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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게임 빅4 시대] ‘배그 신화’ 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3조원대 주식 부호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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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시총 24.3조원... 엔씨소프트 제치고 대장주 자리에

네오위즈·첫눈 설립, 매각으로 20대에 1000억원대 자산가로

2007년 크래프톤 창업, 10년 차 위기 때 '배틀그라운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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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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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 총싸움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음달 10일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크래프톤은 국내외 굵직한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공모가를 최상단(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24조원에 달해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등극할 전망이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은 3조원대의 주식 부호에 오른다.

29일 크래프톤은 신주 562만4000주를 발행하기 위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며, 공모가격을 희망 범위 최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크래프톤은 코스피 상장 시 시가총액이 24조3512억원으로, 시총 순위 15위권이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8조4663억원)보다 6조원가량 높다. 일본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약 21조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 의장은 3조원대의 주식 부호에 오른다. 크래프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그는 크래프톤 주식 702만7965주(16.2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지분 가치를 환산하면 3조4900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에 도달하는 ‘따상’에 성공할 경우, 장 의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42만주를 보유한 장 의장의 아내가 가진 지분 가치는 2000억원 규모다.

현재 크래프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김창한 대표(68만4255주)와 공동 창업자인 김강석 전 대표(108만5100주),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84만3215주), 김형준 개발총괄(71만주) 등도 수천억원대의 주식 부자가 된다. 김 대표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86만8245주도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한 데 이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인 입성을 앞두자, 회사를 이끈 장 의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73년 대구 출생인 그는 대구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7년 박사 과정 중 나성균 대표와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했다. 나 대표가 경영을, 장 의장이 기술 개발을 맡는 식이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의 원클릭과 세이클럽 개발을 주도했다. 네오위즈는 탄탄대로를 걸어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장 의장이 2005년 검색팀을 이끌고 네오위즈를 떠나 ‘첫눈’을 창업할 때 그의 네오위즈 지분 가치는 당시 기준으로 700억원에 달했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그가 청년자산가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첫눈도 2006년 NHN에 350억원에 매각해 두 번째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첫눈에 투입한 자본이 50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7배를 번 셈이다. 그는 매각 대금 중 100억원을 임직원들에게 배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의 큰 성공으로 1000억원대의 자산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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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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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 의장은 2007년 김강석 전 대표, 스타 개발자 박용현 등과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를 공동 창업하고, 2011년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를 출시했다. 제작 기간 3년에 개발비는 320억원가량 투입된 이 게임은 그해 국내 최대 게임 시상식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테라는 이후 일본, 북미, 유럽, 중국 등에도 출시됐다. 그러나 예상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고, 새로 선보인 모바일게임들도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블루홀스튜디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15년 사명을 '블루홀'로 바꾸고 다수의 게임 개발사를 인수한다. 이때 합류한 기업이 지노게임즈(현 펍지 스튜디오), 피닉스게임즈(현 라이징윙스로 통합), 스콜 등이다.

이후에도 캐시카우를 확보하지 못한 블루홀은 기존 게임들의 매출 하락으로 2016년 자금경색에 시달렸다. 장 의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회사 매각을 고려할 정도였다. 크래프톤 창립 10주년인 2017년에 들어설 땐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두 달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김창한 대표가 이끄는 지노게임즈가 개발한 배틀로얄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였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여 최후 1인의 승자를 가리는 총싸움 게임이다.

당시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장 의장도 “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둘 줄 몰랐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크래프톤 경영진은 주요 투자자들에게 신작 라인업들을 소개할 당시 배틀그라운드 설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던 '미운 오리 새끼'였다. 당시 국내외 게임 시장은 개발 기간이 길고, 장기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해야만 하는 PC게임보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급부상할 때였다. 배틀로얄이란 장르도 MMORPG 위주인 국내 게임업계에선 생소해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창한 대표는 경영진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허가를 받아 20여명으로 팀을 꾸려 저예산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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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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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PC 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공개된 이 게임은 입소문을 타고 출시 3일 만에 매출 1100만 달러(약 126억원)를 기록했다. 당시 스팀 인기 게임 GTA5, 풋볼매니저 2017 등을 제치고 인기 게임 1위에 올랐고, 동시접속자 수 또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이후 지노게임즈는 블루홀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리되며 사명을 펍지주식회사로 바꿨다. 배틀그라운드는 그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장이 팔렸고, 동시접속자 수는 2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크래프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중 한 곳인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2008년 블루홀에 처음 투자했는데, 당시 론칭한 게임들이 기대와 달리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블루홀을 매각할 생각도 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나만 더 론칭해보고 회사 규모를 축소할지, 헐값에 팔지 결정하기로 했다”며 “이때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고 회고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힘입어 회사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블루홀은 2016년 3분기 11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된 이후인 2017년에 매출 6665억원, 영업이익 251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흥행에 힘을 보탰고, 사명도 크래프톤으로 변경했다. 김창한 대표는 2020년에 크래프톤 대표에 올랐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버전은 전 세계에 7500만장 이상 판매됐다.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건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10년사를 담은 책 <크래프톤 웨이 :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에서 “크래프톤에는 창업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구성원이 켜켜이 쌓아온 DNA가 있다”며 “성공과 성장을 향한 열망, 비전에 대한 헌신, 무수한 도전과 시행착오, 장인정신 등의 뿌리를 잊지 않고 더 멋진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하고 개발력이 있는 제작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중 70%는 인수합병(M&A)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며 “2년 전부터 전 세계의 가능성 있는 IP, 역량 있는 개발 스튜디오 확보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련 기업과 교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IP 기반의 신작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출시하는 ‘펍지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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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jms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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