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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망 부스트라다무스]④ 함영진 “전세 불안, 내년에도 지속… 집값 조정 속도는 더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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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도 집값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가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 전세 시장이 불안하다는 게 문제예요. 전셋값이 자꾸 오르면, 집값 조정 속도는 더 더뎌질 수 있어요.”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9일 본지와 만나 “임대차 계약갱신권을 행사해 시세보다 낮게 전세를 얻었던 이들의 만기가 내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전세시장 불안이 다시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들을 옥죄는 정책이 추가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규주택 공급도 줄면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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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7. 29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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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이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고 했다. 주택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함 랩장은 시장 교란 위험이 더 크다고 봤다.

함 랩장은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과연 시장은 안정화할까. 세입자 등 수요자에게도 좋을 리 없다”면서 “공급자(민간 건설사와 임대사업자 등)의 리스크가 커지면 공급은 위축되고, 공급 없는 수요의 안정은 없다”고 했다. 지금은 가격을 통제하는 규제가 아니라 공급을 유도하는 ‘넛지(Nudge·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며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 전략이 필요하다고 함 랩장은 조언했다. 금지와 명령 등으로 공급과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포심을 유발할 게 아니라 시중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 안정화를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7.57% 올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는 평균 6.87% 올랐다. 하반기에도 집값이 오르나

“올해 안에 조정장세가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작년 하반기보다 거래량은 감소할 수 있겠지만, 똘똘한 한 채, 고가(高價)주택을 노리는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중저가 지역으로 실수요자가 유입될 것이란 점도 집값 상승세에 일조할 것이다. 입주 물량과 전세값 상승세, 금리 인상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연내 조정을 말하긴 쉽지 않다.”

― 정부는 올해 전국 입주 물량이 46만가구로, 예년에 비해 적지 않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요인에 따른 가격 불안은 없다고 보고 있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입주물량에는 비(非)아파트와 임대 물량이 포함돼 있다.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택 공급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직방이 지난 달 조사한 하반기 전국 입주물량은 12만9890가구로, 작년 하반기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 어느 지역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나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서울 강남권. 그 외에도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었던 노원, 강서, 구로구.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GTX 등 교통망 확장 기대감이 큰 지역이나 그동안 가격상승률이 비교적 높지 않았던 중저가 지역. 이런 곳들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도는 화성, 부천, 남양주, 시흥, 평택, 용인, 의정부, 김포 등이고 인천은 서구, 부평구, 남동구 등 구도심 일대다.”

― 지방은 어떤가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대구와 부산은 앞으로 몇 년간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 작년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이 늘어나는 등 가을 전세 시장이 혼란스러웠다. 내년에도 임대차 시장이 불안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뭔가

“지금도 같은 단지, 동일 평형인데 전세가격 차이가 두 배 가량 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전세 이중가격 현상이다. 내년 7월에는 계약 갱신권으로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얻었던 이들의 계약도 종료된다. 다시 한번 임대보증금이 오르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 또 내년에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라서 인구 이동이나 이사철 이사 수요가 억눌러졌던 점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계약이 많은 지역 위주로 임대료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 평소 주택 공급 물량을 자주 말씀하셨다. 내년 주택 공급상황은 어떤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24만7000가구 수준이다. 올해 22만3000가구보다는 다소 물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 경기, 세종, 제주 등은 입주량이 많지 않다. 입주 물량이 적은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신규 주택 공급만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주택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강화한 것. 대출 규제를 덧대서 추가 주택 취득을 어렵게 한 것은 임대주택 공급 부족을 야기하는 부분이다. 다주택자가 있어야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등 분양을 노리는 대기 수요자까지 늘어나면 임대주택이 부족해지니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부담도 상당하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다주택자와 달리 무주택자는 대출과 세제 등 규제의 허들이 낮다. 이 때문에 재고 주택보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만족도가 높은 분양시장, 즉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전략이 유효하다.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3년 한정)과 무주택자에 대한 분양시장 특별공급 확대, 대출규제 완화 등을 고려할 때 ‘똘똘한 한 채’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 요즘 아파트 청약 당첨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서울에 사는 무주택 1인 가구는 어떻게 해야하나.

“본인의 대출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내 집 마련은 금물이다. 기존 아파트 매수가 어려운 1인 가구라면 역세권 신축 오피스텔이나 역세권 신축 다세대·연립주택을 매입하거나 경매 낙찰 등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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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이 지난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7. 29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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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년을 되돌아보면 정부가 거듭 ‘집값 고점', ‘추격 매수(패닉바잉) 자제' 등의 경고음을 냈지만 그때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것)’해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이라도 대출을 최대한 이용해 매수에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위험(리스크)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 집값 자체가 저렴하지 않은 데다 금리 인상 이슈가 있다. 금리가 단기에 큰 폭으로 오르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저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긴 어려워졌다. 적어도 집값의 60%, 전세금 정도 준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과도한 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 아파트 대신 다세대·연립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을 매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을 매입할 땐 실거주용인지 투자용인지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새 주택을 원한다면 역세권 신축 주택이 나을 것이고 정비사업 입주권을 노린다면 정비사업 구역 내 구축을 택해야 유리하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전용면적이 작은 소형보다는 중대형 오피스텔 쪽으로 고려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현재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은 공급 과잉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 금리 인상이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과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0.12%)이 매우 낮은 상황이고, 미분양 재고(1만5660가구)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당장 주택 가격 하락을 불러올 정도의 충격을 가져오기는 어렵다. 거래량을 줄이면서 대출 연체율과 미분양 주택을 조금 증가시키는 수준 정도로 본다.”

― 가격 하락 조정기가 온다면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상당히 다양하므로 가격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3기 신도시 개발이 정부의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입주가 시작되는 4~5년 뒤에는 일부 지역의 구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 하락기에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는 지역은

“지역을 특정하기는 좀 그렇다. 분양·입주 물량이 많아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역, 도심보다는 외곽 지역,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고령화 지역, 거주 인구의 소득이 감소하는 지역, 자족 앵커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지역 등을 살펴보면 좋겠다.”

― 무주택자는 주거 불안 때문에, 유주택자는 늘어난 세금 부담 때문에, 모두가 집값 때문에 불행한 시대라고 한다. 현재 여당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월세상한제를 신규 계약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카드’라고 보나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수요자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시장 교란 우려가 크다. 가격 통제가 아니라 가격 경쟁이 이뤄져야 하고 선택 기회도 많아야 한다. 입주 물량은 많지 않고, 민간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종료되고,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 등으로 시중에 매물도 잘 안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서울 명동 상권을 보자.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공실이 대폭 증가했는데도 임대료는 안 떨어지고 있다. 상가세입자의 재계약권을 1회 보장해 최대 10년 동안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상가 임대차 보호법’ 영향이다. 한번 계약한 임대료가 10년을 가니 임대료를 낮추느니 차라리 공실로 버티는 것이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장이 스스로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규제보다는 시중에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넛지 전략’이 필요하다.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임대차 가격 인하(안정화)를 유도하거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완화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 또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징검다리인 청약제도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불만이 나올 때마다 손을 대면서 특별공급이 과도하게 양산된 측면이 있다. 청약가점 항목과 기준을 좀 더 늘릴 필요도 있다. 현 청약제도에는 자산기준이 없다. 무주택 상태이면서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상당 수 보유한 사람들도 청약기회를 노린다. 청약제도의 원래 취지와 다른 데다 사실 이들은 기존 주택 시장으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 청약 제도를 통한 주택 공급이 좀 더 공정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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