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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의심하지 마!" 펜싱 어벤저스 맏형 김정환이 은퇴 후 복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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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사브르 남자 펜싱 국가대표팀 맏형 김정환
"아내에 현역 선수 모습 보여주고 싶어" 복귀
펜싱 어벤저스 아이돌 뺨치는 외모도 화제
"가벼운 몸 유지하려 자기관리 철저히 하는 편"
한국일보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왼쪽부터),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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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지 마!"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40-21', 2배 가까운 점수 차로 대한민국이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결승 상대 이탈리아의 마지막 저항은 거셌다. 세계랭킹 3위 쿠라톨리의 공격에 오상욱이 다섯 점을 내주며 흔들리자, 동료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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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대한민국 대 이탈리아 결승전. 우승한 한국 선수들의 공격 모습. 위에서부터 김정환, 오상욱, 구본길, 김준호. 지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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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해!" "네 동작을 의심하지 마!"

구본길(32),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 3명은 오상욱(25·성남시청)과 함께 한마음으로 싸웠고 결국 오상욱이 5연속 득점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2012 런던대회 단체전 우승에 이은 올림픽 2연패의 쾌거였다.

"제가 제 몸을 못 믿었는데 선후배들이 믿어줬다"는 구본길의 말처럼, 위기의 순간으로 흔들릴 때마다 서로를 붙잡고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값진 승리였다.

은퇴 후 복귀 "아내에게 왕년 아닌 현역 모습 보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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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의 김정환 선수가 동메달을 확정 지은 뒤, 상대 선수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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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어벤저스' 중 맏형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 펜싱 남자 국가대표팀 메달 행진의 '산증인'이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 멤버이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도쿄에서도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정환은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개인이 펜싱으로 올림픽에서 획득한 건 2개가 최고 기록이어서, 국가대표로 컴백하면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 3개를 보유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만 세우고 갔다"며 "목표를 조금 소박하게 잡은 탓인지 기대했던 것보다 하나의 선물을 더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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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김정환 선수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아내의 목에 메달 두 개를 걸어주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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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서른여덟 살. 김정환은 2018년 은퇴했다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복귀했다. 김정환은 복귀 이유에 대해 "아내 덕분"이라고 꼽았다.

"집에서 잠옷 입고 TV 보는 모습만 보니까, 저를 그냥 왕년에 펜싱 국가대표 좀 했던 선수로만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펜싱 선수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며) 자극이 됐죠."(웃음)

김정환은 전날 인천공항으로 직접 마중 나온 아내에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김정환은 "이제 정말 국가대표가 맞다, 어벤저스의 일원이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파리올림픽서 펜벤저스 또 볼 수 있을까..."아직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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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 선수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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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펜싱 국가대표팀은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빼어난 외모도 큰 화제였다. "펜싱을 주제로 한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아이돌 뺨친다" 등등 반응이 뜨겁다.

"펜싱 선수들이 외모 관리를 특별히 하느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정환은 "그런건 없다"면서도 "펜싱은 다른 종목과 달리 체급이 없지만, 체중이 늘면 순발력에서 상대 선수보다 뒤지기 때문에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날렵하고 화려한 몸과 달리, 선수들의 몸은 멍투성이다. 김정환은 "시합 중에는 저도 그렇지만 긴장한 탓인지 평소 연습한 것보다 2배, 3배 더 강하게 찌르다 보니, 이번에도 경기 중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샤워하고 거울을 봤더니 온몸이 피멍투성이였다"고 전했다.

4년 뒤 파리올림픽에서 도쿄올림픽 멤버 그대로 펜싱 어벤저스를 또 볼 수 있을까.

김정환은 "파리올림픽에 나간다, 안 나간다 확답을 드리는 건 너무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소소한 목표로 차근차근 하나씩 마음가짐을 초기화해 나갈 생각"이라며 "만약 몸이 허락한다면, 내년 중국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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