라고 하는데….”

전날에도 아수라장은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30분께 서울 종로구 한 중고 서점 인근으로 몰려든 20여 명의 유튜버와 행인, 취재진, 경찰 사이로 한 친여 성향 유튜버가 책자를 말아쥔 채 무릎을 번갈아 들어올리며 백자의 말처럼 판소리를 하듯 김씨를 비방하는 이야기를 늘어놨다.

같은 시간, 인근에 있던 한 보수 성향 유튜버는 확성기에 대고 “계란 사세요, 한 판에 1만5000원”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유튜버는 계란을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벽화가 가려지도록 차량을 대고 있었다.

김씨를 겨냥한 듯한 벽화가 그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날 해당 서점 인근에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들과 벽화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준 서점 사장을 응원하려는 친여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28일 오후부터 모여들어 윤 전 총장의 팬클럽 티셔츠를 입고 확성기로 “왜 우리 영부인을 그려 놓느냐” “왜 대선주자를 음해하려 하느냐”는 등 고성을 질렀다. 친여 유튜버들은 “그래서 쥴리가 맞느냐”고 맞섰다.

이 부근을 지나던 시민과 서점 측에서는 불편을 호소했다. 30대 강모 씨는 “뭐 하는 행패인지 모르겠다. 주차장에 못 들어가 한 시간째 정차하다가 결국 딱지를 끊었다”며 “결국 영업 방해로 신고했다”고 불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서점 직원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영업 방해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까지 유튜버들이 서점 주위에 머무르면서 말싸움 등을 벌여 수차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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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앞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빗대 비방하는 듯한 ‘쥴리 벽화’. 차량으로 가려진 그림을 한 유튜버가 촬영하고 있다. 김영철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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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된 문구, 일정 기간 노출…모욕죄 가능성”벽화는 철판 여섯 장에 걸쳐 두 가지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두 번째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쥴리는 ‘윤석열 X파일’ 등에서 거론된 김씨가 서울 강남 지역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주장에서 언급된 멸칭이다.

해당 벽화는 서점의 사장이자 건물주인 여씨가 의뢰해 그려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김씨가 쥴리라고 인정하지 않아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결국 이날 문제가 된 문구를 지웠다.

사실상 김씨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조계는 친고죄이기는 해도, 모욕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문구가 지워졌어도 이미 일정 기간 노출됐기 때문이다.

채다은 법률사무소 월인 변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그 사람이라는 게 연상된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도 “‘쥴리의 남자’라는 문구가 사회적 평가를 해하는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어, 모욕죄가 명예훼손보다 가능성이 좀 더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워도 모욕죄가 성립 가능하다”며 “이미 일정 기간 노출돼 공연성이 있다, 지운 건 후발적 평가요소로 양형에는 참작될 수는 있으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 변호사는 “사실 내지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명예훼손이 성립되는데 ‘쥴리의 남자’라며 특정되지 않은 남성들을 나열한 것이 어떤 사실을 명시적으로 기재하고 있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욕죄는 당사자가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다.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김씨가 스스로 ‘쥴리로 지칭되는 사람’이라 나서서 직접 고소해야 사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원색적인 정치적 비난을 해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으나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아닌 다른 혐의가 적용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G20 정상회의 홍보물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쥐 그림을 그려 넣은 대학강사는 대법원에서 공용 물건 손상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법률팀에서 법률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는 했으나 개개인에 대해 모두 고발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있어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문구를 지웠다고 해도, 최초에 벽화를 그리고 일정 기간 노출시킨 데 대한 대응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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