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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르포]결국 사라진 '쥴리의 남자들'…'쥴리 여성'은 그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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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한 서점 외벽에 '윤석열 전 총장 비방 추정 벽화' 논란

시민들 '표현의 자유' , '정치적 목적' 등 큰 갈등

윤석열 캠프 "정치적인 폭력이고 테러" 등 野 일제히 규탄

아시아경제

30일 오전 서울 종로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일명 ' 쥴리 벽화' 관련 '쥴리의 남자들' 문구와 검사들 글이 페인트로 지워져있다. 문구를 삭제한 서점 관계자는 "생계를 위해 지웠다"고 설명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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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허미담·윤슬기 기자] "아니 그러니까 쥴리가 누구냐고!" , "표현의 자유 무시합니까?"

30일 오전 9시 취재진이 찾은 이른바 '쥴리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중고서점 거리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점 앞에 모인 보수 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예닐곱명의 남성들이 벽화 앞에 모였고, 인근 상인들은 잠시 벽화를 보고 지나갔다.

전날 벽화가 그려진 외벽의 건물주이자 서점 주인은 '쥴리 벽화' 철거 관련해 윤석열 전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연상케 하는 여성의 얼굴 그림만 남기고 모두 지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께 벽화는 쥴리의 얼굴만 남겨지고 '쥴리의 남자들'과 검사들을 지칭한 문구는 모두 페인트로 덧칠해졌다. 혼란스런 상황이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벽화 앞에 모인 진보 보수 지지자들의 대화는 여전히 일촉즉발 상황을 방불케 했다.

한 보수 성향의 40대 남성은 확성기를 통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하니까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 40대 여성은 미리 준비한 마이크를 이용해 "보수에서 세월호 얘기도 하고 참을 수 없다."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전날 벽화 앞에는 100여 명의 가까운 여·야 지지자들이 모여 원색적 욕설과 함께 큰 소란을 빚은 바 있다.

논란의 벽화는 서점 건물 1층 외벽 길을 따라 총 6점의 그림으로 구성됐다. 전체 벽화는 높이 2.5m, 길이 15m 규모다. 그림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혀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쥴리 벽화는 정치권으로도 공방이 번졌다. 윤 전 총장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김경진 전 국회의원은 '쥴리 벽화'가 등장한 것에 대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인 폭력이고 테러이자 해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가 봐도 저 그림을 올린 것은 지금 범야권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 얼굴에 모욕을 주기 위해서 올린 의도라고 추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집권여당 쪽에 정치적인 이득을 주기 위해서 한 것이다라고 그렇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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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9시30분께 서점 관계자가 나와 '쥴리 벽화'에서 문구를 지우고 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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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입장을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저 그림이 나왔을 때 민주당 대변인 명의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즉시 철거해달라는 의사표시가 나왔어야 했는데 당내 경선 주자 두세 분 정도만 얕은 메시지가 나왔다"며 "당 전체에서 명확한 메시지도 안 나왔고 나머지 후보들도 메시지가 안 나왔는데,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비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이번 '쥴리 벽화'에 대해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재명 캠프 남영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후보의 아내라는 이유로 결혼 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비판해도 되느냐"면서, "벽화를 그린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가 민주 시민성의 테두리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깊이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을 지키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모금 의혹이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해 검증의 칼날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쥴리 벽화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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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가 논란인 가운데 누군가 쥴리 벽화 위에 원색적 욕설로 여권을 비방하는 낙서를 남겼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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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도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영부인의 자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정확하게 사건을 규정하고 공식적으로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의원은 여성가족부와 여성운동가들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운동은 여당이 허락한 페미니즘 뿐인가요"라며 "종로 중고서점 주인이 쥴리 관련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될 것 같지만 이것이 우리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는 오래 갈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정치적 공격을 위해 한 인간의 '여성임'을 도구로 삼아 공격한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 관련해 명함을 판 사람이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사건이다. 그런데 모두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서점 대표 여정원 씨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여 씨는 야권의 배후설에 대해 "종교도 없고 지지하는 여·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쥴리가 아니라고 부정을 했고 모든 관계있는 남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을 내가 단지 풍자해서 쓴 것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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