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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차이나 모빌리티] ‘반값 배터리’ 가격 전쟁…中 1위 CATL, ‘나트륨’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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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중국 CATL이 29일 공개한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 /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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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寧德時代 닝더스다이)이 나트륨이온(sodium-ion) 배터리로 가격 파괴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주력 제품인 리튬 배터리보다 원료 가격이 싼 나트륨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온에서 성능이 좋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계 전기차 업계가 배터리 가격을 50% 이상 낮추겠다는 반값 배터리 개발 경쟁에 빠졌다.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배터리 제조 비용을 줄여야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 우위를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전환 중인 완성차 회사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하거나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었다.

◇세계 점유율 1위 CATL, 나트륨이온 배터리 첫 공개

CATL은 29일 ‘테크존’이란 온라인 출시 행사를 열고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세계 주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중 처음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선보였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2023년까지 산업 공급망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창업자인 쩡위췬(로빈 쩡) CATL 회장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핵심 소재인 나트륨 가격이 저렴한 것을 꼽았다. CATL의 주력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아메리카 대륙과 중국, 호주 등 일부 지역에만 매장돼 있는 금속이기 때문에 희귀하고 그만큼 값이 비싸다. 특히 중국에 매장된 리튬은 품질이 낮아 중국에서 사용되는 배터리용 리튬의 80%가 수입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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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위췬(로빈 쩡) 중국 CATL 회장이 29일 온라인 행사에서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CA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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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은 올 들어 가격이 두 배 가량 올랐다. 크레디트스위스·맥쿼리뱅크 같은 투자은행이 이달 초 공급 부족으로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 리튬 가격이 더 오를 거라 전망하며 “리튬 투자 기회를 거부하면 용감한 것”이라고 할 정도다. 반면 나트륨은 지구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하다. 다만 CATL은 이번에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예상 가격 수준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나트륨이온은 리튬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 재료와 호환이 가능하고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다. 또 추운 날씨에도 에너지 보유 능력이 높으며 충전 속도도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ATL에 따르면, 영하 20도 저온 환경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보유율은 90% 이상이라고 한다. 상온에선 15분 안에 80% 충전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대 단점으론 낮은 에너지 밀도가 꼽힌다. CATL이 개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160와트시(Wh)로, 리튬인산철 배터리나 삼원계 배터리보다 20~25%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충전 후 주행거리가 더 짧다. 이 때문에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전기 승용차보단 전기 오토바이 등에 먼저 탑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CATL은 차세대 모델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200Wh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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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도로에 주차된 테슬라 모델Y SUV. /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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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수명도 더 짧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배터리 사이클은 최대 1500회로, 리튬인산철 배터리(약 6000회)나 삼원계 배터리(약 3000회)보다 적다.

CATL은 셀투팩(cell to pack) 제조 공정을 갖고 있다. 보통 ‘셀->모듈->팩’ 순서로 만드는 3단계 제조 공정 대신, 배터리 셀을 모듈로 묶는 중간 과정 없이 셀을 바로 팩에 넣는 제작 방식이다. CATL은 이번에 나트륨이온 셀과 리튬이온 셀을 한 팩에 통합하는 ‘AB’ 배터리 팩 기술도 공개했다. 이 방식으로 나트륨이온의 에너지 밀도 부족을 보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ATL은 올해 상반기(1~6)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을 누르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34.1기가와트시(Gwh)로, 점유율 29.9%를 기록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누적 사용량은 28.0Gwh로, 점유율 2위(24.5%)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23.1%로 1위, CATL이 22.7%로 2위였으나, 올 상반기엔 순위가 뒤바뀌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누적 사용량 5.9Gwh로 점유율 5위(5.2%)를 기록했다.

◇전기차 업계, 반값 배터리 개발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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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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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 하락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만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 배터리 제조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게 리튬·코발트·니켈 등 원료다. 현재 주요 전기차 회사들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쓰는데, 니켈과 코발트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곧 배터리를 직접 만들 것이며, 배터리 비용을 최소 56%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세단과 모델Y SUV에 CATL의 리튬 배터리를 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모델3 스탠다드 모델에 CATL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넣은 데 이어, 이달 초 모델Y에도 이 배터리를 장착해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올해 3월 ‘파워 데이’에서 2030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터리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중을 절반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유럽과 중국에서 잇따라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유럽 내 첫 공장을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와 건설 중이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가오커(Gotion High-Tech)와 손잡고 독일에 유럽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드솔루션(Prime Planet Energy & Solutions)도 내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절반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배터리 원료를 싸게 확보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업계 1·2위인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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