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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익률 세계 3위' 韓 국부펀드, 종잣돈 '좁쌀굴리기'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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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유효송 기자] [편집자주] 국가도 재테크 시대다. 설령 수출길이 막혀도 국부펀드가 많이 벌면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나 싱가포르처럼 크게 벌기엔 우리나라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는 종잣돈이 작다. 좋은 인력을 불러모으기엔 연봉도 낮다. 적게 일해도 많이 버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본다.

[MT리포트] 종잣돈 부족한 '대한민국 국부펀드' (上)


'대한민국 국가대표' KIC, 돈 잘 벌어도 덩치는 홍콩의 3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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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를 집어삼킨 지난해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규모에서 브라질을 제치고 세계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외환보유액은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 그러나 KIC(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전 세계 국부펀드 가운데 15위에 그친다. 홍콩과 비교해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무역분쟁, 탄소국경세 등 불확실성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을 통한 무역수지 흑자로만 먹고 사는 나라는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자·배당 수입을 통한 소득수지 흑자가 받쳐줘야 수출이 어려울 때에도 버틸 수 있다. 일본처럼 안정적인 소득수지 흑자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해외투자 '국가대표' KIC의 운용자산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국부펀드 규모는 고작 15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자산운용 규모는 1831억달러(약 211조4000억원)였다. 기획재정부가 821억달러를 위탁했고,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에서 300억달러 가량을 맡겼다. 여기에 설립 이후 누적이익 710억달러를 쌓으면서 현재 자산운용 규모로 불렸다. 2006년 운용자산 10억달러로 출발한 뒤 15년만에 180배로 덩치를 키운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 국부펀드들 중에서 KIC는 15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1위 국부펀드 NBIM(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부문)은 북해산 원유에서 나오는 '오일머니'를 밑천으로 1조2894억달러를 운용한다.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고나 기타 국가자산을 운용하는 비상품펀드인 중국의 CIC(중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은 1조457억달러로 세계 2위다.

KIC의 '롤모델'인 싱가포르인 GIC(싱가포르투자청)과 홍콩금융관리국의 운용규모도 각각 4532억달러, 5805억달러로 우리나라 국부펀드 운용자산의 2~3배가 넘는다. 진승호 KIC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투자수익 창출로 세계 10대 국부펀드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 기준으로 세계 10위 국부펀드는 UAE(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투자청으로 3023억달러 수준이다.

◆KIC 수익률, 국부펀드 중 세계 3위…한은 등 위탁규모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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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KIC가 거둔 투자 성적을 보면 해외 주요 국부펀드나 국내 연기금들의 해외투자 수익률과 비교할 때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근 5년 동안 KIC는 2018년 한해를 제외하면 매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16.4% △2019년 15.4% △2020년 13.7% 등 두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올컨트리(주식)·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덱스(채권) 등 벤치마크(기준지수)와 비교한 전통자산 상대수익률도 지난해 144bp(1.44%)를 초과 달성했다.

해외 주요 국부펀드의 수익률이 확정공시된 2019년을 기준을 할 때 KIC의 수익률은 NBIM 19.9%, CIC 17.4%에 이어 세계 3위였다. 더구나 지난해 수익률은 이들보다 높았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연기금들의 경우 국내외 투자 수익률이 9~12%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위탁자산의 3분의 1만을 KIC에 맡기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자국 국부펀드를 놔두고 다른 곳에 돈을 주고 위탁자산 중 3분의 2를 맡기고 있다는 뜻이다. KIC에 대한 한은의 추가 출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은의 위탁자산은 지난해말 외환보유액 4431억달러의 약 20%에 해당하는 900억달러 수준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와 단기외채 비중 등을 살펴볼 때 현재 외환보유고가 적정수준을 넘어선 만큼 국부펀드에 대한 추가 출연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투자 손실 시 외환보유고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규모 등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년새 운용인력 절반이 떠난 KIC...인재 잡아야 외화곳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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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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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가 운용 전문인력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년 사이 운용인력의 절반이 빠져나갔다. 국가 외환보유고 등을 200조원 넘게 굴리는 KIC가 업계 평균을 밑도는 처우 탓에 핵심 인력을 잃고 이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국익에도 손해라는 지적이다.

29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KIC를 떠난 기금 운용역은 총 54명에 달했다. 당시 투자 현원 120명 대비 45%의 직원이 이탈한 셈이다. 다른 분야까지 포함한 전체 퇴직 인원은 약 100명으로, 임직원 중 40% 가량에 해당되는 구성원이 물갈이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KIC 내 투자전문인력은 우리나라와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을 합쳐 131명이다. 투자부서 인력은 2016년부터 120명대에 머무르다 지난해 10명 정도 추가된 수준이다.

KIC의 인력 이탈은 주로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임금 등 낮은 처우 수준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른 예산 제약 탓이다. 민간 운용사 등 금융투자사들과 하는 일은 비슷한데 연봉은 낮다보니 자연스레 잦은 이직으로 이어진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KIC 정규직 직원의 기본급 평균은 △2016년(7108만원) △2017년(7245만원) △2018년(7301만원) △2019년(7308만원) △2020년(7212만원)으로 사실상 답보 상태다.

여기에 고정수당과 실적수당이 따로 붙긴 하지만, KIC 직원의 절반 정도가 운용인력이고 시장에서 운용인력들이 대체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높은 처우라 보긴 어렵다.

인건비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KIC는 1인당 운용자산 규모도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지난달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KIC의 1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KIC는 주식과 채권 등 직접투자(84.7%) 비중이 높은데다 대체투자(15.3%) 비중도 늘고 있는 만큼 현 인원으론 자산운용에 제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인원이 적으면 투자 건에 대해 상세한 모니터링이 어려워지고 과도한 1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외 사무소에서 일하는 운용인력도 다른 국부펀드와 절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지난 4월 기준 KIC의 해외 사무소의 운용인력은 전 세계를 다 합쳐도 28명에 불과한 반면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의 경우 200명이 넘는다.

최근 해외 국부펀들은 풍부한 예산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운용전략 수립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계량분석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가 영입을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캐나다연기금 등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진승호 KIC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을 고도화하고 해외 운용인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IC는 글로벌 투자금융시장에서 해외 투자 운용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핵심인력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공공기관으로서 임금 상한선의 제약을 받고 있어 우수 인력 유치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성과급에 탄력성을 더 주거나 임금 상한선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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