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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킹덤:아신전' 김성훈 감독 "모든것이 딱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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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킹덤’의 시간이 찾아왔다. 비극과 배신이 아무런 예고 없이 사람들을 물어뜯는 시대, 한순간에 가족과 동족을 잃은 여인이 오직 복수만을 꿈꾸며 견디고 견디다 결국 그 뜻을 이룬다. ‘킹덤’의 시작은 아신의 한(恨)이다.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아신전'은 앞만 보며 치고 달리던 ‘킹덤’ 시리즈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완벽한 세계관과 K-좀비의 기원, 그리고 모든 존재들을 야차로 만들고자 하는 아신(전지현)의 복수까지. 이 스페셜 에피소드 92분은 완벽히 제 역할을 해냈다.

‘아신전’을 두고 “가장 아끼는 어린 자식이고, 가장 만족스럽게 작업한 작품”라고 소개한 김성훈 감독은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킹덤’ 시리즈에서 ‘아신전’은 분노와 아픔을 극대화했다.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크게 두가지. 첫 번째는 장소와 장면이었다. 시즌1의 한양, 시즌2 동래에 이어 ‘아신전’의 배경은 조선과 여진족의 경계, 즉 북방이다. 찬 기운이 서린 곳에서 자라는 생사초의 특성에 맞춰 밑바탕부터 초석을 다지자고 생각했고, 광활함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남쪽 끝인 제주도와 새만금 등에서 드라마를 찍었다. 새로운 장소와 장면에 고증과 상상력을 가미해 시청자를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둘째는 역시 아신의 비극. ‘킹덤’ 시리즈는 온갖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지만, ‘아신전’에서는 그 무엇보다 분노와 아픔을 앞세웠다. 아신이 조선과 여진 모두에 생시를 보내 무차별적인 학살을 시작하는 그 목적에 집중한다. 시즌2에서 굳건하게 궁궐을 지켰던 민치록(박병은)의 이면이 드러나고, 부락 전체를 돌보며 밀정 역할까지 맡는 아신의 아버지 타합(김뢰하), 조선의 북쪽 경계를 위협하는 파저위의 수장인 아이다간(구교환)까지 등장하고 나면 지난 시즌과는 별개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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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나온 아이디어가 뜻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시즌2 중반 무렵 나온 시즌3나 아신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김 감독은 “스페셜 에피소드는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을 때 가능했다”며 때마침 김은희 작가가 글을 썼고, 대마침 전지현의 스케줄이 됐고, 자신이 감독을 맡은 영화 ‘피랍’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촬영이 연기되며 물리적으로 딱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신전을 통해 서사를 깔아놓고, 시즌3에 아신과 창(주지훈)이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들이 대화를 하든, 차를 마시든, 길을 걷든 긴장을 만들어낼 것 같았어요. 섭이(배두나)와도 생사초를 가장 많이 아는 인물들이 마주한다고 생각해보면···. ‘아신전’을 통해 새 시즌이 처음부터 거대한 갈등과 긴장 속에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야기는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린다. 가족과 부족은 폐허가 되고, 아신은 그들을 생시로 만들고. 조선의 지옥도를 만들었지만, 그걸 목격한 그를 극도로 슬프고 끔직하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당황스럽지만 매력적인 시나리오, 특히 자신을 지독히 괴롭히던 사람을 마치 호텔 룸서비스 하듯 트레이에 밀어 가족에게 특식으로 제공하는 장면은 글을 읽었을 때의 느낌 이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서사의 연장, 즉 ‘톤 앤 매너’는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첨가하고자 했다. 새로운 지역과 인물의 이야기가 들어갔을 때 이야기는 어떻게 재창조될 것인가에 집중했다. 슬픔과 한을 어떤 색채로 차갑고 시리고 어둠고 음습한 톤으로 유지하되 확장할 수 있는지 여러 시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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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은 그런 아신을 그려내기에 최적의 배우였다.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하지만 계속해 성격이 강한 역할을 시도하던 그에게 ‘절제된 표현력’이 필요한 아신은 제격이었다.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기에 쾌감이 더 크기를 바랐다. 작품이 상당부분 대사 없이 흐르는 만큼 사실상 무언극으로 질주하는데 몸짓 하나하나를 설득력 있게 잘 해줬다.

덕분에 넓은 벌판에서 아주 작게 나오는 장면에서조차 존재감이 상당했다. 김 작가는 그를 ‘몸 잘 쓰는 라인이 훌륭한 배우’라고 했고, 김 감독은 “활 쏘는 장면이나, 구교환과 맞서는 장면에서는 대단한 포스가 느껴졌다”며 “현재를 살면서 어떻게 저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 한을 어디 숨겨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6년 여름부터 시작된 ‘킹덤’의 이야기는 아직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흐르고 있다. 김 감독은 김은희 작가와 이제는 ‘아 하면 어 하고 받는’ 사이가 됐다. 어딜 채워야 한다거나, 공백을 느끼는 것은 없다. ‘아신전’은 시즌1의 시작인 왜란과 맞닿아 있다. 시즌2 엔딩까지 ‘킹덤’의 세계는 10년이 흐른다. 그리고 아신과 창과 섭이가 드디어 만난다.

“아신이 가진 분노의 총량은 10년이 흘렀어도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아요. 더 켜켜이 다지지 않았을까. 시즌3가 제작된다면 그로 인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조선을 지키려는자(이창)’와 ‘파괴하려는 자(아신)’의 충돌이 될텐데 기대됩니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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