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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LPG트럭 대신 전기트럭? 화물차 운전자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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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정부가 최근 LPG트럭의 지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LPG트럭의 지원책을 1년 만에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거다. 대신, 정부는 전기트럭이 활성화할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전기차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뜻 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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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LPG트럭 지원 사업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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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악의 기후악당국가." 2016년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 국제 환경단체와 각종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에 선사한 불명예스러운 명칭이다. 그해 우리나라는 세계온실가스 배출국가 7위를 차지하고도 정작 배출량 감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탓에 이런 '악명'을 얻었다.

기후악당국으로 지목된 이후 우리나라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친환경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했던 '그린뉴딜'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서 이산화탄소ㆍ질소산화물 등 유해 배출가스를 줄여나가는 게 골자였다. 이때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도입한 것이 '액화석유가스(LPG) 화물차' 지원책이다.

경유를 연료로 하는 기존 화물차는 각종 유해가스 배출은 물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대표적인 생계형 차인 1톤(t) 소형트럭(국내 화물차의 70% 차지)은 낡은 게 많아 '골목길 미세먼지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다보니 소형트럭은 환경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도 컸다. 정부의 입장에선 늘어나는 소형트럭을 두고만 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LPG화물차는 경유화물차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화물차 운전자들이 전기트럭으로 옮겨가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부가 LPG화물차의 필요성을 인정해 1t LPG트럭 구입 시 보조금(400만원)을 지급하고, 지급 대상 또한 2021년 2만대, 2022년 2만5000대, 2023년 3만대까지 늘리기로 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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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영업을 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t LPG트럭의 판매량은 1768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PG트럭의 인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화물차 운전자에게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트럭은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반면, LPG트럭은 내연기관차여서 주행거리 걱정이 없으면서도 '저공해차량'이라 보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전기트럭의 적절한 대안이 된 셈이다.

LPG트럭 정책서 기인한 효과

아울러 정책적 효과도 상당했다. LPG트럭의 경우 기존 경유화물차를 폐차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조기폐차 대상이었던 노후경유차 운전자의 74.0%가 LPG트럭으로 전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경유차의 질소산화물(미세먼지 원인) 배출량이 LPG트럭의 93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LPG트럭 전환이 유해 배출가스 감축에도 상당 부문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지난 16일 정부가 LPG트럭 지원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거다.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LPG트럭에 대한 보조금이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고, 지급 대상도 연 2만대에서 1만5000대로 축소된다. 환경부는 LPG트럭 지원사업에서 삭감한 예산을 전기트럭 구매자를 위한 보조금으로 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되레 경유화물차를 늘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운행 시간이 긴 소형 화물차 영업의 특성상 전기트럭보다 경유화물차를 선호하는 운전자가 많아서다. 아울러 전기트럭은 기존에 운행하던 경유화물차의 폐차 없이도 신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친환경차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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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정책을 향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점점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트럭의 유일한 대안은 LPG트럭뿐이다. 낡은 화물트럭을 어쩔 수 없이 팔아 야하지만 전기차를 운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운전자들에겐 갑작스러운 혜택 축소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LPG트럭 지원책을 축소하는 것이 되레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트럭 장거리 뛸 수 있나

필자 역시 국내 화물차 영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환경부의 이번 정책은 분명한 패착임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한 정책이어야 한다. 지난해 7월 한국형 그린뉴딜로 발표한 정책을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산업계 등 일선에서의 혼동은 물론 정책의 신뢰성 측면에서도 큰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LPG트럭이 노후경유차를 대체해서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만큼 섣부른 정책 축소가 불러올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만약 정부의 이번 방침이 경유화물차 부활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그 책임 역시 정부가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업계와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필히 LPG트럭 지원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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