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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때리고, 탈레반 달래고… 아프간 안보 위협 제거 나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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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아프간 정세 불안 책임 떠넘겨" 비난
탈레반 대표단에는 "평화·재건 협력" 달래기
신장 위구르 독립운동 우려… 中 본격 외교전
한국일보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28일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며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톈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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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로 내전이 격화한 아프가니스탄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외교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을 향해선 “무책임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겐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역내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안보 위협 요인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아프간 철군을 선포한 이후 지역 안보 형세가 악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골칫거리 제조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떠넘기기 대왕’”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미군이 대책 없이 떠나 버리면서 생긴 힘의 공백과 그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아프간 주둔군 철수에 나선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 전역에서 급속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아프간 내전 상황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장기전쟁저널’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은 212곳에 이른다. 반면 아프간 정부의 통제 지역은 76곳, 양측의 분쟁 지역은 119곳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국경을 맞댄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득세할 경우, 신장 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자극할 거라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 대변인은 “미국은 아프간 정세에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며 “철군에 따른 혼란과 내전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손으로 미국을 때린 중국은 그와 동시에 다른 손을 탈레반에 내밀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났다. 대외적 명목은 아프간 평화와 재건 방향 논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탈레반 견제에 집중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며 “아프간 국민들은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서 주권 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ETIM을 직접 거론하며 탈레반에 경고성 메시지도 보냈다. 왕 부장은 “ETIM은 중국 국가 안보와 영토 보전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탈레반이 아프간 평화와 화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평화회담의 기치를 높이 들고 포용 정책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탈레반 측 바라다르도 “탈레반은 평화를 위해 아프간 국민이 수용하는 정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더 많이 참여해 경제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며 “탈레반은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탈레반과 우호 관계를 다지는 동안, 미국도 인도와 밀착해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섰다. 이날 인도를 방문해 수부라함 자이산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평화롭고 안정된 아프간은 양국 공통 관심사”라며 “탈레반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다면 아프간은 왕따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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