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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없이도 사는 법] “예배를 허락해 달라” 법원이 교회 손 들어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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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행정법원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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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 방역 당국의 예배 금지 혹은 제한 조치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교회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행정법원은 은평제일교회가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운영중단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라며 낸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에 따라 이 교회는 22일부터 31까지 내려졌던 운영중단 처분에도 불구하고 취소 소송 1심 선고 후 한달까지 예배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운영 중단 처분이 지속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효력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집행정지는 행정소송 도중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한 임시처분입니다. 행정기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내더라도 그 자체로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고,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합니다. 신청이 들어오면 법원은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행정소송법 23조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2항) 다만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3항) 이렇게 볼 때 교회 운영중단처분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결정 이유는 집행정지 조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입니다.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교회 운영중단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고 예배를 진행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코로나 19확산 방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교회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코로나 19 4단계 방역지침에 따라 서울시가 대면 예배를 금지하자 은평제일교회를 비롯한 10여개 교회들이 서울시 방역지침에 대해 효력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대면 예배 전면금지는 예식장·공연장 등 다른 시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20인 미만’ 범위 내에서 전체 수용인원의 10%만 참석하는 대면 예배를 허용했습니다.

은평제일교회는 지난 18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수용 인원(2400여명)의 10% 이하였지만 19명을 넘어섰고, 은평구청은 방역지침을 위반했다며 10일간 운영중단 조치를 한 것입니다. 교회는 운영중단 조치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교회는 신청서에서 “대형 콘서트장과 영화관의 경우 4단계에서 회당 5000명까지 밀폐된 공간에서 집합이 가능한데 교회에 대해 운영중단 조치를 내린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놀이공원 등과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야외 예배’ 같은 대체 수단이 있는데도 전면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법원이 구체적인 결정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것은 이 같은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 이번 결정으로 20인 이상 예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교회들이 ‘20인 이상 예배금지’ 조치에 대해 낸 별도 집행정지 소송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잇따른 교회측의 승소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방역지침에 대한 법원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해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를 계기로 몇몇 재판부를 제외하고는 소규모 차량시위 등에 대해서도 ‘불허’방침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보수단체 집회 후 코로나가 확산됐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집회를 허가한 재판장을 향해 여권에서 그의 이름을 딴 ‘방지법’ 입법까지 거론하며 판사들을 압박한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교회 관련 결정에서 법원은 ‘형평성’과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소규모나마 예배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제한도 부당하다며 소송으로 맞서는 교회들은 현재의 조치가 ‘정치 방역’ ‘방역 독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도 받아들여 예배 허용 폭을 넓힐지 주목됩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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