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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4050 전용 '무신사' 등장하나…'찐 큰손' 온라인구매 3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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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여성 패션 블로거로 활동하는 해외 인플루언서. 사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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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을 위한 무신사(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가 등장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중·장년층의 패션 소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드시 백화점에서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고가 의류, 심지어 명품도 모바일에서 쉽게 결제하고 구매하기 시작했다. ‘찐(진짜) 큰손’이 본격적으로 온라인에서 지갑을 연 셈이다. 이들을 잡기 위한 패션 플랫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년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패션앱(애플리케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유물로 알려진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올 하반기에 시니어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포스티(Posty·가칭)’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올리비아로렌·마리끌레르·BCBG 등 총 60여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마쳤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코로나 이후 패션 분야에서도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4050 여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무신사 열풍 4050으로 번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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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스타일은 지그재그를 통해 4050 여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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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은 지난 5월과 7월 각각 55억원,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카카오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또 다른 플랫폼 ‘푸미’는 소비자가 직접 후기를 공유하는 쇼핑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고 ‘모라니크’는 10만명 구독자, 1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필품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쿠팡이 5060세대까지 사로잡은 것을 보면 무신사 열풍도 윗세대로 올라갈 가능성이 보인다”며 “특히 지금의 중·장년층은 과거보다 심리적으로 10살쯤 젊기 때문에 패션에 투자할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구매하는 중·장년층은 늘고 있다. 지난 1~6월 코오롱몰 고객 중 4050 회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증가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관계자는 “청소년기 때부터 온라인 쇼핑을 경험해온 1980년생이 40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구매 소비자층의 성향이 변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가 브랜드·명품도 모바일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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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온라인 쇼핑 이용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명품 구매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아이빌리지’의 올해 4050 회원 거래액은 50%가량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을 방문해 직접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던 4050의 온라인 거부감이 줄면서 쇼핑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4050의 온라인 쇼핑 이용을 부추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는 2019년 44.1%에 불과했던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2020년 60.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 이용률은 71.6%에서 86.3%로 늘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4050은 패션 쇼핑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진입 장벽은 높지만, 한번 사로잡으면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로 꼽힌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와 다르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며, 구매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한국 인구 전체의 20%인 850만명을 차지해 거대한 소비층을 이루고 있다.



같은 40대라도 온라인 신뢰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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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40대 패션'으로 검색하면 수만건의 이미지가 나온다. 사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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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40대와 50대를 같은 특성을 가진 하나의 세대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40대 초반과 40대 후반만 해도 패션 선호도, 온라인 쇼핑에 대한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40대는 2000년대 초반 11번가나 G마켓 같은 오픈마켓을 경험하면서 온라인 쇼핑 자체는 익숙하지만, 저렴한 제품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반면에 50대는 육아를 통해 해외 직구로 온라인 쇼핑에 입문해 이제는 생필품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구매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은 불편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고객의 연령을 X세대와 베이비부머 등 세대 특징만으로 구분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교수는 “신체적인 노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30대 이상의 패션을 세대별로 끊어서 보기는 어렵다”며 “외모를 가꾸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전제하에 30대부터 만 54세까지는 충분히 하나의 고객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결국 사이즈의 문제”라며 “나이가 들면서 감각은 젊게 유지하고 싶지만, MZ세대를 위한 여성복 패션 플랫폼은 대부분 55 사이즈만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이즈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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