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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여자는 샤넬백? 남자는 롤렉스!…"단박에 1천만원 번다"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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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여자는 샤넬, 남자는 롤렉스…쇼핑성공시 1000만원 '대박' 매일 백화점 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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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뉴 서브마리너 데이트 그린 커밋(일명 스타벅스 시계) 이미지


국내 명품시장에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롤렉스 시계에 붙는 웃돈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롤렉스 매장에는 공기만 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롤렉스 시계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수량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리셀(resale·재판매) 가격 상승도 심화되고 있다.

30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계'로도 불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전문 다이버를 위한 완벽한 방수 시계) 중 데이트 그린 커밋 제품은 매장 소비자가 1165만원이지만 당근마켓 등 중고 플랫폼에서 새상품 기준 2500만~2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프리미엄, 일명 피(Fee)라고 불리는 웃돈이 1000만~1500만원 넘게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리셀 제품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할 수도 없다. 서브마리너 데이트 그린 커밋은 롤렉스 시계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검은색과 초록색의 조합으로 한국에서 '스타벅스 시계'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롤렉스 매장에서 "공기만 판다"고 하는 말은 서브마리너와 같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모델이 늘 품절이라는 뜻이다.


성골, 피골, 진골…대한민국은 '롤렉스 계급사회'

롤렉스 시계는 샤넬백, 나이키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두 제칠 만큼 놀라운 프리미엄을 자랑하며 중고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때문에 롤렉스 매장이 있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등지에서 매일 같이 롤렉스 오픈런(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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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사람들이 롤렉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점 전부터 줄섰다/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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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롤렉스 측에서 시계의 공급 물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새벽 5시부터 백화점 앞에 진을 치고 기다려도 시계를 구한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롤렉스 재판매를 위해 오픈런을 하는 전문 업자들은 거의 매일 롤렉스 오픈런을 시도하고 있다. 한 달 간 30일을 시도해서 시계 1점을 구매하는데 성공한다면 단박에 1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얻게 돼서다. 웃돈이 워낙 많이 붙기 때문에 롤렉스 리셀 시장은 이미 Z세대들의 용돈 벌이를 위한 재테크 시장이 된지 오래다.

백화점 롤렉스 매장에서 시계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매장에서 소비자가로 롤렉스 시계를 구매한 사람을 '성골',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2차 시장에서 리셀로 피(Fee·웃돈)를 주고 구매한 사람을 '피골', 해외에서 직구 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사람을 '진골'이라고 부르는 용어까지 생겼다.

롤렉스 오픈런과 웃돈이 과다하게 붙는 현상은 특히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코인(암호화폐), 스니커즈, 미술품, 샤넬백과 함께 롤렉스는 Z세대의 주요 현물 투자상품으로 부상했고 공급 수량이 제한적이다보니 리셀 가격도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다.

매장 소비자가 대비 롤렉스 시계의 실거래가가 높다 보니 롤렉스 시계 여러 점을 묶은 집합투자상품까지 출현했다.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바이셀스탠다드는 지난 4월부터 롤렉스 조각투자상품을 세 차례 출시했다. 1,2,3호는 모두 30분 안에 투자모집이 마감됐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약 6개월에 걸쳐 펀드에 속한 시계를 매각해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롤렉스의 프리미엄이 워낙 높게 형성돼 조각투자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2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롤렉스는 현물 중 가장 환금성이 높고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된다"며 "1~3호까지는 가장 인기가 많은 롤렉스 시계로 구성된 상품을 출시하고 4호부터는 샤넬, 에르메스 같은 명품백 조각투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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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셀스탠다드가 출시한 피스 조각투자 2호에 포함된 롤렉스 시계 이미지/사진=바이셀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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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못 산다" 한국로렉스, 진짜로 매장에서 공기만 팔았나...매출 되려 감소

스위스 명품 시계 롤렉스는 '오직 기술로만 승부한다'는 철학으로 1908년 출시된 브랜드다. 최초의 방수 시계, 최초의 자동태엽 시계, 최초의 날짜·요일 표시 시계 등 다양한 최초의 시계 제작 기술을 선보였다. 모든 시계는 장인에 의해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물량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롤렉스 시계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롤렉스 측은 "모든 롤렉스 시계는 최고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엄격한 기준 때문에 롤렉스의 생산 수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시계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경우도 발생하며 일부 모델의 구입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롤렉스는 공급 제한으로 실적이 훼손되는 것을 감수할 정도다. 한국로렉스의 2020년 매출은 2329억원으로 전년비 19.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49.2%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49.9% 감소한 219억원에 그쳤다. 롤렉스를 찾는 고객들은 넘쳐나지만 스위스 본사에서 공급되는 수량은 매우 제한되기에 엄청난 인기에도 실적이 되려 감소한 것이다. 한국로렉스의 연 매출은 2015년 이후 그다지 늘지도 않았다. 기업의 성장보다도 시계의 품질, 브랜드의 명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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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롤렉스 매장이 신규 오픈할 당시에 새로운 매장에는 시계 물량이 좀더 입고될 거란 소식에 개점 전날부터 밤샘 줄서기가 나타났다. 고객들이 침낭까지 준비해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서 노숙을 할 정도였다.

롤렉스 리셀 웃돈이 1000만원을 넘어서자 롤렉스 측은 고객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연간 구매 수량 제한은 물론 신혼 부부 등 롤렉스 시계를 사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시계를 판매하는 등 샤넬보다 먼저 고객 관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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