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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표현의 자유? 여성혐오? 정치적 음해?…'쥴리벽화'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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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그려진 벽화. 사진은 이날 페인트로 문구가 지워지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 2021.7.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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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금준혁 기자 =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연상시켜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 벽화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외벽에 김씨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벽화가 등장했다. 벽화는 이달 중순쯤 중고서점 사장 여모씨가 작가에게 의뢰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벽화에는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와 함께 김씨의 얼굴을 묘사한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쥴리는 김씨 관련 소문에서 나오는 별칭으로, 김씨는 스스로 이에 대한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벽화에 적힌 문구는 모두 흰색 페인트로 지워졌다. 앞서 여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그림만 남기고 '쥴리의 꿈' 등 지적을 받은 문구를 30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며 "배후설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벽화를 놓고 '표현의 자유' '정치적 음해' '여성 혐오' 등 다양한 시각의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공인의 가족을 건드리는 행위는 그 선을 넘었다는 주장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끄러울 정도로 인권이나 정치적으로 수준 낮은 행위"라며 "공인의 가족이나 그 가족의 과거, 살아오는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고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건 옳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모든 사람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만 멈추는 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인권을 침해하는 자유는 어느 사회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분명한데 부정적인 표현"이라며 "명예훼손 여지가 상당히 뚜렷하고, 일반인에 공개돼 공연성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다"며 "공인이라고 명예가 없는 게 아니고 사생활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논란은 될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정치인이라면 패러디가 가능하지 않나 싶다"라며 "공인이라면 어느 정도 국민의 비판은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다만 고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번 벽화에 적힌 문구는 과거를 드러낼 수 있어 명예훼손 가능성이 크고, 문구를 지워도 표식이 됐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국민에 오해를 초래하고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넘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 논란도 소환됐다. 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혹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의 누드화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정치권 내 논란과 별개로 미술계에서도 논쟁이 있었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민중미술가 임옥상씨는 "표현의 자유란 풍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고, 김종도 작가는 "예로부터 정치인은 예술인의 풍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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