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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BTS가 만든 ‘팬데믹 3부작’…음악, 그 이상의 길을 걷다 [헤럴드 뷰-‘시대의 아이콘’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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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방탄만의 메시지로 ‘팬데믹 극복’ 노래

영어가사·경쾌한 댄스...세계 대중 포용

‘수어’ 퍼포먼스 음악 넘어 전세계 감동

9월 대통령 문화특별사절 ‘외교 역할’

헤럴드경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유명 라디오 쇼에 출연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보지 못한 팬들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27일 유튜브 등으로 공개된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에서 퍼프 대디와 페이스 에번스의 ‘아일 비 미싱 유’(I‘ll Be Missing You) 커버 무대를 꾸몄다. 사진은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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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아이콘’이다. 지금 방탄소년단(BTS)을 ‘막을 수 있는 것’(‘퍼미션 투 댄스’ 가사 중)은 오직 방탄소년단뿐이다.

이번 한 주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만든 ‘대이변의 역사’에 술렁였다. 지난 5월 21일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메가 히트곡 ‘버터(Butter)’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1위를 내준지 한 주 만에 역주행에 성공,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두 번 연속 ‘바통 터치’라는 진기록이다.

BTS가 BTS를 밀어내는 명장면이 연출되자, 놀란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빌보드는 “자신의 새로운 곡으로 1위를 대체한 직후 이전 1위곡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사례는 BTS가 처음”이라고 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음악계 최고의 스타들만 이룰 수 있는 성취다.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막강한 힘과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고 봤다.

▶영어가사·레트로 장르·대중성...‘팬데믹 3부작’=지난해 8월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으로 볼 수 있다. 영어곡이자 트렌디한 장르이며, 대중성을 강화했다는 교집합으로 묶인다. 방탄소년단이 팝시장에서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도 ‘다이너마이트’부터다. 이 곡의 발표 이전에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는 ‘K팝 최초’의 것이었으나, ‘다이너마이트’로 이들은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넘버원’을 차지한 이후 방탄소년단은 국적과 출신이 중요하지 않은 서구 팝시장의 일원이 됐을 뿐 아니라 그들조차 놀라워하는 팝 아이콘의 위치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세 곡의 ‘릴레이 히트’ 요인은 ‘전략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댄스곡에 영어로 노랫말을 쓴 세 곡은 “코로나19로 심각한 메시지보다 가벼운 음악을 원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기획”(정민재 평론가)이었다.

무엇보다 영미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롤링스톤, 킹콩’ (‘다이너마이트’) 등 익숙한 소재를 노랫말로 넣었고, 마이클잭슨과 어셔( ‘버터’), 엘튼존( ‘퍼미션 투 댄스’)등 익히 알려진 팝스타를 언급했다.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적 요소인 ‘레트로’ 에 최신 댄스팝 요소를 접목하고, 여기에 방탄소년단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인 점까지 완벽한 ‘기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방탄소년단의 일 년 사이 음악적 행보는 그간 그룹이 보여준 것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 자신들의 작품관을 지향하고, 동시대인으로의 가치관을 녹여낸 메시지 등 아티스트로의 면모를 더 많이 보여준 것과 달리 세 곡은 철저하게 ‘대중성’을 우선순위로 뒀다.

정 평론가는 “기존의 팝스타들이 철저하게 대중성을 겨냥한 노래로 성공을 거둔 뒤 작품성을 강조한 노래로 이동하나, 방탄소년단은 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역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대중을 포용하는 긍정적인 역행이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이며, 이를 통해 빌보드 1위로 안착하려는 시도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신곡마다 ‘핫100’ 톱5는 기본이고, 1위 여부에 관심을 두는 수준의 스타가 됐다. 기존에 본인들이 보여온 모습을 자신감있게 해나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음악 넘어선 ‘시대의 아이콘’=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음악을 넘어선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우리 가요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 지금 세대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메시지를 전해온 시대의 아이콘이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음악적 메시지를 확장해왔다. 음악과 SNS를 통해 나누는 가치관과 사회적 목소리의 세계적 파급력은 놀랍다.

방탄소년단이 청춘의 불안과 고민을 나누고, 팝 시장에서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아시아인 가수로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소수자를 대변할 때 이들의 영향력은 모든 장벽을 넘어 확장된다.

이번 신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 국제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편견을 넘어선 ‘통합의 메시지’로 상징된 것도 한 사례다. 방탄소년단이 ‘즐겁다’, ‘춤추다’, ‘평화’ 등의 대표 단어를 수어 동작으로 표현한 안무를 선보이자, 전 세계 농인들은 리액션 영상을 통해 감격과 감동의 목소리를 전했다.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는 “방탄소년단은 이전부터 어느 형태로든 공식석상에서 수어를 표현해왔는데, 1분 이상 안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세계적인 스타의 의미있는 시도를 통해 청인과 농인 사이의 허들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고 봤다.

오는 9월엔 대통령 특별사절로 유엔 총회 무대에 선다. ‘외교적 역할’을 수행 가능한 ‘문화특사’로의 자격이다. 대중예술인이 정부의 공식적인 특사로 국제무대에 서는 사례는 드문 만큼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상징적이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성별, 연령, 인종, 장애의 경계에 선 소수자를 포용하는 동시대성을 가진 팝스타이자, ‘코스모폴리탄’으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캔디스 앱스 로버트슨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메시지는 인권, 사회정의, 다양성 등을 장려하는 글로벌 시민의 정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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