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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김은희 작가 "韓 아가사 크리스티? 장항준 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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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가 '킹덤: 아신전'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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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조선 좀비의 매력에 빠지게 한 '킹덤' 시리즈의 김은희 작가가 작품 탄생의 배경과 보람을 전했다. 장항준 감독의 말을 빌린다면 김은희 작가는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귀한 스토리텔러다.

지난 2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본지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와 아신의 이야기를 담은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먼저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리즈가 여기까지 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감사한 기분이다.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만들어지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덧 '아신전'까지 왔다. 설레기도 감사하기도 하다"면서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킹덤' 시즌1, 2가 조선의 남쪽 끝부터 한양까지 고요하고 기품 있는 조선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면 '킹덤: 아신전'은 역병의 기원을 쫓아 차디찬 북방으로 향한다. 장엄하고 수려한 조선의 풍광과 달리 북방의 서늘하고 낯선 분위기를 담아 극중 인물의 감정을 대변한다.

김은희 작가가 후배 작가들에게 던진 조언은?


이에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리즈를 연구하던 중 '킹덤: 아신전'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지난 시리즈에서는 기득권층, 최고 계급인 창, 조학주의 결정이 극을 이끈다. 자료 조사를 하다가 성저야인이라는 키워드를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이 맺힐 수밖에 없는 피지배층, 그 누구에게도 멸시를 받는 부족 누군가가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이런 사람들이 한을 품는다면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생사초가 차가운 성질을 가진 풀이다. 북방에서 온 풀이라 상상하고 '킹덤: 아신전' 구상에 들어갔다"고 배경을 전했다.

'킹덤'에서 정치 다툼으로 일어나는 역병에 주력했다면 '킹덤: 아신전'에서는 피지배층의 가장 큰 아픔인 배고픔과 한을 녹여냈다. 특히 '킹덤: 아신전'은 프리퀄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김은희 작가만의 상상력에서 가지를 뻗쳤다. 이와 더불어 김은희 작가는 세계관에서 캐릭터의 행위를 인위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극 흐름에 맞춰 캐릭터를 좇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배 작가들에게도 이야기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면 캐릭터를 다시 고민하라고 조언한다는 김은희 작가다.

그런가 하면 '킹덤' 시즌2에서 생사초의 비밀을 쫓아 북방으로 향한 이창과 서비와 맞닥뜨리며 모두에게 놀라움과 의문을 안겼던 아신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 방울을 단 생사역들과 함께 등장한 아신은 생사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숱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전지현이 5년만에 작품 복귀로 '킹덤: 아신전'을 선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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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킹덤:아신전' 출연이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모았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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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았던 전지현 캐스팅에 대해 김 작가는 "캐스팅을 할 때는 90% 걱정된다. 내가 원하는 배우가 안 될 수가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전지현이 아니라면 어떤 배우가 있을까 했는데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바지 가랑이라도 잡아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릎 꿇고 부탁을 드렸는데 허락해줘 너무 감사하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만족감 역시 높았다.

"전지현이라면 너무 멋지고 화려한 이미지가 많아요. 영화 '암살' '베를린'에서 보였던 눈빛이 좋고 슬픈 느낌을 받았어요. 전지현이 아신이라는 역할을 해준다면 더 깊은 슬픔을 보여줄 것 같았습니다. 또 액션 연기를 잘 소화해 줄 수 있는 배우가 아닐까 하고 처음부터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어요. 극중 아신은 외로운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기에 아신도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짧은 분량이긴 했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작품이 공개된 후 국수주의적 입장을 가진 일부 팬들이 조선 군관을 나쁘게 그리고 여진족을 영웅화했다는 비판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김 작가는 "시즌3에서 훨씬 다양한 이야기들이 밝혀진다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 답했다.

'킹덤' 시리즈의 성공 일화에는 김성훈 감독과 깊은 우애가 바탕이 됐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두 사람은 이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는 경지에 이르렀다. 앞서 김 작가는 김성훈 감독을 자극제라 표현한 까닭을 두고 "대사를 쓰는데 고민하다가 넘어갈 때가 있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겠지 하는데 귀신같이 알아챈다. 결국은 '아셨구나' 하면서 혼자 괴로워한다. 내가 포기했던 부분을 꼭 집어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고 자극한다. 끝나고 나면 그런 자극이 너무 고맙다"고 동료애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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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가 '킹덤: 아신전'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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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과는 신세한탄하며 만난 사이"


지난 2010년 김 작가는 tvN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1%대의 아쉬운 시청률을 안고 마무리 지었다. 이후 작품을 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고 어두운 시기를 보낸 김 작가다. 당시를 두고 '웃을 일 하나 없이 신세한탄만 하던 시기'라 표현한 김 작가는 "김성훈 감독을 그때 만났다. 이후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를 보니 파격적인 에너지가 있었다. 김성훈 감독은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창작자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드라마 '시그널' 끝나고 넷플릭스와 '킹덤' 이야기를 마쳤다. 좋은 감독을 찾아야 하는데 새로운 이야기, 파격적인 에너지가 있는 감독을 생각하니 김성훈 감독이 생각났다. 그는 좋은 창작자다. 저도 지지 않고 열심히 쓰는 창작자가 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킹덤' 시리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K-좀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한국의 오컬트 장르 위상을 널리 알린 시발점이 됐다. 폭발적인 해외 반응에 대해 김 작가는 "겁이 많아서 지금도 (반응을) 못 찾아본다. 다른 분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제 전부다. 저도 들으면서 '정말? 진짜?'한다. 여전히 못 믿겠다. 큰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서구에서는 좀비에 대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한국적 분위기를 좋아한다. 갓, 의상, 궁궐 등을 좋아해 주더라. 서로의 새로운 문화에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뒤이어 팬들의 시즌3에 대한 기다림이 언급됐다. 김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 세자, 서비, 영신 등 전사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 중전의 첫사랑을 생각하기도 했다. 서비의 출신 등 각 인물들마다 전사가 있고 정리해놨다. '세자전' 역시 짧게 된 전사가 있었다. 사실 제작이 된다면 너무 감사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짧은 글만 있다고 해서 제작되지 않는다. 저 혼자 만의 생각으로 마지막 결말까진 나와있다.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간 남편인 장항준 감독은 김 작가를 두고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라 표현하며 애정을 꾸준히 드러냈다. 이를 두고 김 작가는 "이제 방송 출연을 막아야겠다. 나가기만 하면 제 얘기를 한다. 장항준 감독이 자꾸 막말을 한다"면서 "제가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다. 장항준 감독하고만 안 다니면 못 알아보기에 부담감은 없다. 대신 장항준 감독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다음에 더 열심히 써야 한다. 장항준 감독의 말들은 순기능이 있긴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당연히 한다. (대중이) 눈 감아주시고 좋게 봐주셨다. 다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 노력들, 경험들을 토대로 구멍을 어떻게든 메꾼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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